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의료’는 우리가 가야 할 길…용두사미로 끝나선 안 돼
‘재택의료’는 우리가 가야 할 길…용두사미로 끝나선 안 돼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11.0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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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재택의료학회, 제 1회 추계심포지엄 개최
대한재택의료학회가 창립 이후 처음 개최한 학술 심포지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급속한 인구고령화로 노인돌봄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면서 다양한 의료서비스 형태가 모색되고 있다. 병원에 오지 못하는 환자들을 직접 찾아가는 재택의료 역시 그중 하나.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두고 필요성이 점점 커지면서 정부는 현재 13개의 시범사업을 통해 방문진료형태의 재택의료를 허용하고 있지만 재택의료의 개념이 모호한 데다 홍보도 미흡한 상황에서 일만 벌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택의료 시범사업이 시행 중이라는 것을 모르는 국민도 태반이다.

이에 대한재택의료학회는 오늘(5일)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본관 2층 유광사홀에서 ‘고령사회 재택의료 활성화를 위한 현황과 도전’을 주제로 제1회 추계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부의 재택의료 시범사업현황을 점검하고 개선점 등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

대한재택의료학회 박건우 이사장은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재택의료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얘기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준비는 매우 미흡한 상황”이라며 “4월 창립 후 첫 여는 심포지엄인 만큼 첫술에 배부르진 않겠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시범사업을 돌아보고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더 늦기 전에 고민해야 한다”고 심포지엄의 취지를 명확히 전했다.

강윤규 명예회장은 모든 의료의 완결점을 재택의료로 보고 이제 치료의 여정을 병원이 아닌 집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들을 병원으로 부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미래의 모습이 아니다. 재택의료는 모든 의료의 완결점이다.”

심포지엄의 문을 연 대한재택의료학회 강윤규 명예회장(국립재활원 원장)이 핵심메시지로 강조한 내용이다. 그는 ‘고령사회 국내 만성질환의 현황과 이에 따라 높아진 재택의료의 요구성’을 주제로 첫 발표자로 나섰다.

강윤규 원장은 “고령인구는 물론 등록장애인수가 늘고 있는데 이들은 여러 만성질환으로 전신이 쇠약해져 병원에 오고 싶어도 못 오게 된다”며 “결국 집에 머물면서 환자 자신은 물론 보호자의 삶의 질도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현실을 직시했다. 이러한 점에서 그는 “재택의료는 모든 의료의 완결점이며 고령사회-노인-장애인을 서로 맞닿는 하나의 개념으로 보고 치료의 여정을 병원이 아닌 집으로 바꿔야 한다”고 피력했다.

조희숙 교수는 개인의 실제경험을 바탕으로 대학병원에서 필요한 치료만 받고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퇴원하는 환자들이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뒤이어 시작된 1부 세션은 ‘병원중심 전환관리’를 주제로 퇴원환자가 가정에서도 효과적으로 질환 관리를 이어갈 수 있게 돕는 의료기관의 다양한 시도들이 소개됐다. 환자들은 입원치료를 받는 급성기, 퇴원하는 전환기(회복기), 병원 밖에서의 유지기를 거친다.

강원의대 조희숙 교수는 개인의 실제경험을 바탕으로 병원에서는 수가에 해당하는 치료만 받고 건강하지 않은 상태로 집으로 퇴원하는 노인이 많다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환자를 대상으로 연구개발한 퇴원환자관리 프로토콜과 관련 성과를 소개하면서 퇴원시점, 즉 전환기에서 이뤄져야 할 의료기관의 역할과 그 이후의 지역사회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조희숙 교수는 “퇴원환자 관리시스템이 정착하려면 전문가 영역을 넘어 민간참여도 활성화돼야 한다”며 “지역사회와의 연계도 매우 중요한 만큼 인프라 취약지역에 대한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세정 센터장은 일산병원이 시행하고 있는 다양한 전환관리 시범사업에 대해 설명했다.

일산병원 윤세정 진력협력센터장(심장내과 과장)은 책임사업부를 신설해 병원 측이 시행하고 있는 다양한 전환관리 시범사업을 소개하고 시행과정에서 맞닥뜨리는 현실적인 어려움들을 전달했다.

현재 일산병원은 외래환자를 대상으로 경증질환 회송사업(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및 기타 경한 질환), 일차의료사업(만성복합질환, 금연교육, 인지기능장애, 뇌졸중 등)을 시행 중이며 입원환자를 대상으로는 책임의료사업(퇴원 후 관리 및 노인재활연계), 요양병원 연계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윤세정 센터장은 “병원 차원에서는 별도의 부서를 신설해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지자체에서는 이 업무만을 담당하는 전담인력이 없다 보니 소통의 어려움이 크다”며 “퇴원시점에서는 의료기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지역사회와의 연계망이 촘촘하게 구성돼 함께 환자를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영란 부장은 희연의료재단이 지역과 연계해 시행 중인 다양한 재활사업 및 방문관리건강사업을 소개했다.

이러한 점에서 뒤이어 이어진 희연의료재단 하영란 지역연계부장의 강연은 의미를 더했다. 현재 희연의료재단은 창원시, 진해시 보건소와 연계해 재활사업 및 방문건강관리사업을 활발하게 시행하고 있다. 하영란 부장은 “즐겁게 여행하고 와도 집이 최고다라고 말하듯 누구나 집에서도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모범이 되는 지역 연계사업을 지속해서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사회 재택의료 경험’을 주제로 진행된 2부 세션에서는 시범사업 참여를 통해 방문진료에 두 팔을 걷어붙인 개원가 의사들이 현장경험을 생생하게 공유해 이목을 끌었다.

김주형 대표원장은 방문진료 시 직접 들고 가는 가방 내부를 공개해 의사들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소했다.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집으로의원 김주형 대표원장은 방문진료는 환자, 보호자뿐 아니라 의사도 만족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라고 피력했다.

김주형 원장은 “의사들도 방문진료에 대한 걱정이 많지만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고 진료범위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어 그 안에서 오히려 더 환자를 깊이 진료할 수 있다”며 “환자들 역시 방문진료의 범위와 한계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의료서비스 안에서 충분히 회복되는 것을 경험하면 높은 만족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홍종원 원장은 재택진료센터 시범사업에 참여하며 느꼈던 점과 앞으로의 개선과제 등을 솔직하게 제시했다.

건강의집의원 홍종원 원장 역시 재택진료센터 시범사업에 참여하면서 느꼈던 점과 앞으로의 과제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홍종원 원장은 “이제는 치료 중심에서 돌봄 중심으로 생애말기 돌봄에 대한 관점을 바꾸고 종합병원, 지역사회와의 유기적 연계를 통해 병원 밖은 위험하다는 환자와 보호자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며 “방문진료는 아픈 이를 함께 잘 돌보는 체계 위에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원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재택의료팀 염은경 과장과 정가정의원 김현정 간호사는 재택의료는 의료진뿐 아니라 약사, 작업치료사, 영양사, 요양보호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 하는 하나의 다학제팀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또 재택의료가 활성화되면 의사의 가장 가까운 조력자로서 환자 평가 등을 수행하는 케어코디네이터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을 강조하면서 이들에 대한 관리와 교육 등도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최호진 교수는 치매환자 관리의 한계점을 지적하며 치매관리의사 시범사업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치매와 뇌졸중 역시 병원 밖에서의 관리가 중요한 만큼 3부 세션에서는 이들을 위한 재택의료 방향이 논의됐다.

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 최호진 교수는 치매안심센터 치매안심주치의(치매관리의사) 시범사업에 대해, 대한재택의료학회 이상범 대외협력이사(서울신내의원 원장)은 방문진료를 통해 호전된 신경계질환 환자들의 실제 사례를 생생한 동영상과 함께 소개했다.

이상범 원장은 파킨슨병 등 신경계질환 환자에게 시행한 방문진료를 통해 얻은 성과들을 소개하며 현장의 인식 개선을 도왔다. 

특히 이상범 원장은 신경계질환 환자들은 거동이 불편한 만큼 병원에 방문하기 쉽지 않다면서 방문진료는 환자의 병원 방문횟수는 물론, 빈번하게 발생하는 폐렴과 요로감염, 욕창 등의 합병증 위험도 감소시키는 등 이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의사가 직접 방문진료를 권유하는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환자 또는 보호자가 직접 찾아서 신청하거나 복지관, 치매안심센터 등 기관을 통해 우연찮게 시작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제는 의사라면 누구나 방문진료를 할 수 있고 거동이 불편한 환자라면 누구나 방문진료를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재택의료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제안’을 주제로 진행된 4부 세션은 심포지엄의 대미를 장식한 하이라이트 세션이었다. 정부를 향한 학회의 정책 제안은 물론 의사, 언론, 정부관계자 등이 한자리에 모여 패널토의를 펼친 것.

이동형 총무이사는 재택의료가 필요한 질환군이 매우 다양해질 것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더 늦기 전에 기본개념부터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로 정책제안에 나선 대한재택의료학회 이동형 총무이사(범일연세내과 원장)는 ▲의료법 개정을 통한 명확한 재택의료 정의 설정 ▲의료전달체계 재정립 ▲재택의료의 중심은 1차의료기관(의원)이 돼야 한다는 점 ▲2차 의료기관, 특히 요양병원은 전환기관리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점 ▲재택의료에 대한 별도의 수가체계 정립 등 재택의료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제안을 과감하게 제시했다. 또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원격환자 모니터링, 디지털 헬스케어기기 등을 이용한 한국 재택형 의료모델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패널토의 참석자들도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권용진 교수는 명확한 대상자 기준과 이동시간 및 거리, 적정보상, 팀 구성 등 환자와 의사 측면에서 재택의료의 질 보장을 위한 여러 구성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재택의료의 조직(센터)과 보상체계 모델을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권용진 교수는 재택의료 시행 전 선행돼야 할 사항들에 대해 지적하며 현장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가이드를 제시했다.

특히 권용진 교수는 재택의료에서 시행되는 원격진료는 비대면진료라는 개념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비대면진료라는 표현보다 원격의료라는 큰 용어를 기준으로 두고 그 하부 개념으로 원격상담, 원격모니터링이라는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대한재택의료학회 신성식 부회장(중앙일보 기자)은 ”재택의료는 의사를 중심으로 다양한 직역과 서비스가 포함되는 만큼 재택돌봄, 재택케어라는 좀 더 포괄적인 개념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현 재택의료에서는 정신질환이 빠져 있지만 조현병 증가 등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정신질환자들도 일상에서 꾸준히 병을 관리할 수 있도록 재택의료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성 국회의원실 이호준 선임비서관은 “의원실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 의료서비스 이용에 제한을 겪는 부분에 대해 특히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재택의료 법제화를 위해 앞으로도 적극 관심을 갖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그는 “재택의료는 다양한 직역이 함께하는 만큼 법제화가 되려면 직역 간 갈등이 없어야 한다”며 “간호법 사례가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학회 차원에서도 함께 힘써주셨으면 한다”고 당부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패널토의 참석자들은 재택의료가 갈 길이 멀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각자의 의견을 활발히 개진했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신현준 사무관은 재택의료 개념이 모호한 상태에서 시범사업만 너무 많이 진행되고 있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전했다. 신현준 사무관은 “재택의료는 환자의 건강증진뿐 아니라 사회적부담을 경감하는 효과도 있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우선 기본개념부터 명확히 하고 재택학회 등과 꾸준한 소통을 통해 산적한 문제들을 풀어나가면 단어만 조금씩 다른 시범사업에서 일관된 하나의 사업으로 구축되고 담당인력도 체계적으로 정비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답했다. 그는 학회의 목소리는 물론 재택의료에 대한 국민의 목소리도 귀담아듣겠다는 다짐도 덧붙였다.

건강보험연구원 장기요양연구실 이정석 연구원은 노인요양시설이 재택의료범위에 포함되고 집에서 임종하길 원하는 분들도 많아진 만큼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건강보험이 연계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한편, 앞서 나온 의견들을 종합하면서 “의사의 역할을 분명히 하되 간호사, 영양사, 요양보호사 등 돌봄에 참여하는 다양한 직역들이 함께 하는 다학제팀으로서 재택의료모델이 발전해나가야 한다”고 다시금 강조했다.

이건세 회장은 심포지엄을 마무리하면서 “재택의료는 우리가 꼭 가야 할 길”이라며 “단순 시범사업에 그치지 않고 현실이 되도록 학회가 더욱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끝으로 대한재택의료학회 이건세 회장은 폐회사를 통해 “재택의료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시도되고 있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 시간이었다”며 “무엇보다 홍보가 미흡해 재택의료에 대해 도무지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유독 뼈 아프게 와닿았다”고 말했다. 이어 “직접 재택의료를 경험한 환자와 가족들의 이야기가 없다는 지적도 되새겨 의료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요양병원, 지역사회, 환자 등 현장의 이야기를 더 귀담아듣겠다”며 “이러한 목소리를 학회가 앞장서서 알려야 정부가 재택의료의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대한재택의료학회는 이번에 도출된 많은 제언과 지적들을 밑거름 삼아 추후 더 발전적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논의의 장을 마련할 것을 약속하며 첫 심포지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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