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상비약, 약국 못지않네
우리집 상비약, 약국 못지않네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8.11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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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신간] 약, 알고 먹는 거니?
최서연 지음/소담출판사/312쪽/1만6800원
최서연 지음/소담출판사/312쪽/1만6800원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라는 속담이 있다. 본디 이 말은 날씨가 더워 좀처럼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 여름철에 감기가 드는 것은 그 사람의 됨됨이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이 뜻에 비춰보면 기자의 됨됨이도 그리 좋지 않은 것 같다. 일 년에 한 번 크게 아플 때가 바로 여름이기 때문이다. 

38도가 넘는 고열과 함께 찾아오는 오한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병원조차 가기 힘들 정도로 엄습하는 근육통을 이겨내며 찬장을 겨우 뒤적거린다. 한쪽에 자리 잡은 ‘비상상비약’을 보고 반가운 마음도 잠시. 아세트아미노펜, 아스피린, 덱스트로메토르판 등 성분이 다른 여러 감기약에 혼란스러워진다. 

약은 사용법을 모르거나 잘못 복용하면 인체에 악영향을 끼친다. 특히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더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다. 

■꼭 식후에 약 복용해야 하나요?

“약 먹으려면 밥을 좀 먹어야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말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약이 그렇지 않다.

종합감기약의 주성분은 ‘아세트아미노펜’이다. 열이 너무 안 떨어진다면 ‘아세트아미노펜+엔세이드’ 조합으로 복용하면 도움이 된다.

이때 아세트아미노펜은 공복 복용이 가능하다. 단 엔세이드는 식후복용이 필수다. 이 성분은 위벽을 보호하는 ‘프로스타글란딘’ 생성을 억제해 속쓰림, 해열, 진통, 소염작용을 한다. 즉 위장장애를 억제하기 위해 식후에 복용해야 하는 것이다. 

복약 간격 역시 주의해야 한다. 종합감기약을 살펴보면 ‘서방정’ ER’ ‘8시간’등의 문구가 들어간 제품이 있다. 이 약들은 최소 8시간의 복용 간격을 꼭 지켜야 한다. 체내에 서서히 방출돼 긴 시간 동안 유효 농도가 유지되도록 설계됐기 때문. 복약 간격을 지키지 않으면 약이 간에서 적절히 대사되지 못하고 독성물질이 돼 오히려 간을 공격할 수 있다.

■일러스트와 함께하는 일상생활 속 질환

약국에 방문했지만 막상 약사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소화가 안 되는 것 같기도, 아랫배가 아픈 것 같기도, 속이 울렁거리는 것 같기도 하다. 복용약은 증상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도 정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시중의 여러 책과 다르다. 대부분의 책은 증상보다 약의 효용성에 관해 서술돼 있다. 또 우리가 익숙한 ‘타이레놀’ ‘아스피린’처럼 제품명으로 서술한 것이 아니라 ‘아세트아미노펜’ 등 성분명으로 설명하기 때문에 더 어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책은 아기자기한 일러스트로 직관적인 증상을 표현해 일반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이는 아마 저자인 최서연의 독특한 이력 때문일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입시 미술을 했고 미술사학 석사, 미술 업계에서 일을 했다. 이후 약학대학을 졸업해 그림 그리는 약사가 된 것이다.

또 다른 서적처럼 많은 증상을 설명하지 않고 총 6장으로 나눠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겪는 증상들 위주로 내용을 담았다. 

1장은 ‘감기약 주세요’로 감기약과 관련한 주요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다. 2장은 ‘다쳐서 피가 나요’로 소독, 상처난 데 바르는 약, 상처 보호가 필요할 때, 흉터, 화상 등 상황별로 나눠 내용을 전개했다. 

3장에서는 ‘속 불편함’, 4장에서는 ‘뾰루지’ 등 피부와 관련된 이야기도 나온다. 5장에서는 ‘생리통’에 관련한 피임약, 진통제 등이 다뤄지며 복용 시 주의사항이 자세히 서술돼 있다. 이밖에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일반의약품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복약지도라는 것이 있다. 의약품의 명칭, 용법, 용량, 효능, 효과, 저장방법, 부작용, 상호작용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일반의약품의 판매에 있어 구매자가 필요로 하는 의약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 책은 일종의 복약지도서인 셈이다. 곁에 두고 적극 활용하면 약국 못지않게 우리집 상비약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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