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기공 업무범위 명확히 정립해야 vs 직역 간 싸울 때 아냐”
“치과기공 업무범위 명확히 정립해야 vs 직역 간 싸울 때 아냐”
  • 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3.09.06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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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숙·최연숙·강은미·이수진 의원,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개선방안 : 치과기공 관련 제도개선을 중심으로’ 토론회 개최
토론회
오늘(6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는 치과기공 관련 제도개선에 대해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불명확한 업무범위로 인해 보건의료 직역 간 갈등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의사·치과의사가 의료기사*의 업무를 다른 보건의료인력이나 심지어 무면허자에게 전가하는 등 불법행위 역시 만연하고 있다.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아래 진료나 의화학적 검사에 종사하는 사람.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치과기공사, 치과위생사가 이에 속함. 

이에 오늘(6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는 의료기사의 업무체계, 특히 치과기공 관련 제도개선에 대해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최연숙·강은미 의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수진 의원(비례대표) 등은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개선방안 : 치과기공 관련 제도 개선을 중심으로’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최연숙 의원(국민의힘)은 “그동안 8개 분야의 의료기사들은 보건의료발전과 보건복지 향상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해왔다”며 “하지만 업무제약과 규제 미비 등으로 양질의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변화하는 사회 흐름에 맞춰 전문성을 갖춘 의료기사들이 질 높은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법·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은미 의원(정의당)은 “의료법과 의료기사법이 시대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의사의 지도’라는 모호하고 지나치게 포괄적인 문구는 의료기사의 업무 발전을 담아내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토론회를 통해 의료기사 관련 법률이 현재의 의료환경을 반영하고 나아가 미래지향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개선방안이 도출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원일 교수
김원일 교수는 의료기사 종별 업무범위를 준수하는 선에서 의사나 치과의사가 지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는 목원대 생명과학부 권혜영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됐다. 먼저 이화여대 간호대학 김원일 교수가 ‘의료기사 및 치과기공 관련 제도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원일 교수는 “의료기사 종별 업무범위를 준수해 의사나 치과의사가 치과기공사·치과위생사를 지도하도록 명확히 법률에 규정해야 한다”며 “치과의사는 반드시 의료기사의 업무로 정해진 것에 대해서만 지도나 의뢰를 해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어 “적정하고 공정한 가격체계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치과기공소 개설은 치과기공사에 한정하는 등 현행법 정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토론
패널토론에서는 현행 의료기사법의 문제점, 이전 판례 분석 등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패널토론에는 마산대 치기공과 유진호 교수, 대한치과의사협회 송종운 치무이사, 대한안경사협회 윤리법무위원회 윤일영 위원장, 의료기사노동개선위원회 최병진 위원장,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제완 교수, 보건복지부 구강정책과 이지은 과장 등이 참석했다.

유진호 교수는 “치기공 기술의 핵심은 과학에 기반을 둔 기술이자 동시에 숙련을 요구하는 의료료기술분야”라고 말했다. 이어 “치과진료는 치과의사에게, 치과기공물 제작 업무는 치과기공사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일영 위원장은 “의사와 그 외 직종 간 불분명한 업무범위를 조정하고 필요시 중복 부분을 허용해 의사의 지나친 업무부담을 줄여야 한다”며 “이와 함께 보건의료인력 양성 및 인력관리체계 강화를 위한 면허갱신제 도입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의료영역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의료행위 등과 관련해서는 사례 중심 판결을 하고 있다”며 “이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에 대한 협의도 필요하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최병진 위원장은 “의료기사법에 의료인이 들어와 있는 것이 이해가 안 되며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고 일갈했다.

김제완 교수는 “판례를 보면 의료기사가 워낙 다양하고 어느 면에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등이 라이선스마다 달라 이를 다 따져봐야 한다”며 “설령 허용범위 내에 포함돼 의료기사의 행위가 의료인의 지도를 받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라이선스 내에서 지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 체계는 치과기공사들이 치과의사 앞에서 경쟁하는 것”이라며 “소비자 대상으로 한 경쟁이 있어야 수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더해 “장기적으로 치과의사는 의료소비자(환자)에게 기공물을 처방하고 환자는 어느 치과기공사에 가면 더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을지 선택한 후 의사에 통보해 기공사에게 구체적인 방향을 제공하는 것이 수가경쟁을 통한 국민 구강건강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지은 과장은 “치과기공소 개설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직역 간 대립이 있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각각 다른 만큼 신중한 검토와 소통이 필요하다”며 “소통과정에서 정부도 함께 참여해 대화를 이끌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치과의사협회 측은 개정안과 토론회 내용에 대해 적극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송종운 치무이사는 치과의사의 직업수행 자유 침해, 독점적 권한부여로 영리화 가속화 야기, 국민의 의료서비스 질 저하, 최첨단 치과기자재 변화속도에 역행, 타당성이 부족한 법률안 개정, 법 개정 목적에 대한 논거 부족, 법 개정시기에 대한 당위성 부족 등을 반대 근거로 들었다.

특히 그는 7월 20일 최연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과 관련해 목소리를 냈다. 송종운 치무이사는 “법안을 발의할 때 치협 측과 어떤 상의와 토론도 없었다”며 “반대 의견을 듣지도, 설득하지도 않고 어떤 법 개정을 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협력관계에 있어야 할 직군인데도 서로 협의하지 않고 이렇게 반쪽짜리 법안을 입안한 것은 의원실의 책임이 크다”며 “법안을 바꿀 때는 감정적으로 바꿔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종운 치무이사는 “문제가 있다면 이를 정확히 지적하고 권한을 제한하거나 뺏으려면 명확한 근거와 데이터를 제시해야 한다”며 “모든 직역이 머리를 맞대고 서로 이해하면서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이런 식으로 개정하면 대립군과의 첨예한 싸움만 될 뿐이며 특히 법률이 개정된다고 해도 치과의사들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김원일 교수는 “지금부터라도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논의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직역 간 논의를 꾸준히 하며 법안이 통과되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이밖에 플로어에서도 여러 의견이 쏟아졌다. 특히 대한치과의사협회 홍수현 부회장은 “닥터나우, 로톡 등 전문가가 아닌 기업이 만든 플랫폼이 성행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치과기공사라는 직업 자체가 소멸하지는 않을까 하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치과의사들과 치과기공사들이 함께 협력해도 모자랄 판에 치과기공소 설립자격을 치과기공사로 한정하느냐 마느냐 얘기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지고 한가한 소리”라며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업무범위 설정, 바람직한 방향으로 함께 힘을 합쳐 제도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더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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