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전에는 없지만 말하고 싶은 이야기
처방전에는 없지만 말하고 싶은 이야기
  • 장인선 기자·심예은 인턴기자 (with.sim@k-health.com)
  • 승인 2023.12.15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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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신간] 약 건네는 마음
김정호 지음
김정호/일하는사람/192쪽/1만1500원

책 ‘약 건네는 마음’은 약사 김정호의 이야기다. 저자는 약사 일을 하면서 겪었던 깨달음부터 손님에게 약을 건네는 과정에서 느낀 성찰의 순간들까지 한데 묶어 책으로 펴냈다. 

저자는 대학병원에서 야간당직약사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병원 약제부에서 처방전만 보면서 근무하다가 소아과 개인병원 근처 약국으로 옮겼다. 그는 대학병원 약제부에서 일했던 시간을 ‘캄캄한 터널’ ‘20대의 젊은약사만이 가질 수 있는 패기로 견딘’ 시기라고 표현한다.

어떤 고민은 흔들림을 마주할 때 비로소 그 정체가 밝혀지곤 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초조로 하루하루 어두워져 갔던 나는 더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고서야 가까스로 제 목적지를 어렴풋이나마 알게 됐다.

캄캄한 어려움에 여러 번 직면하는 과정에서 발전했다는 것. 저자는 그 어두운 터널을 통과한 후에야 비로소 목적지를 발견한다고 말한다. 

힘든 문제를 경험하는 그 당시에는 마음이 작아지고 용기도 멀어진다. 하지만 그는 이 어려움을 통해 자신에게 더 맞는 방향을 찾는 지혜를 얻었다고 말한다. 여러 번 어려움에 직면하고 변화·발전하는 과정 모두 목표를 향해 천천히 나아가는 순간이라는 것. 

저자는 개인약국에서 근무하며 자신의 실수뿐 아니라 엉뚱한 약 이름을 말하며 약을 찾아달라는 손님들,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사람들, 딸기약이 들어있지 않으면 약을 먹지 않겠다는 아이까지 등 약국에서 겪었던 경험을 일기처럼 담담하게 녹였다. 

어떻게 보면 일상적이고 쉽게 지나쳤을 순간들을 저자는 놓치치 않는다. 저자는 약국을 방문하는 모든 이를 단순히 손님이라 생각하지 않고 마음을 주고 받는 공감의 상대로 여긴다. 약사로서 많은 압박과 책임이 따르면서도 자신의 약국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들고오는 색색의 알약같은 사람들이다”라고 한다. 

자신의 일을 단순히 ‘의약품 공급자’로 여겼으면 결코 펴낼 수 없는 이야기다. 전문적인 용어는 일체 나오지 않아 편하게 읽기 좋다.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지나친 압박감 속에 힘들 때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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