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토론회는 뒷전...사진만 찍고 자리 뜨는 국회의원
[기자의 눈] 토론회는 뒷전...사진만 찍고 자리 뜨는 국회의원
  • 한정선 기자 (fk0824@k-health.com)
  • 승인 2023.08.10 14:4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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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선 기자

“부끄럽네요. 국민에게 늘 빚진 마음입니다......”

국회 토론회에서 늘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한 의원이 인사말 후 바쁜 약속이 있다고 자리를 뜨는 의원을 보면서 자신이 토론회를 마지막까지 지키는 이유라며 건넨 말이다.

국회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건씩 연일 각종 정책토론회가 개최된다. 국민을 대변하는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이라면 국회 토론회에서 논의되는 정책현안을 정확히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이 자리를 지키는 것이 당연한 직무이자 의무이다. 

그런데도 토론참석자들은 극히 드물지만 토론장에 끝까지 남아준 국회의원에게 연신 감사의 마음을 표하면서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셔서 고맙다”고 말한다. 이게 어찌 감사해야 할 일이 됐는지 착잡하기 그지없다.

흔히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변인이자 종복이라고 말한다. 국회의원은 각각의 독립적인 입법기관으로서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 또 각종 정책토론회를 통해 각계의 의견을 고루 반영하고 이를 입법화해야 할 의무도 있다.

하지만 토론회 자리를 끝까지 지키면서 의견을 경청하는 의원은 거의 없다. 대다수 의원은 인사말을 하고 기념사진을 찍은 후 급한 일이 생겼다거나 바쁘다는 이유로 자리를 비운다. 물론 “추후에라도 토론회 내용은 꼼꼼히 챙겨보겠다”는 말은 잊지 않는다.

간혹 너무 바쁜 의원 때문에 토론회 순서를 바꾸는 경우도 있다. 참석자를 대상으로 채 인사말을 하기도 전에 먼저 단체사진을 찍고 자리를 뜨는 황당한 일도 있다. 이 경우 해당의원 보좌관이나 비서관은 “의원님 활동을 SNS를 통해 홍보는 해야 하고 의원님 일정이 계속 잡혀 있어 어쩔 수 없네요”라며 겸연쩍어한다.

심지어 자신이 단독으로 주최한 토론회에서조차 사진만 찍고 자리를 뜨는 의원도 부지기수다. 간혹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다며 토론장에 아예 나타나지조차 않는 의원도 있다. 이쯤 되면 이분들이 도대체 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야말로 ‘보여주기식 쇼’ 아닌가. 

한바탕 소란이 끝나고 의원이 나간 뒤 토론회장에 남은 토론자와 참석자들은 한순간에 들러리가 된 듯한 허탈함에 얼굴이 일그러지고 이어 맥 빠진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것을 과연 국회 정책토론회라고 할 수 있을까.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내년 총선 준비에 돌입한 의원실 대부분은 지역구에 집중하느라 이제 토론회 열기도 많이 식었다. 오늘도 지역구민에게 한 표를 얻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그 마음으로 앞으로는 국민을 위한 토론회에 진정으로 임해주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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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헌수 2023-08-11 11:07:42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내하심으로 끝까지 싸우시는 우리 박사님을 열열히 응원 합니다.
투표때만 고개숙이는 몬난 넘들이 넘 많아여

한주영 2023-08-10 18:40:19
국민의한표 잘행사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