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탱자, 과일에선 밀려도 건강 효과만큼은 최고
[한동하의 식의보감] 탱자, 과일에선 밀려도 건강 효과만큼은 최고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9.1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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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탱자가 익어가는 모습은 귤, 유자 등과 아주 비슷하다. 하지만 그 맛은 천지 차이다. ‘유자는 얼었어도 선비 손에 놀고 탱자는 잘 생겨도 거지 손에 논다’라는 속담도 있다. 모두 탱자를 무시하고 얕본다. 하지만 탱자에는 어느 과실도 흉내 낼 수 없는 특별한 효능이 있다. 오늘은 탱자의 효능에 대해 살펴보겠다.

탱자나무(Citrus/Poncirus trifoliata)는 무환자나무목 운향과 탱자나무속(귤속) 탱자나무종의 과실수를 말한다. 중국이 원산지로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에서 자란다.

‘강남에서는 귤이 되고 강북에서는 탱자가 된다’ 또는 ‘귤이 회수(淮水)를 넘어 북쪽에서는 탱자가 된다’라는 말이 있다. 지역에 따라 식물의 특성이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귤과 탱자는 생물학적으로 다른 종으로 단지 북쪽의 찬 지역에서는 귤이 자라지 않을 뿐이다.

탱자나무는 한자로 지(枳)라고 하고 그 열매는 지실(枳實) 또는 지각(枳殼)이라고 한다. <본초강목>에는 ‘지실(枳實)과 지각(枳殼)은 같은 것이다. 작은 것[지실]은 그 성질이 강렬하면서 신속하고 큰 것[지각]은 그 성질이 약하면서 느리다’고 했다. 지실은 어린 것을 말하고 지각은 다 자란 것을 뜻한다. 귤로 따지만 청귤피(靑橘皮)와 진귤피(陳橘皮)의 차이다.

지실과 지각은 성숙도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어린 열매는 지실(枳實)이라고 하고 다 자라서 성숙한 열매를 지각(枳殼)이라고 한다. 효능은 대동소이하면서도 약간 다르다.

<본초강목>에는 ‘지각은 상부를 주치하고 지실은 하부를 주치한다. 상부는 기(氣)를 위주로 하고 하부는 혈(血)을 위주로 한다. 따라서 지각은 흉격과 피부, 체모의 병을 주치하고 지실은 가슴, 배, 비위의 병을 주치하니 대동소이하다’라고 했다. 이것을 보면 지실과 지각은 서로 통용되지만 지실이 지각보다 약성이 강함을 알 수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통틀어서 탱자의 효능으로 살펴보겠다. 전체적인 명칭은 탱자로 하고 문헌상의 지실과 지각의 명칭은 때에 따라 그대로 두겠다.

탱자는 맛이 쓰고 성질은 차고 독이 없다. 오래 묵은 것이 좋다. 사용할 때는 속씨를 제거하고 한 번 볶아서 쓴다. 지실의 경우는 속씨를 제거하기 힘들지만 특히 지각의 속씨는 제거해야 한다. 전통적으로는 밀기울과 함께 섞어 볶아서 사용했다.

탱자는 피부가려움증을 치료한다. <본초강목>에는 ‘대풍(大風)이 피부 속에 있어서 마두(麻豆)처럼 나고 가려운 증상을 치료한다’고 했다. 피부에 풍진(風疹, 가려운 발진)이 생겼을 때 탱자를 식초에 담갔다가 불에 구워 환부를 찜질해주면 즉시 사라진다고 했다. 일반적인 피부가려움증에 특효다.

탱자는 두드러기에도 특효다. <동의보감>에는 은진(癮疹, 두드러기)에 지실주(枳實酒)을 사용하는데 ‘온몸에 맥관부종으로 두드러기가 돋아 가려움이 멎지 않고 날씨가 흐리거나 차면 중해지고 맑거나 따뜻하면 가벼워지는 것은 찬기운이 피부로 숨어들어 엉겨 정체된 것이다. 지실 적당량을 밀기울과 함께 누렇게 볶아서 가루 낸 것을 3돈씩 따뜻한 술 1잔에 잠시 담갔다가 지실은 버리고 마신다’고 했다. <향약집성방>에는 ‘은진이 생기면 물에 지실을 달여 환부를 씻으면 더욱 좋다’고 했다.

두드러기에 술이 아니더라도 물에 넣고 끓여서 차처럼 마셔도 효과가 있고 지실을 달여서 스프레이에 넣고 피부에 뿌려줘도 도움이 된다. 최근에도 지실은 급만성두드러기 치료에 다용된다.

탱자는 막힌 기운을 뚫어준다. <본초강목>에는 ‘흉격과 옆구리에 생긴 담벽(痰癖)을 제거하고 정체된 수(水)를 몰아내며 뭉친 것을 깨뜨리고 창만한 것을 삭이며 기가 거슬러 명치가 당기고 막히면서 아픈 증상과 옆구리의 풍으로 아픈 증상을 치료한다’고 했다. 또 <동의보감>에는 ‘지실은 숙식(宿食, 오래된 체기)을 소화시킨다’고 했다.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고 저린 듯한 증상이나 감기에 걸려 나타나는 흉격의 답답함에는 지실이 좋다.

주진형은 “지실은 담(痰)을 쓸어내리고 담장을 뚫고 벽을 무너뜨릴 수 있으므로 구규(九竅)를 매끄럽게 하고 기를 깨뜨리는 약으로 삼는다”라고 했다. 담으로 인해서 막힌 기를 뚫어준다는 것이다. 왕호고는 “백출이 아니면 습을 제거하지 못하고 지실이 아니면 막힌 것을 제거하지 못한다”고 했다. <동의보감>에는 ‘지실이 아니면 비(痞, 명치의 답답함)를 없애지 못한다’고 적시돼 있다.

임상에서도 명치부위가 답답하고 막힌 기운이 있을 때는 지실과 후박 또는 지실과 황연을 함께 처방하는데 특히 위장질환에 특효다.

탱자는 장건강에도 좋다. <본초강목>에는 ‘지실은 이질, 설사를 멎게 한다’ 또한 ‘지각은 반위(反胃)나 곽란(癨亂)으로 설사하는 증상을 치료한다’고 했다. 탱자는 염증성장질환에 의한 점액성설사에도 좋다.

탱자는 치질이나 변비에도 좋다. <동의보감>에는 ‘지각은 장풍(腸風)으로 인한 치질에 좋다’고 했다. <본초강목>에는 ‘지각을 뜨겁게 구운 다음 치질로 부은 곳을 찜질해 준다’고 했다. 탱자는 치질뿐 아니라 대장을 소통시키기 때문에 변비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대변을 보고 난 후 뒤가 무지근한 후중감에도 좋다.

탱자는 기침에도 좋다. <본초강목>에는 ‘지실은 상기(上氣)로 인한 기침을 치료한다. 지각은 허로(虛勞)로 기침이 나는 증상을 치료한다’고 했다. 탱자는 하기(下氣) 작용이 있기 때문에 폐기를 끌어 내려 기침을 억제한다. 하지만 기운이 너무 없는 만성적인 기침에는 다용하지 않는다.

탱자는 관절을 부드럽게 한다. <향약집성방>에는 ‘관절을 잘 움직이게 한다. 등과 어깨가 뻑뻑하게 쑤시고 나른한 것을 치료한다’고 했다. <본초강목>에는 ‘풍(風)으로 인한 통증을 멎게 한다’고 했다. 이것을 보면 탱자는 관절이 갑자기 뻣뻣해지면서 아픈 증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막힌 기운을 뚫고 기혈순환을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탱자에는 플라보노이드 배당체 성분인 헤스페리딘과 나린진, 폰시린 등의 정유성분이 풍부해서 항알레르기, 항산화, 혈관건강, 항혈소판, 위장운동 개선, 장내세균 억제 등의 효과가 있다. 비타민C와 구연산도 풍부해 피부건강에도 좋고 지방대사 촉진, 피로해소 작용도 한다.

탱자는 실증(實症)에 적합하고 허증(虛症)에는 마땅하지 않다. 한번에 많은 양을 복용하면 기운이 빠진다. <본초강목>에는 ‘많이 쓰면 흉중의 기를 손상시키니 두세 번만 복용할 수 있을 뿐이다. 기혈이 약한 자는 복용할 수 없는데 기를 손상시키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본초정화>에는 ‘출산 전후에는 복용함이 마땅하지 않다’라고 했다. 자궁수축작용이 있어 유산의 위험성이 있다. 또 위장이 약한 경우 지나치게 섭취하면 속쓰림이 발생할 수 있다.

과일로서는 인기가 없는 탱자지만 건강에는 최고다. 맛으로 따진다면 귤이겠지만 건강으로 친다면 탱자만 한 것도 없다. 만일 땅에 떨어진 탱자를 봤다면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탱자를 버린다면 건강해지기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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