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 행복하게 만나요”
“엄마, 우리 행복하게 만나요”
  • 김치중 기자
  • 승인 2012.10.22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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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교 템플스테이’ 참가 복중 태아 ‘환희’의 속삭임

출산을 앞둔 임산부에게 있어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아이를 건강하게 낳을 수 있을까’일 것이다. 태아시기의 건강이 태어나서도 아이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 역시 불안할 뿐이다. 이런 임산부들을 위한 태교 템플스테이가 지난 10월20일부터 21일까지 공주 전통불교문화원에서 열렸다. 엄마와 뱃속 아이, 모두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기를 기원하며 개최된 이번 행사에는 임산부 등 가족 28명이 참가했다. 엄마와 뱃속의 아이 모두가 행복했던 특별한 가을나들이를 소개한다.<편집자 주>

“환희야 이제 다 왔다. 고생했네.” 엄마가 나에게 속삭인다. 창원에서 공주까지 4시간이 걸려 도착한 전통불교문화원. 엄마, 아빠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온가족이 출동해 이곳에 오니 시원한 가을바람과 화사하게 옷을 가라 입은 단풍이 맞이하네.

우리가족이 여기에 온 것은 ‘금강스님과 함께하는 태교 템플스테이’에 참가하기 위해서래. 짐을 풀고 수련복으로 갈아입고 문화원 큰 선방에 들어가니 나와 같이 엄마 뱃속에 있는 친구들이 인사한다.

태교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배용환 씨 가족. 사진왼쪽부터 배학성(시아버지), 황분선(시어머니), 이윤희(부인) 씨가 촬영에 응하고 있다.
청주에서 온 아줌마, 아저씨는 뭐가 좋은지 계속해서 웃고 계시네. 올 4월에 결혼해 아이를 가졌다며 집에만 있다가 여기에 오니 너무 좋다고 말하신다.

인천에서 살다가 여수로 발령이 난 아저씨, 아줌마는 27살 동갑내기라시는데 템플스테이 마치고 바로 여수로 내려가신다네.

결혼 13년차 베테랑부부도 오셨다. 셋째 아이를 임신하셨다네. 태교할 생각이 없었는데 생각해 보니 셋째가 제대로 태교를 받는 것 같다고 말씀하신다. 너도 나처럼 복덩이구나.

이제 우리가족 차례. “창원에서 온 배학성이라고 합니다. 아들, 며느리와 함께 좋은 곳에 오게 돼 좋습니다.” 할아버지가 가족소개를 하자 금강 스님은 “깜짝 놀랐습니다”라며 농담을 하시네. 스님은 우리 엄마, 아빠와 함께 할아버지, 할머니도 태교를 위해 템플스테이에 참가하신 줄 알았나봐.

“임신 초기 우울할 때 시부모님이 많이 신경을 써주셨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시부모님들과 함께 참가했습니다.” 엄마가 울먹이며 말을 한다. 인천 토박이로 살다가 아빠 고향인 창원에서 나를 가져 힘들었던 엄마.

철없는 아빠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아이를 갖게 돼 행복한데 집사람이 울고 있어서 당혹스럽네요.”라며 어찌할 바를 모른다. 아빠, 엄마한테 잘하세요.

상견례가 끝나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금강스님 특강을 듣기 위해 강의실로 내려간다. 주위가 정돈되니 스님의 강의가 시작된다.

“사람의 몸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죠. 화가 나거나 원하지 않은 것이 다가오면 신체의 조화가 깨집니다. 임산부들은 몸을 조화롭게 해야 합니다.”

엄마가 배를 만지며 고개를 끄덕인다. 스님의 얘기는 계속된다.

“복중 태아는 엄마의 마음, 감정을 그대로 흡수합니다. 그래서 태교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잘 안되죠. 신체 변화에 예민해지고 조그마한 일에도 서운하고. 남편도 밉고. 여러분을 왜 이 숲속으로 초대한 줄 아세요? 도시는 인간이 지배하지만 숲은 나무와 새들과 같은 자연이 지배하죠. 태아와 함께 조화로움이 숨 쉬는 이곳에서 잠시라도 편안한 휴식을 취하라고 이곳으로 여러분을 모셨습니다.”

태교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전통불교문화원에서 마곡사까지 조성된 생태숲길을 산책하고 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꽃향기는 오래가지 못하고 그 향기를 바람 부는 쪽에서만 맡을 수 있지만 사람의 향기는 오랫동안 사방으로 퍼진다고 강조하신다. 바로 사람의 향기를 만드는 것이 어머니라고. 그래서 뱃속에 아이를 가진 어머니들이 정성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하신다.

강의가 끝나고 스님과 함께 문화원에서 마곡사까지 숲길을 걸었다. 숲이 우거진 길을 걷고 있으니 참 좋다. 엄마, 아빠도 만족하신 것 같다. 저녁 공양 후에는 치과의사 선생님이 대금연주를 우리를 위해 하신단다. 금강 스님과 함께 다도도 하고.

“엄마, 아빠! 화창한 가을 행복한 태교여행을 시켜줘서 고마워요. 조금만 기다리면 엄마, 아빠를 만나겠죠. 그날이 기다려지네. 엄마, 우리 조금만 힘내 행복하게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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