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남성 사망원인 2위 ‘자살’, 어떻게 예방하나
40대 남성 사망원인 2위 ‘자살’, 어떻게 예방하나
  • 류지연 기자
  • 승인 2012.11.07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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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수식어는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연예인 자살 소식이 하루가 다르게 들려오는데다 자살이 전염되는 현상,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로 인한 일반인의 자살소식도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은 40대 남성에게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우리 사회의 허리에 해당하는 40대 남성 사망원인의 2위를 차지한 것도 고의적 자해다. 통계청에서 201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살이 40대 남성의 사망원인 2위(17%)로 조사됐다.
 
40대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가 사망률 1위인 암(28%)을 제외하면 간질환,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등 질병에 의한 사망보다 더 많은 것이다. 이는 세계 40대 남성 대다수가 지병으로 목숨을 잃는 것과 대조된다.
 

‘자살’ 경제적 원인>정신적 이유>직장업무 순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40대 남성의 자살자 수는 2201명이었다. 최근 12년 간 평균 2059명이 고의적 자해를 감행했고 내년에도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40대 남성이 자살하는 원인으로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장 컸다. 경제적인 문제(30%)가 자살원인 1위로, 정신적 문제(22%)와 직장업무문제(11%)가 뒤를 이었다. 최근 3년간 40대 남성의 자살원인은 경제적·정신적 문제가 꾸준히 1·2위를 차지했고 그밖에 직장업무상문제, 육체적 질병문제, 가정문제가 순위를 다퉜다. 

한국사회보건사회연구원 정진욱 연구위원은 “40대 남성은 가족을 부양해야하는 책임이 있을뿐 아니라 사회전반적인 불황까지 겹쳐 심리적 압박을 강하게 받는데 이에 대해 마음을 터놓고 알릴 대상이 없다”며 “홀로 스트레스를 속으로 삭히다보니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고 분석했다. 또 “우리 사회가 노인·청소년자살에 관해서는 대책을 마련하지만 급증하는 30·40대 자살에는 뚜렷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라며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예방이 최우선…주변 사람들의 관심 필요
 
40대 남성의 자살 역시 다른 연령대와 마찬가지로 주위사람들의 관심을 통해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자살은 사회적·심리적·생리적 원인으로 시행되는데, 자살자의 80%가 먼저 이에 대한 어려움을 주위 사람에게 호소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변의 누군가가 자살의도를 알아주고 구원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자살하기 전 사람들은 성직자나 의사를 찾아가 자살의사를 직접 밝히거나 전과 다르게 말이 없어지거나 유언장을 쓰는 등 마치 앞으로 긴 여행을 떠나는 것 같이 주변을 정리했다. 또 극도로 힘들어하던 사람이 어느 순간 매우 편안하고 평화로워 보이거나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싶다’라는 말을 자주 할 때는 혹시 자살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이럴 때는 자살징후를 보이는 사람에게 ‘정말 자살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지, 어떤 방법으로 죽고 싶은지, 구체적인 자살방법을 계획하고 실제 시도해본 적은 있는가’라고 물음으로써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의 긴장감을 해소하고 치료해야 한다. 또 가족, 친지, 친구 등 누군가가 가능하면 곁에 붙어 있도록 하고 전문가(보건복지콜센터 129번, 1577-0199 365일 24시간 운영)를 찾아 상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도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하규섭 교수는 “자살을 한 개인의 문제로만 보지 말고 사회적 관점으로 봐야 한다“며 ”사회 전체적으로 이웃에 관심을 갖고 주변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 자살에 대한 최상의 해답”이라고 조언했다.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이구상 상임팀장은 “노인을 제외한 현재 사망자수로 볼 때 40대 사망자 수가 높은 편”이라며 “40대는 조기퇴직 뿐 아니라 알코올 문제, 병에서 발생되는 복합적인 요인 등으로 자살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고위험군에 속한 사람들을 자주 접하는 보건복지기관 종사자들이 이들을 잘 발견하고 예방할 수 있는 훈련을 해야 하며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예방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자살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심리학자인 에드윈 슈나이드먼 말하는 ‘자살에 흔한 10가지 특징’(1898년 발표)
 
1. 자살의 흔한 목적은 뭔가 해결방안을 찾으려는 것.
2. 자살의 흔한 목표는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의식의 세계를 끝내려는 것.
3. 자살을 유발하는 흔한 자극은 참을 수 없는 정신적 고통.
4. 자살의 흔한 스트레스 요인은 정신적 요구의 좌절.
5. 자살에 수반되는 흔한 정서는 앞으로 희망도 없고 도움 받을 곳도 없다는 고립감.
6. 자살의 흔한 인식상태는 양가감정(상반되는 감정이 동시에 있는 상태).
7. 자살하는 사람들은 흔히 시야가 매우 좁음.
8. 자살에 있어 흔히 취해지는 조처는 공격적인 방식의 도피.
9. 자살에 흔한 대인관계에 있어서의 의미는 자신의 의도를 표출하는 것.
10. 자살도 역시 그 사람의 인생에 걸친 문제해결패턴과 일관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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