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의 진료공백은 없다…“필수의료까지 책임지는 공공의료기관 될 것”
더 이상의 진료공백은 없다…“필수의료까지 책임지는 공공의료기관 될 것”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9.05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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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로봇수술센터 개소…전립선암 로봇수술 첫발
심혈관센터 확장 등 중증·응급질환 인프라 구축 만전
호남 최대 전문재활센터 운영…맞춤재활로 삶의 질↑
이삼용 병원장은 “이제 광주보훈병원의 사전에 진료 공백이란 없다”며 “그간의 우려를 씻을 수 있도록 혁신적인 변화를 통해 국가유공자와 지역주민 모두를 위한 공공의료기관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고, 또 여기까지 오시느라 노고 많았습니다.”

이삼용 광주보훈병원장의 따뜻한 환영 인사에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4년 전으로 돌아간 듯했다. 2019년 첫 지방병원 취재차 전남대병원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병원장으로서 든든한 가이드가 돼 주었기 때문. 

광주보훈병원은 지난해 초 의료진의 집단 사직으로 매우 큰 진료공백이 발생했다. 그는 당해 9월 병원장으로 부임하면서 전 직원들과 합심해 병원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였다고. 호남권을 책임지는 공공의료기관이 무너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올해 3월부터 의료진이 차츰 충원되면서 진료체계를 재정비, 마침내 정상화에 이르렀다.  

이삼용 병원장은 “환자들이 진료를 못 받는 상황을 어떻게서든 극복해야 했다”며 “이제는 강점 진료과의 의료서비스 질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고 중증·응급의료 인프라를 구축해 필수의료에도 신속 대응할 수 있는 수준 높은 공공의료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다른 훌륭한 의료진들이 이 청사진에 대해 더 자세하게 설명해줄 것이라면서 서둘러 기자를 이끌었다. 그와의 두 번째 투어가 시작됐다. 

■전립선센터…전립선암 로봇수술로 제2 도약

광주보훈병원 전립선센터는 지역에서 유일하게 비뇨의학과 전문의 4인이 포진해 전립선질환을 치료하고 있다.

“아버님, 다음 진료일은 이날이시네요. 약 잘 챙겨 드시고요.”

“아버님, 잠시만요. 제가 차례로 안내해드릴게요.”

꽤 넓은 공간이 환자들로 빼곡하게 채워졌다. 의료진은 진료받고 나온 환자들과 대기환자들의 동선이 섞이지 않도록 역할을 분담, 안내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곳은 광주보훈병원의 가장 큰 강점인 전립선센터. 광주보훈병원은 원내 가장 많은 외래환자를 차지하고 있는 전립선질환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하고자 호남 최초로 지난해 11월 전립선센터를 개소했다.

“이분은 꼭 뵈어야 해요.” 이삼용 병원장이 신신당부한 의료진은 전립선센터를 이끌고 있는 오병석 비뇨의학과 전문의(제2 진료실장). 그는 광주·전남을 통틀어 최단기간 전립선비대증 홀뮴레이저수술 1100례를 돌파한 지역 명의로 통한다. 

오병석 실장은 전립선암 로봇수술이 센터를 믿고 찾아주는 환자들에게도 획기적인 선물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오병석 실장이 잠시 짬을 내 기자를 맞이했다. “환자 분들이 든든할 것 같다”고 첫인사를 건네자 그는 “저를 포함해 비뇨의학과 전문의 4명이 힘을 합치고 있는 덕분”이라고 말했다. 광주 북구와 광산구를 비롯, 비뇨의학과 전문의 1명 이상이 근무하는 곳은 광주보훈병원이 유일하다. 

10월에는 더 큰 변화를 맞이한다고. 지방보훈병원 최초로 로봇수술센터를 개소하는 것이다. 첫 로봇수술 스타트는 전립선센터가 끊을 예정이다.   

오병석 실장은 “물론 지금 시행하고 있는 복강경수술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요실금, 발기부전 등 전립선의 기능적인 측면에서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며 “하지만 로봇으로는 10배 넓은 시야를 확보해 주변 신경을 보존하면서 수술할 수 있어 전립선기능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중앙보훈병원이 먼저 로봇을 도입했다는 소식을 듣고 서울행을 감행한 환자 분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수술부터 수술 후 관리까지 이곳에서 바로 해결해드릴 수 있어 안심”이라고 뿌듯해했다. 

“로봇수술이 시작되는 하반기는 우리 센터가 또 한 번 도약하는 시점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변화가 낯설 수 있는 환자들을 위해 정확한 설명으로 정직한 진료를 할 겁니다. 서울에서도 꼭 지켜봐 주세요.”

그의 각오 속에서 센터와 환자들에 대한 애정이 동시에 느껴졌다. 

■심혈관센터…탄탄한 협진으로 시술 성공률↑

광주보훈병원 심혈관센터에는 심장초음파실과 심혈관조영실이 인접해 있어 보다 신속한 검사와 치료가 이뤄질 수 있다.

다음 목적지는 작지만 강한 ‘심혈관센터’. 광주보훈병원은 순환기내과를 중심으로 관상동맥질환 스텐트시술은 물론 말초동맥질환, 대동맥류, 심부정맥혈전등 등 다양한 심혈관질환에 대한 맞춤시술을 시행하고 있다. 

막 시술이 시작돼 내부는 자세히 볼 수 없었지만 강원유 심혈관센터장의 설명으로 그 역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강원유 심혈관센터장은 “2004년 심혈관조영술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매년 1000건 이상의 관상동맥질환시술을 시행하고 있다”며 “물론 대학병원에 비해서는 적은 건수이지만 성공률이 매우 높고 합병증은 매우 낮다는 점에서 대학병원과 견줘도 손색없다”고 말했다.

물 흐르듯 흘러가는 협진체계도 큰 원동력. 예컨대 입원환자 중 심장질환 의심환자가 있다면 바로 순환기내과에 협진이 의뢰돼 진료를 시행한다. 이후 심장초음파, 심장CT 등의 검사와 관상동맥조영술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심장초음파실, 영상의학과 의료진이 힘을 합친다. 또 하지동맥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발생해 정형외과에서 협진을 의뢰하는 경우에도 즉각 시술이 진행될 수 있도록 협진체계가 가동된다고. 

강원유 심혈관센터장은 우리만의 내실있는 협진시스템으로 매년 1000건 이상의 관상동맥질환시술을 안정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원유 심혈관센터장은 “외래환자도 방문 당일 심장초음파와 각종 혈액검사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금식시간이 유지된 상태라면 당일 CT검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심혈관질환은 신속한 대응이 필수인 만큼 평소 협업이 필요한 진료과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 최신지견을 공유하면서 더 좋은 치료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과정도 필요하죠. 바쁜 시간을 쪼개서라도 학회에 꼭 참석하는 이유가 있답니다.”

이삼용 병원장은 내년에는 한층 더 강해진 심혈관센터의 모습을 기대해봐도 좋다며 강원유 심혈관센터장의 말에 힘을 실었다. 그는 “로봇수술센터 개소와 함께 필수의료 인프라 확충의 일환으로 심혈관센터도 확장할 계획”이라며 “흉부외과 의료진도 영입해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도 신속하게 치료할 수 있도록 역량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행히 정부에서도 중증질환 인프라 확충에 대한 병원의 의지에 공감하고 재정적 지원(183억원)으로 힘을 싣기로 했다. 덕분에 광주보훈병원은 향후 3년에 걸쳐 심혈관센터, 수술실, 응급실, 중환자실 등의 인프라 확충에 착수할 수 있게 됐다.

■전문재활센터…맞춤재활로 일상 회복까지 확실하게 

(왼쪽부터) 착용형보행보조로봇을 착용한 환자가 치료사와 함께 걸을 준비를 한 뒤 점차 속도를 올리면서 트랙을 돌고 있다.

“우리 병원의 최대 자랑거리라 마지막 코스로 정했지요. 곳곳에 볼 것들이 많거든요.”

이삼용 병원장이 마지막으로 소개한 곳은 광주보훈병원의 꽃인 전문재활센터. 지상 7층 규모로 호남권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80여명의 전문의료진과 직원들이 환자와 합을 맞춰 매일같이 구슬땀을 흘린다. 

이날도 치료사와 환자들이 한 팀을 이뤄 열심히 재활에 매진하고 있었다.  

기자를 반갑게 맞이한 윤서라 재활센터장(제1 진료실장)이 “여러 재활치료장비를 보면 아마 더 놀라실 겁니다”라면서 기자를 어느 한 곳으로 데려갔다. 그곳에는 한 어르신이 마치 만화 속에 등장하는 로봇차림을 하고 한 발 한 발 앞으로 전진하고 있었다. 

“저건 보행장애가 있는 환자들의 보행재활훈련을 돕는 착용형보행보조로봇입니다. 환자의 보행의도와 움직임을 파악하는 센서(11개)들이 장착돼 있어 혼자 힘으로 걷기 어려운 환자들도 걸음을 내디딜 수 있죠. 이 과정에서 환자들이 자연스럽게 근육을 사용하면서 보행기능을 점차 회복하는 원리입니다. 세상 참 좋아졌지요?”

어르신은 속도를 올리면서 나중에는 트랙 한 바퀴를 거뜬히 돌았다. 옆에 계신 보호자 어르신이 보내는 응원 박수에 기자도 마음을 보태 빠른 회복을 기원했다. 

물의 와류를 통해 혈액순환을 돕는 수치료기(왼쪽)와 삼킴재활치료를 시행하고 있는 모습.

다른 한쪽에서는 바이오피드백치료, 등속운동치료, 무중력보행치료, 균형훈련치료 등 다양한 운동치료가 시행되고 있었다. 특히 이날은 사진으로만 접하던 삼킴재활치료, 언어치료, 수치료현장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또 언제 기회가 닿을까 싶어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윤서라 재활센터장은 “재활이 필요한 부위가 환자마다 모두 다르다는 점에서 최대한 다양한 재활치료장비를 도입해 맞춤재활치료를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웬만한 큰 병원에서도 정말 보기 힘든 풍경이에요.”

투어를 마치고 기자가 건넨 말에 윤서라 재활센터장은 깊이 공감하면서 재활치료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모든 병원에 재활치료공간이 마련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요. 하지만 재활의 영역이 아예 배제돼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재활은 부수적인 것이 아니라 건강한 일상 회복을 위한 또 하나의 필수과정이니까요. 저희 센터가 그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사명감을 갖고 환자들의 일상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윤서라 재활센터장은 “재활은 건강한 일상 복귀를 위한 필수과정”이라며 “고령인구가 늘고 삶의 질이 중요해진 시대에는 더욱 그 가치가 크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코스로 완벽했다고 하자 이삼용 병원장은 “보훈병원에 대한 고정관념도 많이 없어졌지요?”라고 물었다. 보훈병원은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만 이용 가능하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는 것. 그는 이 고정관념을 깨고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지역 공공의료기관으로 거듭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해는 어찌나 마음이 무겁던지요. 그래도 이때 스스로 명심한 바가 있습니다. 인력 충원에 급급하기보다 전문성과 인성을 겸비한 진짜 의사들과 좋은 병원을 만들어야겠다고 말이죠. 이제 저희 사전에 진료공백이란 없습니다.” 

비가 오고 나면 땅이 굳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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