“모자동실은 모유수유 위한 최적의 환경…인식 변화해야”
“모자동실은 모유수유 위한 최적의 환경…인식 변화해야”
  • 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3.08.0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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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헌 의원, ‘저출생시대 해결을 위한 아동친화적인 출생의료환경 구축’ 정책토론회 개최
백종헌 의원
오늘(8일) 국회에서는 아동친화적인 출생의료환경 구축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합계출생율 0.78명을 기록하며 초저출생 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게다가 분만 인프라가 전반적으로 부족하고 지역 간 의료격차까지 심해지고 있어 앞으로의 전망은 더 암울한 상황이다.

이에 오늘(8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는 임신부터 출산까지 종합적인 모자보건 의료서비스를 점검하고 대책논의를 위한 ‘저출생시대 해결을 위한 아동친화적인 출생의료환경 구축’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종헌 의원(국민의힘)은 “경제·건강·사회구조적 문제로 임신과 출산 자체에 회의적인 국민들이 많다”며 “출산 후 출생의료환경 역시 마땅치 않아 아동이 건강한 생애 초기를 누리지 못한다면 저출생 극복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토론회에서 아동친화적 출생의료환경 구축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저출생시대 해결을 위한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대책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 박형지 사무총장은 “초저출생 극복을 위해 우리가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아동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며 “오늘 토론회가 출생의료환경을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서정숙 의원은 “OECD 국가 중 최하위 출산율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집중해야 할 때”라며 “오늘 토론회의 주제처럼 최소 출생 후 1000일간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랄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병수
정병수 아동권리본부장은 아이 뇌발달, 양육자와의 애착형성 등이 이뤄지는 출생초기에 대한 관리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는 좌장을 맡은 대한모유수유의학회 이우령 회장(순천향대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의 진행 아래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첫 주제발표는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정병수 아동권리본부장이 ‘First 1000 days 건강한 생애 첫 출발’을 주제로 발표했다.

아이의 뇌는 태어나기 전부터 성장이 시작돼 환경적요인과 경험 등 상호작용으로 신경이 형성된다. 특히 1초당 100만개의 신경이 연결될 만큼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며 이 성장속도는 반복되지 않는다. 또 양육자와의 애착형성과 인지·정서·사회성 등이 발달하는 결정적 시기이다. 따라서 적절한 영양공급과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중요하다.

정병수 아동권리본부장은 “출생초기는 아이 뇌발달, 양육자와의 애착형성, 건강한 발달(인지·정서·사회성 등) 등의 결정적 시기”라며 “이 시기는 대체할 수 없는 시간인 만큼 최고의 시작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병수 아동권리본부장은 건강한 생애 첫 출발을 위해서는 임신기 상담부터 산전·산후 의료, 영양, 돌봄까지 체계적이고 포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는 가족친화 영유아발달정책을 우선순위로 두고 민간에서는 모유수유 휴가, 육아휴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며 “아동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영양, 보호, 상호작용 등 부모 대상 프로그램을 통해 보호자 역량강화에도 힘써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신손문
신손문 위원장은 건강한 생애 첫 출발을 위한 법·제도적 지원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건강한 생애 첫 출발을 위한 법적 제도적 지원방안’에 대해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신손문 BFHI 위원장(인제대 부산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이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합계출산율 및 출생아 수가 급격히 줄어든 반면 고위험임산부, 고령산모는 증가하고 있다. 또 분만기관, 산부인과 전문의가 감소하고 있어 사실상 분만 인프라가 붕괴되고 있는 실정이다. 

신손문 위원장은 고위험산모, 신생아를 위한 분만의료기관과 신생아 중환자실 진료체계 확립, 산부인과 및 신생아과 전문인력 확보, 고위험산모와 신생아 이송체계 확립, 기증모유 제공을 위한 모유은행 설립 및 운영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정상 신생아를 위해서는 분만환경 선진화를 통한 모자동실 실천, 모유수유 친화적인 사회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재희 연구위원
이재희 연구위원은 공간정보 시스템(GIS)을 통해 육아인프라 현황과 동향을 연구했다.

마지막 주제발표는 ‘임신 출산 인프라 현황과 대응방안’에 대해 육아정책연구소 이재희 연구위원이 발표했다. 이재희 연구위원은 육아인프라 현황과 동향을 살펴보고 지역별 불균형 진단, 육아인프라 수요예측 등을 통해 인적·물적인프라 대응방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패널토론
패널토론에서는 모자동실, 신생아 집중치료실 개선 등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됐다.

주제발표에 이어 패널토론에는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장윤실 교수, 송파구보건소 이영숙 소장, 국립중앙의료원 중앙모자의료센터 주성홍 센터장(산부인과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고위험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최창원 교수,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오영나 대표,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 최영준 과장 등이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장윤실 교수는 출산 후 엄마와 아이가 자연스럽게 애착관계를 형성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병원은 신생아실에서 신생아들을 집단으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 하지만 이는 집단감염위험을 높일 뿐 아니라 영아 돌연사 위험 노출, 엄마와의 첫 애착 및 모유수유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를 대체하는 것이 모자동실 제도이다. 장윤실 교수는 “신생아가 엄마와 함께 있으면 애착 증진, 모유수유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며 “산모와 신생아가 함께 하는 모자동실이 당연하게 느껴지도록 사회와 병원 전체의 인식이 변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단 모자동실을 시행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산후조리 문화, 다인실 구조가 대부분인 종합병원 시설, 모자동실 시행을 위한 구체적 동인상실 등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주성홍 센터장은 ‘모자의료 접근성과 지역격차 해소방안-모자동실의 필요성 및 중요성’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지역격차, 모자의료체계 부재 등의 문제해결을 위해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 ‘새 정부 110대 국정과제’ ‘필수의료 지원대책’ 등을 통해 분만인프라 유지 및 접근성 강화, 모자의료전달체계 구축 등에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최창원 교수는 ‘고위험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운영현황 및 개선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신생아 집중치료실(이하 NICU) 병상은 총 병상에서 일정 부분은 언제든 고위험산모를 받을 수 있도록 비워둬야 하지만 손실보전책이 없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또 전공의가 주된 의료인력으로 근무했던 NICU가 최근 전공의 부재로 인해 병상을 축소하거나 중증도가 높은 환자는 받지 않는 등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NICU 가동률이 떨어지고 기존 인력도 이탈하고 있다.

최창원 교수는 “기존 NICU 시설·인력을 평가, 등급화 해 각 NICU에서 환자중증도에 맞는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비어있는 NICU 병상에 대한 손실보전책 마련, NICU 의사인력 확보와 지역 간 및 지역 내 불균형 해결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늘 토론회에서 오간 내용들을 바탕으로 모자동실의 장점과 걸림돌, 개선방향 등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아봤다. 

■모자동실, 아이 뇌발달·애착형성에 도움

모자동실은 전문교육을 받은 간호사가 아이를 돌보는 것이 어렵고 아이가 왜 우는지 잘 모르는 산모에게 도움을 주는 제도이다.

분만 후 초기접촉은 아이의 뇌발달, 애착 및 교감형성에 도움이 된다. 이러한 점에서 모자동실은 아이를 많이 안아주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시행된다.

모자동실을 통해 산모는 빠른 시간 안에 모유수유를 할 수 있어 아이와 빠르게 접촉할 수 있고 감염에 대한 면역체나 필요영양소가 충분한 초유를 먹일 수 있다. 모유수유로 긴밀한 모아애착관계를 지속시킬 수 있다. 아이는 엄마에 의존하면서 안정감을 갖게 되고 언제든 모유를 먹거나 안기는 과정을 통해 만족감을 얻음으로써 엄마와의 신뢰감, 애착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이밖에도 모자동실은 ▲모아 애착형성 증진 ▲영유아 발달촉진 ▲산모 양육태도에 긍정적 영향 ▲신생아 집단감염 예방 ▲조기 모유황달 발생감소 ▲모유수유 성공률 향상(유두 혼동방지, 제때 모유수유 가능) 등의 효과가 있다.

■산후조리 문화, 병원 내 다인실구조 등 걸림돌

단 모자동실을 시행하는 데 있어서는 몇 가지 걸림돌이 있다.

먼저 산모들이 체력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산후조리 문화로 인해 갈등을 빚는 문제이다. 최근에는 모유수유에 대한 산모의 자기선택권 존중, 산모의 노령화, 고위험임신 증가로 인한 제왕절개 비율 증가 등이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병원의 구조적 문제. 대부분의 종합병원은 다인실로 구성돼 있다. 특히 한 아이가 울면 다른 아이들도 함께 울기 때문에 아이를 안고 병실 밖에서 서성이는 경우가 많다.

병원이 모자동실 시행을 위해 들여야 하는 노력에 대한 구체적인 동인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모자동실 운영을 위해서는 산모관리, 신생아 돌봄, 모유수유 지도, 응급상황 대처 등에 숙련된 인력배정과 전담간호인력이 배치돼야 한다. 또 모든 의료인력에 대한 모유수유교육 지원, 산전교육 등이 필요해 많은 인력과 교육시간이 투여돼야 한다.

하지만 고위험산모관리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고 모유수유와 신생아관리에 상대적으로 소홀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전문인력 확보, 모자동실 관련 정책 마련해야

모자동실과 모유수유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출산 전 교육이 중요하다. 산모가 모자동실, 모유수유를 인지하고 준비하면서 이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산모가 신체기능 저하, 미관상 문제유발 등 모유수유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모유수유를 꺼려하는 만큼 올바르게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자동실을 수행하는 간호사들이 겪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인력부족이다. 말로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젖물림, 아이의 모유수유 상태파악 등 옆에서 지켜보고 지지해줄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병원의 의지도 중요하다. 따라서 인센티브 제공, 의료기관 평가 및 임상질지표 등의 항목에 모성·신생아 부문을 신설하는 등 병원의 동인을 이끌어낼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정부 차원의 강하고 지속적인 정책도 뒷받침돼야 한다. 모유수유의 장점 홍보와 올바른 정보 제공은 물론 출산·육아휴직뿐 아니라 모유수유로 인한 인사상 불이익이 없도록 근무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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