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드로겔 시스템’으로 태아 신경관결손 수술…새로운 기법 나왔다
‘하이드로겔 시스템’으로 태아 신경관결손 수술…새로운 기법 나왔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11.2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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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가톨릭대 의과대학 의생명과학교실 전흥재 교수, 양대혁 교수, 산부인과학교실 모체태아연구팀 신종철 명예교수, 서울성모병원 고현선 산부인과 교수.

태아의 신경관결손은 선천성기형 중 가장 흔한 형태로 신생아의 척추에 개방형 구멍이 생기면서 그곳으로 척추신경 및 조직세포가 빠져나오는 질환이다. 임신 중 태아의 척수가 양수에 노출되면 중증신경학적 장애를 안고 살아갈 수 있어 조기치료가 중요하다. 학계에서는 생후 치료보다 태내 치료의 예후가 좋다는 점이 임상연구를 통해 증명되면서 효과적인 태내치료를 위한 연구들이 많이 시도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하이드로겔 시스템을 이용한 태아 신경관결손 수술법을 개발해 태아치료재료로서의 하이드로겔 유용성을 증명했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은 가톨릭대 의과대학 의생명과학교실 전흥재 교수(세포/조직공학연구소장, 공동교신저자)와 양대혁 교수(공동제1저자)팀이 산부인과학교실 모체태아연구팀(신종철 명예교수-공동교신저자, 고현선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공동제1저자)과 다학제협력을 통해 ‘가시광 경화성 키토산 하이드로겔 시스템을 이용한 새로운 태아 신경관결손 수술법’을 개발했다고 전했다.

그간 태아의 신경관결손을 봉합하는 데는 콜라겐 및 젤라틴 스펀지와 이를 고정하기 위한 시아노아크릴레이트 접착제가 사용돼왔다. 하지만 이 접착제의 독성으로 조기유산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임신기간 태아의 성장과 피부 상피의 급격한 팽창을 거의 수용하지 못한다는 큰 단점이 있었다. 태아 피부에 접착된 비팽창성물질은 주변 양수환경에 노출된 조직을 커버하기보다는 찢어지거나 벗겨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뇌척수수막류 병변을 지닌 쥐 태아의 가시광선 광감응성 글리콜키토산 하이드로겔의 치유능을 보여주는 결과.

반면 연구진이 개발한 하이드로겔은 양수 내 젖은 상태에서 접착제 없이 10여초 간의 가시광선조사로 수술부위를 봉합할 수 있다. 물리학적 팽창도 가능해 태아의 빠른 성장에 따른 접착부위 손상을 막을 수 있다. 이 하이드로겔 시스템에는 각종 성장인자 및 약제를 탑재할 수 있어 향후 다양한 태아 치료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이번 연구성과는 재생의학과 모체태아분야 융합연구를 통한 새로운 치료영역의 길도 밝혔다는 평가이다.

모체태아의학은 임신의 시작에서 출산 후까지 임신부와 태아, 신생아의 건강을 다루는 분야로 두 생명체를 다룬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고 중요한 분야이다. 최근 태아이상 유무에 대한 진단방법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치료법에 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태아 치료는 양수라는 특수환경을 고려해야 해서 일반적 수술치료와 달리 매우 어렵고 조기진통, 조기양막파열, 태반박리, 자궁파열 등 심각한 산과적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연구진은 “향후 더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 하겠지만 이번 연구성과는 재생의학과 모체태아의학의 융합연구를 통한 선천성 기형의 자궁 내 치료는 물론 출생 후 치료분야도 발전시켜 건강한 생명 탄생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인 ‘생명은 수태되는 순간부터 존엄성을 갖고 생명권을 보장한다’(pro-life)는 기치 아래 수행되됐으며 세계적인 학술지인 <Carbohydrate polymers>(IF=11.2)지에 게재됐다.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No. 20018324)와 한국연구재단 (2020R1A2C1007588)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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