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잘 죽기’에 대한 바람, 이제 시작이다
[웰다잉 ?]‘잘 죽기’에 대한 바람, 이제 시작이다
  • 이보람 기자
  • 승인 2012.11.15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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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스피스부터 시작…환자에게 본인상태 정확히 알려야

‘잘 먹고 잘 사는 웰빙(well-being)의 마지막은 ’웰다잉(well-dying)‘이라는 말이 있다. 다시 말해 잘 죽는 것이 인생의 잘 살기를 완성하는 핵심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잘 죽는다는 의미의 ‘웰다잉’이란 말은 우리나라에서 통용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예로부터 죽음에 대한 말은 금기시돼왔기 때문인데 특히나 무병장수를 바라는 우리나라에서는 죽음이란 단어 자체를 꺼내는 자체가 예의에 어긋난다고 봤다.
 
하지만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의미 있는 죽음’을 원하는 이들이 늘면서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웰다잉 시초는 호스피스?완화의료기관(죽음이 가까운 환자를 입원시켜 위안과 안락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특수 병원)이다. 여기서 웰다잉이 시작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호스피스.완화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와 의료진들(사진제공:성빈센트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기관은 남은 생애가 6개월 미만인 말기암환자를 대상으로 통증과 증상 완화를 최우선으로 하는 의료서비스를 하는 곳을 말한다. 여기에 환자와 가족을 돕는 사회복지서비스와 임종에 앞둔 사별관리도 포함된다.

지난 2005년 암 관리법 도입에 따라 설치돼 현재 국내에 호스피스 전문 병?의원은 전국 50개, 792개 병상이다. 호스피스?완화의료기관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환자는 2011년 현재 전체 암 사망자 7만1579명 중 8494명인 11.6%로 나타났다. 2008년 7.8%에 불과하던 것이 11%대로 증가하긴 했으나 아직도 많은 이들이 호스피스?완화의료를 받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호스피스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인식은 매년 높아지고 있다. 국립암센터에서 2008년 전국 성인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대국민인식’ 조사 결과 응답자의 84.6%가 호스피스치료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종양내과 김훈교 교수는 “진정한 웰다잉은 웰리빙에서부터 시작된다”며 “호스피스가 더 발전하고 진정한 웰다잉이 되기 위해선 호스피스가 죽으러 가는 곳이 아니라는 인식 변화와 함께 환자 스스로 본인의 상태에 대해 알고, 사전의료계획서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종양내과 김훈교 교수
 아직도 많은 이들이 호스피스?완화의료기관을 ‘죽으러가는 장소’로 인식하고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가족중심문화이다 보니 환자 보호자들과 의료진들이 환자 본인에게 상태를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고 죽으러 가는 장소로 인식하다보니 자꾸 숨기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일반인들과 암환자들은 본인의 상태를 알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동의대 명지병원이 2011년 일반인 1000명과 암환자 245명을 대상으로 ‘진단된 암을 어떻게 알릴 것인가’에 대한 의식조사결과 89%가 본인의 암 사실을 의사에게 직접 듣고 싶다고 답했다.
 
특히 희망이 거의 없는 말기암으로 판정돼 치료를 하더라도 84.2%에 달하는 일반인과 암환자(80%) 모두 이 사실을 의사로부터 직접 통보받기를 원했다.  

또 암 진단 시 의사소통방식에서 일반인들은 본인이 묻기 전에 의사들이 먼저 이야기해줄 것을 67.4%가 원했고 환자들은 91.4%가 원하는 것으로 나타나 특히 환자들의 경우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설명해주기를 더 원했다.
 
이와 함께 사전의료의향서가 하루빨리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사전의료계획서는 미국과 호주, 캐나다, 영국 등의 선진국에서 통용되고 있는 것으로 신청자가 향후 자의적인 의사표시를 할 수 없을 경우를 대비해 사전에 의료진과 가족들을 상대로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대한 거부의사를 밝히는 서류다. 
 

김 교수는 “호스피스?완화의료기관을 양적으로 늘리기 보단 호스피스와 노인요양시설 등의 연계를 이뤄내고 진단?예방이 가능한 5대 암(폐암, 간암, 위암, 대장암, 유방암)의 관리와 함께 사전의료의향서만 잘 이뤄진다면 많은 사람들이 좀 더 웰리빙과 웰다잉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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