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간염, 이제 ‘혈중 바이러스수치’ 기준으로 치료 시작해야
B형간염, 이제 ‘혈중 바이러스수치’ 기준으로 치료 시작해야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11.07 18: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혈액 내 바이러스수치 따라 간암 발생위험 달라
급여기준 개정 시 간암 발생 1년에 약 3000명 예방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최원묵 교수

간암은 국내 중년 암 사망률 1위로 개인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질병부담이 큰 질환이다. 매년 국내에서는 약 1만2000명의 간암환자가 새롭게 진단되는데 대부분 중년 남성이다 보니 심각한 사회경제적 손실과 가정위기가 발생하고 있다.

그래도 간암의 발생원인은 명확히 밝혀져 있다. 70%가 만성B형간염으로 조기에 발견해 꾸준히 치료하면 간암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B형간염 약제의 급여기준은 까다로운 상황이다.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건강보험 급여기준이 간수치가 크게 상승했을 때로 제한돼 있는 것. 따라서 혈중 바이러스수치가 높아도 간수치가 정상이면 치료를 시작할 수 없다.

하지만 최근 국내 연구진이 간암 발생을 효과적으로 낮추려면 간수치가 아니라 바이러스 수치에 근거해 B형간염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 보험급여기준 개정에 기대감을 높였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최원묵 교수팀은 만성 B형간염 성인환자 9709명을 대상으로 간암 발생위험을 수년간 추적관찰했다. 그 결과 B형간염 바이러스수치가 혈액 1mL당 1백만 단위(6 log10 IU/mL) 정도였던 환자들에서 간암 발생위험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해당 환자들은 장기간의 간염 치료 중에도 간암 발생위험도가 50% 정도 낮아질 뿐 여전히 가장 높은 위험도를 유지했다.

치료군과 비치료군 모두에서 바이러스수치가 혈액 1mL당 1백만 단위(6 log10 IU/mL)인 경우 간암 발생위험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뒤이어 연구팀은 국내 5개 대학병원(서울아산병원, 경희대학교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학교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B형간염 치료를 시작한 성인 환자 4693명을 평균 7.6년간 추적관찰했으며 그 가운데 193명에서 간암이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 반면 간염치료를 받지 않은 5016명 중에서는 322명에서 간암이 발생했다. 이로 비춰볼 때 간염치료는 간암 발생위험을 전체적으로 약 50%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치료군과 비치료군 모두에서 바이러스수치가 혈액 1mL당 1백만 단위(6 log10 IU/mL)인 경우 간암 발생위험이 가장 높았다. 반면 바이러스수치가 1백만 단위에서 멀어질수록, 즉 매우 적거나(1만 단위 미만) 매우 많은(1억 단위 이상, ≥8 log10 IU/mL) 환자들은 간암 발생위험이 가장 낮았다.

종합하면 바이러스수치가 1억 단위 이상에서 치료를 개시한 환자들에 비해 1백만 단위에서 치료받지 않은 환자들의 간암 발생위험은 최대 6.1배나 높았다.

그간 학계에서는 바이러스수치에 비례해 간암 발생위험이 선형적으로 증가하고 간염치료를 시작한 후에는 바이러스수치가 간암 발생위험과 연관이 없다고 여겨왔다. 하지만 연구팀은 간암을 잘 예방하기 위해서는 바이러스수치가 매우 높을 때(1억 단위 이상, ≥8 log10 IU/mL) 또는 상당히 낮을 때(1만 단위 미만) 간염 치료를 개시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도출해냈다.

따라서 연구팀은 바이러스수치가 최소 2000단위 이상이면서 간수치(AST 또는 ALT)가 정상 상한치의 2배(80IU/L) 이상이어야 하는 현재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혈중 바이러스수치만을 기준으로 단순화하고 일찍 치료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 교수는 “혈중 B형간염 바이러스수치가 2000IU/mL 이상인 성인 환자는 간수치와 상관없이 간염 치료를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개정해야 한다”며 “그러면 1년에 약 3000명, 향후 15년간 약 4만여명의 간암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며 “B형간염 치료시기를 간염 바이러스수치를 기준으로 단순화하고 앞당길 경우 간암 발생을 예방함으로써 사회적인 비용부담은 오히려 감소한다는 점은 이미 입증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소화기분야 최고 권위지인 ‘거트(GUT, 피인용지수 24.5)’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으며 향후 국내외 B형간염 치료지침 및 건강보험 급여기준 개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