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통증은 질병…수없이 외쳐도 국가는 여전히 관심 ‘밖’
만성통증은 질병…수없이 외쳐도 국가는 여전히 관심 ‘밖’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10.17 21: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통증연구학회 “초고령사회엔 쓰나미처럼 몰려올 것…국가적 대비책 시급”
만성통증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통증으로 정식 질병인 만큼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만성통증은 질병이다. 초고령사회 다가올 최대의 난제를 국가가 더는 외면해선 안 된다.”

대한통증연구학회가 40주년을 맞아 17일 간담회를 열고 만성통증에 대한 국가적 대비책 수립이 시급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누구나 일상 속에서 크고 작은 통증을 겪지만 의학적으로 만성통증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통증을 말한다. 2019년 제정된 국제질병분류(ICD-11)에 의해 정식 질병으로 분류, 2022년부터 통계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학회 측은 아직 별도의 통계자료는 찾기 어렵지만 모든 질병에 통증이 동반된다는 점에서 막대한 의료비용 지출은 가히 쉽게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급속한 인구고령화로 만성통증환자가 늘고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 이는 곧 의료비용 증가로 이어져 국가부담이 가중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에 학회 측은 통계작업부터 시작해 급·만성통증 실태를 정확히 조사하고 초고령사회 막대한 의료비용 지출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8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미 한국인의 만성통증빈도는 60세 이상 여성의 경우 87.7%, 남성은 63.3%로 매우 높은 비중에 달해 있다. 특히 1990년부터 시작된 국제적 질병부담연구(GBD)에서 허리통증은 부동의 1위를 차지, 국민적 부담이 큰 우선순위를 정하는 장애보정생존연수(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기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최근 건보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등통증질환에 대한 진료비는 1조원을 넘어섰다.

대한통증연구학회 한희철 부회장은 “상황이 이러한데도 우리나라는 만성통증이 질병이라는 인식이 낮을뿐더러 연구, 치료제 개발 등에 대한 국가지원조차 전무하다”며 “가까운 일본만 해도 만성통증이 질병으로 분류된 이후 연구비를 증가시켰는데 우리나라는 통증 자체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희철 부회장은 “여러 의학논문을 통해 이미 고령화와 만성통증은 비례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고령화속도가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른 만큼 쓰나미처럼 밀려올 만성통증에 어떻게 대처할지 국가적인 대비책 수립이 시급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한통증연구학회는 만성통증이 초고령사회 더 큰 국가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국가 차원의 대비책 마련과 연구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필요성을 강조했다. (왼쪽부터) 대한통증연구학회 심우석 차기회장, 이상헌 현 회장, 한희철 부회장.
대한통증연구학회는 만성통증이 초고령사회 더 큰 국가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국가 차원의 대비책 마련과 연구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필요성을 강조했다. (왼쪽부터) 대한통증연구학회 심우석 차기회장, 이상헌 현 회장, 한희철 부회장.

한편 학회는 마약성진통제 남용문제도 지적하며 비마약성 진통제 개발 필요성도 강조했다. 모르핀, 펜타닐 같은 마약성진통제는 매우 강력한 진통효과로 통증 치료에 효과적으로 사용돼 왔지만 의존성이 강해 중독과 남용으로 인한 사회적부작용이 크다는 것. 대표적으로 미국은 최근 10년간 마약성진통제 과다 복용으로 50만명이 사망하면서 공중보건위기가 초래됐으며 2017년에는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학회는 새로운 진통제 개발을 위해서는 결국 연구가 이뤄져야 하며 이는 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헌 회장은 “통증이 증상으로 분류돼 주목받지 못한 것처럼 통증연구도 같은 논리로 연구분야로 자리잡고 있어 기초연구에 어려움이 크다”며 “만성통증이 질병으로 분류되고 초고령사회 더 큰 사회적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한 만큼 기초연구에 대해서도 국가의 적극적인 투자가 요구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대한통증연구학회는 국제통증연구학회(IASP)의 한국지부로서 통증치료 연구와 다학제적인 접근을 위해 통증에 관련된 모든 기초학문분야와 임상영역(마취통증의학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등)을 총망라, 최신연구와 치료지견을 교류하며 통증의학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10월 22일에는 창립 40주년 기념 추계학술대회를 개최, 임상현장에서 자주 접하는 통증에 대한 치료부터 최신기술을 이용한 통증연구의 미래를 논하는 등 사회적 인식 개선과 통증의학 발전을 위해 폭넓은 학술의 장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