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타는 남자’ vs ‘봄타는 여자’
‘가을타는 남자’ vs ‘봄타는 여자’
  • 이보람 기자
  • 승인 2012.11.09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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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절 따라 심리도 변화하는 ‘계절성우울증’

가을이 깊어지자 남자들의 탄식 섞인 한숨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 한숨 이후엔 “아무래도 나… 가을 타나봐” 라는 말도 따라붙는다. 왜 가을만 되면 외롭다는 남자들이 많을까. 반면 봄만 되면 마음이 싱숭생숭하다는 여자들이 넘쳐난다. 

왜 가을과 봄이 되면 심리적으로 변화를 보이는 이들이 많은 걸까. 정말 신체·정신적으로 변화가 오긴 오는 걸까. 이러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고대안암병원 신경정신과 함병주 교수의 도움을 받아 알아봤다.
 
며칠 전 함 교수에게 20대 후반의 한 남자가 진료를 받기 위해 찾아왔다. 딱 1년 전에도 찾아와 우울증 진단을 받아 입원했던 그 환자였다. 그리고 그 환자는 올해도 우울증 진단을 받고 또다시 입원하게 됐다.
 
함 교수는 “해당 환자는 가을만 되면 우울증이 심해지는 환자로 일명 ‘계절성우울증’이라 불리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다수 사람들이 계절적 변화에 따라 약간의 심리적 변화를 느끼는데 이런 변화가 심한 사람들을 계절성우울증으로 분류한다”고 말했다.
 
멜라토닌·세로토닌 분비체계 이상이 원인 

  가을이면 이상하게 기분이 가라앉고 외로운 기분이 든다. 원인은 일조량 변화 때문이다. 우리 뇌에는 시상하부라는 생활리듬을 조절하는 생물학적 시계가 존재한다. 해가 뜨면 일어나고 밤이 되면 자듯이 인간의 생활리듬은 낮과 밤의 주기에 따라 반응한다. 

가을과 겨울에는 기온과 햇볕 감소에 따라 일조시간이 부족해진다. 이는 에너지 부족과 활동량 저하, 슬픔, 과식, 과수면증상을 일으키는 생화학적 반응을 유도한다. 이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물질 중에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있다.

멜라토닌은 송과선(뇌의 중앙에 있는 작은 내분비선)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수면주기를 조절한다. 멜라토닌은 일조량과 반비례하는데 밤에 많이 생성되고 낮에는 덜 생성된다.
 
따라서 가을이나 겨울에는 여름보다 상대적으로 더 분비된다. 멜라토닌 분비체계에 이상이 발생한 경우 계절성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
 
또 햇볕을 쬐면 비타민D가 생성돼 뇌 속의 세로토닌 분비가 활성화된다. 세로토닌은 신경전달물질로 심리적 안정과 엔도르핀 생성을 촉진하는 호르몬이다. 하지만 이 세로토닌이 가을과 겨울에는 일조량이 적어 활성도가 낮아지고 우울증 발병에 보다 취약해진다.
 
감소된 비타민D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도 줄어들게 한다. 비타민D가 고환에서 남성호르몬의 분비를 조절하기 때문이다. 결국 멜라토닌 상승과 세로토닌 하강이 남성들에게 가을을 타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저하된 남성호르몬은 남성들의 활동력과 야성적인 모습을 감소시키고 외로움과 쓸쓸함을 더 크게 느끼게 한다.
 
실제로 남성들을 대상으로 어느 계절에 가장 외로움을 느끼는가에 대한 한 설문조사 결과 가을이 44.7%로 1위였다. 다음이 겨울 40.8%, 여름 7.9%, 봄 6.6% 순이었다.

빛에 민감한 여성…봄에 감정기복 심해
 
반면 겨울에서 봄으로의 계절변화는 다른 계절과 달리 급속한 속도로 진행된다.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신체온도가 오르고 겨우내 긴장했던 근육이 이완되면서 일부 호르몬의 분비패턴이 바뀐다. 이때 여성들의 몸에는 세로토닌 양이 증가한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외부감각에 예민하기 때문에 계절적인 변화에 민감하다. 특히 겨울보다 봄에 대뇌기능이 더욱 활성화된다. 이유는 빛 정보를 처리하는 시각영역이 여성들에게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칙칙한 무채색계열의 옷차림, 썰렁한 거리 등 단조로운 겨울과 달리 봄이 되면 갖가지 원색의 꽃이 피고 옷차림이 화사해지면서 시각적 정보에 여자가 더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시각적 영향을 받아 증가된 세로토닌은 여성의 기분을 좋게 하거나 들뜨게 한다. 그래서 봄에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감정기복이 심해지는‘봄 타는’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계절을 타는 것은 일조량 감소와 밀접한 연관이 있어 매일 일정시간 햇볕을 쬐는 광선요법이 효과가 있다. 하루 30분 이상 햇볕을 쬐면 비타민D가 생성돼 뇌 속의 세로토닌 분비를 활성화된다. 더 많은 빛을 쬐기 위해 실내 불빛을 밝게 하고 낮에 커튼을 치지 않거나 사무실에서 창문 쪽을 향해 앉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함 교수는 “만약 2주 이상의 심한 우울감, 흥미감소, 죄책감, 자살사고 등을 동반한 우울증이 발생했을 경우엔 병원을 방문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TIP. 계절성우울증 해소법
 
1. 낮에 하루 최소 30분씩 햇볕을 쬐며 산책한다
2.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달리기, 수영, 자전거 등의 유산소운동을 한다.
3. 신선한 제철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고 비타민C, 비타민B, 비타민D를 따로 챙겨 먹는 것이 좋다.
4. 일정한 시간에 잠을 자는 습관을 들여 규칙적인 생활리듬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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