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되지 않는 슬픔…극복할 수 있는 열쇠는?
해결되지 않는 슬픔…극복할 수 있는 열쇠는?
  • 유인선 기자 (ps9014@k-health.com)
  • 승인 2023.08.29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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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신간] 모호한 상실: 해결되지 않는 슬픔이 우리를 덮칠 때
폴린 보스 지음/작가정신/308쪽/1만6000원
폴린 보스 지음/작가정신/308쪽/1만6000원

“000를 찾습니다.”

지하철역부터 전봇대까지 길을 걷다보면 누구나 한 번쯤 봤을 현수막·전단지 속 문구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상실을 경험한다. 작게는 아끼는 물건을 잃어버리는 것부터 크게는 반려동물이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것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상실은 확실하고 대비 가능하지만 실종, 사고로 인한 이별 등 급작스러운 육체적 부재부터 뇌손상·중풍·알츠하이머병 등 심리적 부재까지 불확실하고 예기치 못하는 상실을 겪기도 한다.

이별은 우리에게 큰 아픔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확실하고 예상 가능한 경우인지, 불확실하고 예기치 못하는 경우인지에 따라 양상은 다르게 나타난다. 전자라면 장례·제사를 치르고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하며 슬픔을 이겨낼 수 있지만 후자라면 감정을 해소하지 못한 채 오랜 기간 기쁨과 슬픔을 오가며 절망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해결할 수 없는 슬픔을 맞닥뜨렸을 때 일어난 일이 불확실하다는 사실 자체를 먼저 인지해야 한다”

이번에 소개할 ‘모호한 상실: 해결되지 않는 슬픔이 우리를 덮칠 때’의 한 구절이다.

미국 미네소타대 가족사회학 명예교수이자 임상심리전문가로 활동하며 ‘모호한 상실 온라인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저자 폴린 보스 박사는 사람이 뚜렷하지 않은, 예상치 못한 이별을 마주하면 상황을 정상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어 제대로 슬퍼할 수조차 없다고 말한다. 상실감을 느끼면서도 온전한 상실감을 인지하지 못해 혼란스러운 감정이 애도의 과정을 막는다는 것.

그런데 이 상황을 그저 방치하면 사람은 희망에서 절망으로 곤두박질치다 되돌아오는 과정을 반복, 그 결과 우울·불안 등 정신적 질병부터 육체적 질병이 뒤따르게 된다고 설명한다.

이에 저자는 불분명하게 이별한 상태를 ‘모호한 상실’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면서 모호한 상실을 겪고 있다면 모든 일이 불확실하다는 사실을 ‘인지’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상황을 정의 내려야 상실을 극복하고 이후 삶으로 나아갈 수 있게 스스로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이별을 마주하는 것만큼 삶을 무너뜨리고 힘들게 하는 일은 없다. 이러한 상실을 겪는 경우 대체로 원인을 찾고 확실한 답을 얻고자 하기 때문이다. 또 상황 자체가 명백하지 않기에 답을 찾는 과정에서 ‘어쩌면 이 일이 자신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닐까’하는 자기 비난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가 상실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갖는 정신적인 트라우마로 벌어지는 일이라고 꼬집으며 본질적으로 개인이 해결하기 힘든 상황에 놓였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상담 사례들을 바탕으로 내재된 우울과 상실을 안은 상태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그는 책을 통해 상실을 겪는 과정을 ▲응고된 슬픔: 슬픔이 해결되지 않은 채 굳어진 상태 ▲예상치 못한 이별: 해결되지 않은 상실의 유형 ①육체적 부재 ▲이별할 수 없는 이별: 해결되지 않은 상실의 유형 ②심리적 부재 ▲끝나지 않는 상실 ▲사랑하기 때문에-희망과 절망 사이 ▲상실을 각자, 그리고 함께 겪어야 하는 ‘가족’ ▲ 상실을 받아들이는 터닝 포인트 ▲내 안의 슬픔과 조용히 대면하기 ▲끝나지 않는 상실의 지평선에서 등 총 9단계로 분류해 세밀하게 분석, 사람의 내면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은 내면의 슬픔을 받아들이고 온전히 극복할 수 있게 돕는 가이드북이다. 모호한 상실을 겪었다면 이 책을 통해 극복의 길로 한 걸음씩 내디뎌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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