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기술, 현대인 수면건강에도 효자 노릇 ‘톡톡’
인공지능(AI)기술, 현대인 수면건강에도 효자 노릇 ‘톡톡’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8.29 04: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수면의 질 향상과 수면질환 조기진단·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인공지능(AI) 솔루션이 개발되고 있다.

건강을 위해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 있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늘었지만 여전히 수면의 질은 빨간불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불면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꾸준히 증가했다(2017년 56만855명→2021년 68만4560명).

불면증 등의 수면질환은 신체·정신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려 조기진단·치료해야 한다. 물론 잘못된 수면습관을 교정하고 올바른 수면습관을 유지하는 개인의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의료에 적극 접목되면서 수면 학계에도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수면습관 개선뿐 아니라 수면질환의 조기진단·치료를 이끄는 다양한 인공지능(AI) 모델이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인영 교수, 에이슬립 AI총괄 김대우 박사

대표적으로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인영 교수 연구팀(공동 교신저자 에이슬립 AI총괄 김대우 박사)은 집에서도 정확하게 수면단계를 측정할 수 있는 AI모델을 개발했다.

사람은 자는 동안 각성→얕은 수면→렘(REM)수면→깊은 수면에 이르는 수면단계를 거친다. 정상적인 수면에서는 각 단계가 일정한 비율로 관찰되며 피로를 해소하고 기억을 저장하는 기능을 한다. 우리가 충분히 자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여러 신체적·심리적 요인 등으로 정상적인 수면 구조가 변하게 된다. 이 경우 수면의 질이 저하되고 심하면 불면증 같은 수면장애로 이어진다.  

수면장애를 진단하는 대표적인 검사로는 수면다원검사가 있다. 병원에서 받을 수도 있지만 가정에서 자는 동안의 호흡을 모니터링하는 가정용 수원다원검사도 시행할 수 있다. 가정용 수면다원검사는 병원에서 진행하는 수원다원검사와 비교해 실제 환자들이 잠자는 것과 유사한 환경에서 이뤄지는 만큼 더욱 정확하게 수면단계를 측정할 수 있다.

연구팀은 바로 이러한 점에 착안해 집에서 수면 중 스마트폰으로 녹음된 6600시간의 소리 데이터를 비롯해 가정용 수면다원검사 데이터와 가정용 수면다원검사 중 스마트폰을 통해 녹음된 270시간의 숨소리 데이터를 동시에 활용, 가정에서 잠을 잘 때 발생하는 다양한 소리를 AI모델에 학습시켰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전에 개발한 수면단계 예측 AI모델은 병원에서 진행하는 수면다원검사결과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사용자들이 집에서 잠을 잘 때 발생하는 다양한 소음과 이벤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AI모델에 수면 중 발생하는 다양한 소리를 학습시키고 실제 수면환경에 가까운 가정용 수면다원검사결과를 활용해 검증을 거쳐 정확도를 높였다. 

가정용 수면다원검사 결과(가장 위)를 활용해 정확도를 검증한 결과 연구팀의 기존 AI 모델(가장 아래)과 비교해 새롭게 개발한 AI 모델(가운데)은 붉은색으로 표시된 불일치도가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가정용 수면다원검사 결과(가장 위)와 새롭게 개발한 AI 모델(가운데)의 유사도가 더욱 높음).

그 결과 연구팀이 병원에서 진행한 수면다원검사 결과를 학습시킨 AI 모델을 가정에 적용했을 경우 병원에서 측정한 결과 대비 약 85% 수준인 것에 비해 가정환경의 소리 데이터를 학습한 이번 AI 모델은 기존 모델보다 약 10%p 높은 성능을 보였다.

윤인영 교수는 “병원 환경을 기반으로 한 기존 AI모델과 비교해 가정환경에서도 높은 정확도로 수면단계를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이번에 개발한 모델을 활용해 평소 수면 양상을 파악한다면 수면 관련 질환을 조기에 진단하고 적극 치료받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순천향대부천병원 이비인후과 최지호 교수

개인의 수면 생체신호를 파악할 수 있는 AI판독시스템도 개발됐다. 특히 이 시스템은 수면질환 진단솔루션으로는 아시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획득하는 큰 결실을 맺었다.

수면 생체신호는 뇌파, 안구운동, 턱 및 다리 근전도, 심전도, 호흡기류 및 노력, 산소포화도, 자세, 코골이 등 수면상태를 파악하거나 수면질환 진단을 위해 수면 중 모니터링하는 다양한 생체신호를 뜻한다. 한 사람의 수면을 파악하려면 숙련된 인력이 직접 6~8시간의 수면 생체신호를 30초 단위로 판독하기 때문에 약 2~4시간이 소요된다.

이러한 제한점을 극복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을 이용한 판독시스템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왔지만 그간 복잡하고 이질적인 생체신호 특성 때문에 사람이 직접 판독하는 수준까지 AI판독시스템이 발전하기는 매우 어려웠다.

하지만 순천향대부천병원 이비인후과 최지호 교수팀(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석훈 교수‧아주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김현준 교수‧충남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김용민 교수‧건국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조재훈 교수)과 인공지능 슬립테크기업 허니냅스는 사람의 판독수준만큼 정확하고 신속한 분석이 가능한 수면 생체신호 AI판독시스템 ‘솜눔(SOMNUM)’을 개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시스템의 분석시간은 약 5분 내외이다. 기존 수면진단 AI가 영상이미지 판독에 편중돼 있던 것과 달리 솜눔은 다채널·시계열 생체신호 데이터 기반 진단 알고리즘이며 딥러닝을 기반으로 다채널 대용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최근에는 솜눔을 이용한 주요 연구들이 저명 해회학회에서 발표되거나 SCIE급 논문에 게재되며 그 효능과 유효성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2019년 세계수면학회에서는 ‘자동화된 수면단계점 점수 인터넷 알고리즘의 유효성 검사 : 신경망 알고리즘’이란 제목의 연구가, 올해 6월 미국수면의학회에서는 ‘성인의 자동 호흡사건 채점을 위한 견고한 하이브리드 알고리즘’이란 제목의 연구가 발표됐다. 또 지난해 SCIE급 국제학술지 ‘Medicina’에는 ‘딥러닝 알고리즘을 사용한 자동 수면단계 채점에 대한 검증 연구’가 게재됐다.

최지호 교수는 “향후 생체신호 AI 판독기술은 획기적인 성능 향상을 통해 세계인의 수면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수면질환 진단뿐 아니라 일부 심혈관계, 신경계, 근육계질환 등을 감지하거나 예측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