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과 대변, 뭐가 다를까
소변과 대변, 뭐가 다를까
  • 심봉석 이대목동병원 교수
  • 승인 2014.01.2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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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은 대변과 같은 배설물로 취급받지만 음식물에서 영양분을 흡수하고 남은 찌꺼기로 세균이 포함돼 있는 대변과는 전혀 다르다. 소변은 신체를 유지하기 위한 대사과정에서 생긴 부산물이 피에 녹아 신장으로 이동돼 만들어진 액체다. 콩팥이라고도 하는 신장에서 피 속의 물질들을 거르고 물에 녹여 소변을 만드는 과정에서 과다한 수분과 나트륨·칼륨 등의 전해질을 조절해 함께 배출하게 된다. 그래서 소변은 전해질과 각종 무기·유기화합물이 들어있는 귀중한 물질이다.

24시간 쉬지 않고 작동해 소변을 만드는 신장과 소변의 이동·저장·배출역할을 하는 장기인 신우, 요관, 방광, 요도를 합쳐 비뇨기계라고 칭한다. 비뇨기계의 역할은 건강한 소변을 만들어 원활하게 흐르게 하고 잘 저장했다가 때가 되면 시원하게 방출하는 것이다. 따라서 비뇨기계를 한자로 ‘편하게 흐를 비(泌)’와 ‘오줌 뇨(尿)’를 써서 泌尿器系라고 한다.

 
대사과정과 전해질조절의 결과로 만들어진 소변은 건강함의 척도이며 소변이 자연스럽게 흐르게 해주는 비뇨기계는 삶의 질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소변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거나 흐름과 배출에 문제가 생기면 배뇨장애라는 불편함뿐 아니라 수분과 노폐물이 쌓여 ‘요독증’이라는 치명적인 질환이 생긴다. 심장병과 뇌혈관질환의 위험도와 사망률도 높아진다.

소변에 들어있는 다양한 성분 때문에 옛날에는 여러 용도로 사용됐는데 클레오파트라와 양귀비는 피부탄력을 유지하기 위해 소변으로 목욕했다고 한다. 세탁세정제로 쓰이기도 했으며 인도 아유베다요법에서는 치료제로도 사용됐다. 아직도 혈전용해제인 유로키나제는 소변에서 추출해 만든다.

대다수 사람들은 소변이라고 하면 먼저 특유의 지린내가 나는 노란색을 떠올린다. 하지만 신선한 소변은 냄새가 없고 색깔이 없거나 아주 옅은 갈색을 띈다. 소변에 들어있는 요소나 요산이 공기에 노출돼 암모니아로 바뀌어 지린내가 나며 수분이 증발하고 남은 성분 중 유로크롬이란 물질 때문에 노랗게 보이는 것이다.

소변은 노폐물이 아니라 여러 장기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성분의 물질과 전해질로 구성돼 있다. 이 때문에 각 장기의 건강정도에 따라 소변상태가 달라진다. 화장실에서 스스로 관찰하는 것만으로 쉽게 알 수 있는데 소변보러 가는 횟수, 급한 정도, 시원함 등 배뇨상태와 소변 양, 색깔, 냄새, 혼탁도를 살펴보면 된다.보통 한번에 300mL씩 여름에는 6회, 겨울에는 8회 정도 소변을 본다. 물을 많이 마시거나 수분 함량이 많은 식품을 섭취하면 횟수가 잦고 양도 많아진다.

소변냄새가 진해지거나 색깔에 이상이 있더라도 반드시 병적인 상황은 아니다. 탈수가 심하면 소변이 농축돼 샛노래지고 먹는 음식이나 약제에 따라 색깔이 바뀔 수 있다.

과로했거나 육류, 우유, 치즈를 많이 섭취했을 땐 소변이 탁해진다. 술이나 카레, 양파를 먹은 후에는 역한 냄새를 풍기기도 한다. 자신의 소변상태가 정상과 다르다고 무조건 걱정하지 말고 먼저 하루생활을 확인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단 선홍색이나 붉은색 소변은 비뇨기계의 급성출혈 때문인데 40대 이후라면 암일 가능성이 있어 어쩌다 한번 보였더라도 바로 비뇨기과를 찾아 정밀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소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에 가는 횟수는 일 년에 무려 2000회 이상이다. 그만큼 비뇨기계는 우리 일상의 한 부분이다. 평소에는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 지내다가 불편함이 생긴 후에야 생활과 얼마나 밀접하고 중요한지를 알게 된다. 새해를 맞아 어려운 결심을 하기보다 건강을 위해 하루에 한 번씩이라도 자신의 소변을 확인하는 습관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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