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한의사들끼리 왜 싸우나…한의사 집안싸움 ‘절정’
같은 한의사들끼리 왜 싸우나…한의사 집안싸움 ‘절정’
  • 김치중 기자
  • 승인 2012.11.01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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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행부·평의회, 주도권 놓고 공방 치열…오늘 대규모집회

치료용 첩약의 건강보험 시범적용을 둘러싼 한의계 내홍이 협회 운영 주도권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내년 10월부터 3년간 노인과 여성을 대상으로 근골격계 질환 등 치료용 첩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한시적인 시범사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부터 대한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한의사들. 점거농성을 주도하고 있는 한의사평회원협의회는 오늘 오전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다.

한의계 내부에서는 이번 사업에 대한 찬반 입장이 확연히 갈렸는데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보험적용범위가 넓어짐으로써 한의사 위상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수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는데 반해 반대 입장에서는 기존 한약조제권을 갖고 있는 약사나 한약사에게 한약의 주도권을 내줄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 회관 점거농성을 주도한 한의사평회원협의회(이하 평의회)는 오늘(1일) 오전 10시 치료용 첩약의 건강보험 시범적용 방침철회와 김정곤 한의사협회장 등 집행부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협회회관에서 개최한다.
 
국승표 평의회 회장은 “한의협은 2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가 결정한 치료용 첩약 건강보험 시범적용 결정이 나자 다음날 환영입장을 밝혔다”며 “한의계 전체를 흔들 엄청난 사안을 독단적으로 처리해 회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자진사퇴가 마땅한 김 회장이 버티고 있는 것은 255명의 대의원들만 잡고 있으면 되기 때문”이라며 “이번 집회에서 대의원 총회를 통해 선출되는 회장선출 방식을 직선제로 변경하는 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의협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의협 집행부의 생각은 달랐다. 집행부의 한 인사는 “집행부가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폭력을 사용해 회관을 불법 점거한 행위는 비판받아야한다”며 “집행부는 회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해 사업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의사들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자발적으로 점거농성에 참여했다고 하지만 배후가 있는 것 같다”며 “최근 현안만 가지고는 이렇게 집단적으로 움직일 수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내년 3월에 있을 한의협 회장 선거에 대한 사전포석이라는 해석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한의계 일각에서는 “표면적으로는 치료용 첩약의 건강보험 시범적용에 대한 불만으로 포장됐지만 현 집행부와 평의회의 주도권 싸움이 본질”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런 지적을 뒷받침하는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회관 점거농성을 주도하고 있는 평의회 측은 255명의 대의원에 의해 선출되는 회장선출을 직선제로 변경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이번 사태가 재연될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집행부 퇴진을 발판으로 한의협 구조 자체를를 뜯어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국승표 평의회 회장은 “천연물신약 문제에 이어 치료용 첩약 건강보험 시범적용까지 한의협이 제 역할을 한 것이 없다”며 “지난 9월 대의원 임시총회에서 김 회장 탄핵안이 부결됐지만 집행부를 대신할 대한한의사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구성된 것으로 김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는 힘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비대위의 한 인사도 “회원들이 농성에 돌입하자 곧바로 경찰에 신고한 집행부가 회원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대다수의 한의사들이 첩약 건강보험 시범적용을 반대하고 있는데 김 회장은 입을 다물고 있다”며 비판했다.
 
평의회는 오늘 집회 후 강남경찰서를 항의 방문할 예정이다. 지난 8월 김 회장을 배임 횡령으로 고소했지만 수사진척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비대위의 한 관계자는 “1년에 10억원 정도 한의학육성발전기금이 들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용출처가 투명하지 않다”며 “3개월에 한번 감사를 하지만 감사 3명 중 1명만이 감사를 하고 있으며 감사 후 영수증을 소각해 증거를 남기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협회 관계자는 “회원들이 회비를 100% 냈다고 가정했을 때 한의협 예산이 60억원 정도 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40억원 정도”라며 “인건비 등 고정비가 30억원이 넘기 때문에 사실상 10억원 정도를 홍보와 정책개발에 사용하고 있다”고 비대위 측 주장을 일축했다.
 
또 다른 협회 관계자도 “정당하게 감사를 받았고 매년 예산 사용내역을 회원들에게 보고하고 있다”며 “모든 것을 공개하라는 것은 현 집행부를 고사시키려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보건복지부로부터 ‘한의계의 합의가 없을 시 첩약 건강보험 시범적용 방침을 전면 재검토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기에 사태해결을 자신하는 한의협 집행부. 정부 당국과 밀실거래를 한 현 집행부의 퇴진을 발판으로 한의계 개혁을 도모하겠다는 평의회와 비대위.
 
양쪽 모두 한의계 발전과 국민건강권 보호를 내세우고 있지만 여론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보약가격도 그렇고 중국산 한약재 문제도 속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의사들이 ‘밥그릇 싸움’을 한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번 대선에서 의사들의 정치참여를 통해 현 의료제도를 바꾸겠다고 선언한 의사협회처럼 한의협도 집단이익을 추구할 경우 그 피해가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에도 불구하고 ‘상처뿐인 영광’으로 기록될 한의계 사태는 지금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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