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수술 후 ‘림프부종’, 증상 없어도 미리 잡아낸다
유방암수술 후 ‘림프부종’, 증상 없어도 미리 잡아낸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11.09 19: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아산병원, 림프부종 위험 미리 발견하는 검사법 개발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전재용, 성형외과 서현석 교수, 의공학연구소 천화영 박사  

유방암환자들이 수술 후 겪는 또 하나의 질환 림프부종. 유방암수술 시에는 혹시 모를 전이위험을 줄이기 위해 암과 주변 림프절을 함께 절제하는데 이 경우 림프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게 돼 팔이 붓는 림프부종이 나타날 수 있다. 많은 환자가 이미 팔이 땡땡 부은 뒤 병원을 찾지만 그간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림프액이 정상적으로 순환하고 있는지 조기에 검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 특별한 증상이 없는 환자라도 림프부종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국내 의료진이 유방암수술 후 림프부종 위험을 미리 발견하는 검사법을 개발, 조기 검사법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재활의학과 전재용 성형외과 서현석 교수, 의공학연구소 천화영 박사 연구팀이 동물실험연구를 통해 체내 림프관으로 주입한 형광조영제가 림프수축과 함께 이동하는 흐름을 분석, 림프액의 정상적인 순환여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림프동역학 검사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우리 몸 전체에 퍼져 면역세포와 노폐물 등 림프액을 운반하는 림프관은 작은 마디들로 이뤄져 있어 마디가 일정한 주기로 수축하면서 림프액을 다음 마디로 이동시킨다.

심전도검사와 림프동역학 검사 비교
심전도검사와 림프동역학 검사 비교. 

림프동역학 검사법은 형광림프조영제를 체내로 주입해 림프관으로 들어간 형광조영제가 림프관 마디 수축 시 림프액과 함께 다음 마디로 이동하는 패턴을 광학적 측정장비로 측정하고 심전도검사처럼 그래프로 신호화해 나타낸다. 즉 림프액 흐름이 정상적이라면 림프수축 및 형광조영제 이동 패턴 역시 일정한 규칙성을 가지지만 림프액 흐름이 막혀 있다면 패턴이 불규칙해지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검사를 동물실험에 직접 적용해봤다. 소동물의 오른쪽 겨드랑이부위 림프절을 절제해 수술로 림프절까지 절제한 유방암환자들과 비슷한 조건을 만들고 형광림프관조영제를 소동물의 왼쪽, 오른쪽 상지(팔)에 각각 주입하고 조영제 흐름을 광학적 측정장비로 측정, 의공학적 기술로 분석해 그래프로 신호화했다.

그 결과 모든 소동물의 정상 쪽인 왼쪽의 림프액 흐름 신호 그래프는 일정한 주기와 파형을 나타냈지만 림프액 흐름이 막힌 오른쪽의 림프액 흐름 신호 그래프는 규칙성이 존재하지 않았다. 또 실제 림프절을 절제한 겨드랑이 부위로부터 멀리 떨어진 손목 부위에서 측정해도 동일하게 규칙성이 없는 신호 그래프를 확인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측정 지점에 유연하게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림프부종은 심해지면 미용적인 측면뿐 아니라 옷 입기 등 신체기능에도 영향을 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최대한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팀은 이 검사가 추가 연구를 거쳐 실제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현장에 사용되면 림프부종 증상이 나타나기 전 암수술에 의한 미세한 림프액 순환장애까지도 미리 확인할 수 있어 보다 빨리 치료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이번 연구의 교신저자인 재활의학과 전재용 교수는 “유방암수술 후 림프부종 때문에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는 환자들이 많은데 ‘림프동역학검사법’이 임상시험을 거쳐 실제 환자들에게 적용되면 특별한 증상이 없는 림프액 순환장애 초기단계도 발견이 가능해 부종이 더 진행되는 것을 조기에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공동 교신저자인 성형외과 서현석 교수는 “현재 가장 대표적인 림프액 순환장애로 생기는 질환이 림프부종인데 최근 치매, 비만, 소화기관염증, 심근염, 녹내장 같은 다양한 질환과도 관련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며 “아직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이러한 질환들과 림프순환장애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 순환기분야 가장 권위있는 학회 중 하나인 미국심장학회에서 발간하는 ‘동맥경화, 혈전 및 혈관생물학(Arteriosclerosis, Thrombosis and Vascular Biology, IF=8.7)’에 최근 게재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