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재택의료’…일본사례 교훈삼아 한국만의 시스템 만들어야
갈 길 먼 ‘재택의료’…일본사례 교훈삼아 한국만의 시스템 만들어야
  • 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3.11.0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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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신현영 의원, ‘바람직한 재택의료 정책방안 – 일본의 경험과 교훈, 한국의 발전방안’ 토론회 개최
토론회
오늘(7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바람직한 재택의료 정책방안’ 토론회가 개최됐다.

재택의료란 의사를 포함한 보건의료인력이 환자의 자택이나 시설에 방문해 진료, 처치, 의학적 상담과 지도 등 종합적인 의료와 관리를 실시하는 행위를 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재택의료에 대한 정의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이다. 이에 우리나라 보다 앞서 재택의료를 활성화한 일본의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재택의료의 미래를 논의하는 토론의 장이 마련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의원(국민의힘),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오늘(7일)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에서 ‘바람직한 재택의료 정책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종성 의원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시대에 진입한 일본은 이미 재택의료가 보편화됐다”며 “반면 우리나라 재택의료는 용어 정의조차 모호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의 사례를 통해 여러 교훈을 얻고 우리 환경에 맞는 맞춤형 모델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현영 의원은 “거동이 불편하더라도 살던 집에서 계속 살기를 바라는 분들이 많지만 재가서비스가 불충분해 생애 말까지 병원이나 시설에서 지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일차의료기관들이 재택의료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적극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일본 재택의료 현장의 경험을 듣고 우리나라 재택의료 현황 점검을 통해 바람직한 정책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카미가이치
카미가이치 리에 전문의는 일본의 재택의료 시스템을 설명하며 한국만의 시스템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토론회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우봉식 원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됐다. 먼저 첫 주제발표자로 나선 츠바사 재택의료클리닉 카미가이치 리에 재활의학과 전문의는 ‘일본의 재택의료’에 대해 설명했다.

일본 역시 고령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재택의료에 대한 수요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카미가이치 리에 전문의는 “고령자들은 현재 응급 이송, 입원, 병원 내 사망의 악순환을 겪고 있어 이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재택의료에 필요한 의료기능으로 일상적인 요양지원, 증상 급변 시 대응, 퇴원 지원, 케어 등 4가지 기능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다양한 직종에 의한 의료·개호의 연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카미가이치 리에 전문의는 “일본의 시스템도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이 남아있지만 일본 시스템에서 좋은 부분을 도입해 한국만의 좋은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어 대한의사협회 커뮤니티케어 특별위원회 이충형 위원이 ‘한국 재택의료 정책의 현황과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재택의료 관련 제도로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 ▲장애인 주치의 시범사업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 ▲가정전문간호사 제도 등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시범사업에 머물러 있거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여러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이충형
이충형 위원은 국내 재택의료 관련 제도가 여전히 시범사업에 머물러 있고 인력 부족 등으로 여러 한계에 부딪히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충형 위원은 “재택의료는 의사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만큼 팀으로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의료인력이 필요하다”며 “자주 방문하던 병원의 의사가 방문진료를 하는 것이 진료연속성 측면에서 가장 이상적”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단 그는 이러한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지역의료기관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 수 있는 수가체계와 제도가 필요하며 단독 개원의사 지원을 통해 일주일에 1~2번씩 방문진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충형 위원은 의료법 개정, 통합의료돌봄법 제정, 지원센터 설립, 지역사회 일차의료센터 설립, 통합된 재택의료 제도·수가, 지역 네트워크 구축, 통합돌봄을 위한 의사 양성 등 정책적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패널토론
패널토론에서는 재택의료에 대한 용어정립, 시범사업 현황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패널토론에는 대한의사협회 이상운 부회장, 국민건강보험공단 통합돌봄연구센터 유애정 센터장, 동아일보 이진한 기자,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정성훈 과장 등이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이상운 부회장은 방문진료, 재택의료에 대한 개념부터 명확히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념 구분뿐 아니라 분절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재택의료사업들의 통합·체계화가 필요하다”며 “수가체계 개선도 필요한 만큼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말고 의료전문가의 충분한 의견을 수렴하는 등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애정 센터장은 재택의료가 일본의 여러 가지 변화들을 일으켰다는 점을 참고할 때 결국 정책적 기반이 탄탄히 갖춰져야 재택의료가 중요한 영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일본이 갖고 있는 안정적인 운영기반, 정책적 콘텐츠들을 참고해 정부차원의 큰 그림을 그리고 여러 정책들을 마련하면 좋겠다고 의견을 전했다.

특히 그는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문제로 제기됐던 것 중 하나가 의사들의 재택의료 경험여부에 따라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의 질이 달라졌다는 것”이라며 “재택의료팀으로 구성될 수 있는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에 대한 교육과정도 본격적으로 논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정부 차원에서 여러 운영사례를 공유하고 정책적인 홍보도 함께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진한 기자는 “아직 재택의료에 대해 얘기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며 “오히려 요양병원을 가야할지, 요양원에 가야할지에 대한 고민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정성훈 과장은 “일차의료 강화가 우선돼야 의료와 돌봄연계의 통합이 가능할 것”이라며 “지역사회 기반 의료서비스 제공이나 돌봄서비스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이 역시 일차의료 강화 등이 먼저 이뤄져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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