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 아름다운 인생의 마무리 ‘웰다잉’
[웰다잉 ?] 아름다운 인생의 마무리 ‘웰다잉’
  • 이보람 기자
  • 승인 2012.11.1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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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빈센트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팀 강 페트라 수녀

“사람이 태어날 때 가족 모두의 환영 속에 태어난 것처럼 죽을 때도 가족들의 인사 속에 떠나는 것이 가장 행복한 모습이더라고요.” 호스피스병동에 있으면서 많은 이들을 떠나보낸 강 페트라 수녀(사진)의 말이다.
 
강 수녀는 많은 이들의 임종을 지켜보면서 가장 잘 떠나는 모습은 ‘가족’과 함께일 때라고 말한다. 실제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오기 전 초기면담 시 환자들에게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으면 대다수가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답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환자들이 원하는 것은 최대한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난 10월 한 놀이동산으로 말기신경암 환자인 P씨를 데리고 갔던 것도 그 이유였다. 10명에 이르는 의료진들과 많은 의료장비를 챙겨가는 쉽지 않은 여정이었음에도 놀이동산을 갔던 이유는 P씨의 간곡한 부탁이 있었기 때문이다.
 
두 아이의 아버지인 P씨는 “아이들과 단 한 번도 놀이동산을 못 갔는데 죽기 전에 꼭 가고 싶다”고 말했고 강 수녀는 그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놀이동산에 협조를 구했다. 다행히 놀이동산에서도 협조해주기로 해 그의 첫 놀이동산 나들이는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강 페트라 수녀가 외출 나온 말기암 환자의 얼굴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있다. (사진제공:성빈센트병원)
 
강 수녀는 “환자와 초기면담을 하면서 환자 상태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준 후 어떤 걸 하고 싶은지를 물어보고 가족들에겐 어떤 부분을 못해주면 서운할 것 같은지를 물어본다”며 “환자 인생에 남은 과업을 다 들어줘야 편하게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빈센트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팀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특별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프로그램 기획의도는 환자들의 심리적 안정을 돕는 이유도 있지만 그보단 평소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을 잘 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대표적인 것이 꽃꽂이와 미술요법이다. 꽃꽂이요법은 매달 2회에 걸쳐 진행하고 있는데 환자들이 꽃을 보고 만지고 본인만의 스타일로 꾸미면서 심신의 안정을 취하게 돕는다. 환자들이 만든 꽃다발이나 꽃꽂이는 가족이나 주변 지인들에게 선물하도록 하는데 환자들보다 오히려 보호자들의 반응이 더 좋다.
 
미술요법은 매달 4회 정도 열리는 프로그램으로 환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그림을 그리도록 하는 시간인데 완성된 그림은 병동게시판과 병원 곳곳에 전시해 많은 이들이 볼 수 있게 해둔다.
 
또 가족을 떠나보낸 이들이 고인을 추억할 수 있도록 일년에 한번 추모제도 열고 있다. ‘별가족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추모제는 고인의 생전 모습을 함께 보면서 편지를 읽고 기도하는 시간으로 꾸며진다.
 
강 수녀는 “정말 의미 있는 죽음, 진정한 웰다잉은 떠나는 사람은 편안하게 가는 것이고 남겨진 사람들은 떠난 사람을 잘 추억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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