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논의 없는 의료일원화, 많은 부작용 낳을 것”
“충분한 논의 없는 의료일원화, 많은 부작용 낳을 것”
  • 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3.12.2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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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영 의원, ‘의대·한의대 의료일원화 : 의대정원 확대와 동시에 추진돼야’ 토론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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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1일)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의실에서 의사와 한의사를 통합의사로 길러내는 의료일원화를 논의하는 ‘의대·한의대 의료일원화 : 의대정원 확대와 동시에 추진돼야’ 토론회가 개최됐다. 

우리나라는 의대정원, 한의대정원을 각각 선발하는 의료이원화 체제가 공고히 자리잡고 있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의료이용에 있어 혼란을 겪을 뿐 아니라 의료비도 가중되고 있다. 이원화된 체계로 인한 비효율 문제, 직역 간 갈등으로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 등도 문제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의대정원을 의대정원으로 전환하고 의사와 한의사를 통합의사로 길러내는 의료일원화 추진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오늘(21일) 토론회도 의대·한의대 의료일원화 추진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의실에서 ‘의대·한의대 의료일원화 : 의대정원 확대와 동시에 추진돼야’ 토론회를 개최했다.

신현영 의원은 “의대정원 확대를 통해 필수·지역의료 극복을 도모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가 있는 상황에서 의료계, 한의학계 의견이 잘 반영돼야 한다”며 “정부도 필요성에 대해 인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늘 의료일원화 제도가 조금 더 진일보하기 위해 논의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며 “의대와 한의대가 소통하며 좋은 의사가 양성되고 의학과 한의학이 국민에 헌신하기 위한 담론을 마련해 나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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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대한의사협회 이정근 상근부회장,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 김장한 회장, 고려대안암병원 응급의학과 이성우 교수.

대한의사협회 이정근 상근부회장은 필수·지역의료분야 강화와 관련해 근본적인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의료계와 충분한 소통을 통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며 의사인력 수급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오늘 토론회 주제인 의료일원화 논의에 대해 이정근 상근부회장은 “한의과대와 한의사 제도를 폐지해 의학교육일원화를 이뤄야 한다”며 “기존 면허자는 기존 면허를 유지하고 상대영역을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려대안암병원 응급의학과 이성우 교수가 ‘의대·한의대 의료일원화와 의대정원 확대’에 대해 말했다. 이성우 교수는 “의료일원화 성공을 위해서는 정부와 이해당사자들이 의료일원화의 도착지(미래 의사는 의대교육제도에 의해서만 배출된다)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정확한 이해,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의료일원화가 정확한 위치에 도착하지 못하고 표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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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원광대 한의과대학 정명수 부학장, 경희대 한의과대학 원전학교실 백유상 교수, 대한한의사협회 황만기 부회장.

대한한의사협회 황만기 부회장은 “필수의료인력 부족 등 우리나라의 왜곡된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일원화를 해야 하지만 기본 전제가 필요하다”며 “진료제한이 없는 전면 일원화, 충분한 수련기회 보장, 기면허자에 대한 경과조치 구체적 명시, 학제통합 후 배출되는 의료인은 통합의사 형태로 배출되는 방식으로 충분히 논의돼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다음으로 경희대 한의과대학 원전학교실 백유상 교수(한국한의약진흥원 기획협력실장)가 말했다. 백유상 교수는 “의대정원 확대 및 한의대정원 축소 문제와 의대·한의대 통합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지금 한의대정원 축소는 현재 한의학 교육시스템을 붕괴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확한 가치와 목표설정, 충분한 논의 없는 의료일원화, 통합의학교육 실행은 많은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광대 한의과대학 정명수 부학장은 “국민들의 의료이용에 혼란, 의료비 부담, 의료체계의 모순점 등이 있어 궁극적으로는 의학·한의학이 통합돼야 한다는 것은 대다수가 인지하고 있다”며 “단 단계적인 시행은 결국 의학·한의학의 공간 자체가 훼손될 수 있어 의료일원화를 시행한다면 전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박준형 서기관은 “의료일원화와 관련해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결론이 나지 않고 진척도 없는 상황”이라며 “정원문제 역시 검토 중인 부분으로 이 자리에서 말씀 드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단 분명한 것은 이원화된 체계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비효율, 직역 간 갈등으로 인해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 바람직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일원화 등에 대해서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현영 의원은 오늘 토론회를 직접 이끌며 패널들에게 여러 가지 심도 있는 질문을 쏟아냈다. 아래는 신현영 의원과 패널들 간의 일문일답. 

■한의학계에서는 한의사가 포화상태임을 강조하고 있는데 복지부도 공감하고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가.

박준형 서기관 : 담당부서와 상의해보겠다.

황만기 부회장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주요 보건의료인력 중장기 수급전망과 정책방향 : 2020 ~2030)’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의사는 공급과잉이라는 것이 명시돼 있다.

■정부는 한의사 의료실태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가. 제대로 된 지표를 갖고 추적관찰해야 하는데 근거체계를 마련하는 거버넌스가 없는 상황이다.

박준형 서기관 : 어떤 정책이든지 근거를 갖고 추진해야 한다는 기조를 갖고 있으며 해당 사안도 염두에 두고 노력하고 있다. 거버넌스 확립에 대한 필요성도 공감하며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고민하고 있다.

■한의대 정원 축소에 찬성하는가.

이정근 상근부회장 : 한의대정원 축소 및 의대전환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한의계 스스로가 학문적인 정체성은 포기하면서도 기득권은 유지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의료일원화를 먼저 선행한 후 정원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순서라고 보며 따라서 지금은 논의할 수 없다고 본다.

김장한 회장 : 정원 축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의대정원이 확대되면 한의대 축소도 같이 시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성우 교수 : 순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목적지에 도달하겠다는 합의하에서 이뤄질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먼저 해결한 뒤 한의계에서 해결하면 될 것이다.

황만기 부회장 : 매우 필요하다.

백유상 교수·정명수 부학장 : 지금 논의할 사항은 아니다.

■현장에서는 한의대 정원을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만일 정원조정을 같이 할 수 있다면 부분적 전환에 찬성하는가 아니면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황만기 부회장 : 정원 축소는 가급적 빠른 시일 내 최대한 합리적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단계적으로 가느냐, 전면 개편으로 갈 것이냐는 이해당사자 간 합의가 아닌 국민 여론, 미래 수요문제, 통합의학의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백유상 교수 : 당장 통합은 불가능할 것이다. 부분적으로 통합하며 시범운영하면 좋겠지만 교육을 시험 삼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

정명수 부학장 : 의료일원화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고 교육에 대한 논의도 완료된 후라면 전면 개편하는 것이 좋다.

이정근 상근부회장 : 부분전환은 있을 수 없다. 문제점을 남겨둔 상태에서 정원만 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체 한의과대학을 동시에 전환해야 한다.

김장한 교수 : 전면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커리큘럼을 부분적으로 개편할 수는 없다.

이성우 교수 : 의료일원화 이후에는 전면전환해야 한다. 단 전환이라는 의미를 정확히 정립해야 한다.

■교육이 통합되고 일원화 되면 통합의사로 정의할 것인가, 의사로 정의할 것인가.

황만기 부회장 : 학제통합으로 배출되는 의사는 통합의사로 배출돼야 한다는 것이 기본입장이다. 단 전면적인 의료일원화, 기존 면허자 경과조치와 함께 추진돼야 한다.

백유상 교수 : 이름 자체보다는 어떤 의료행위를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정명수 부학장 : 의사, 통합의사 정의 자체를 명확하게 해야 할 것 같다. 통합된 교육을 받게 된다면 그 자체가 의사이며 따라서 의사인지 통합의사인지 하는 것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정근 상근부회장 : 통합의사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기존 의사와 한의사를 구분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며 통합된다면 의사가 맞다. 교육과정이 통합된다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지만 통합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대원칙만 정해지면 얼마든지 이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

이성우 교수 : 의사 교육과정에서 의사가 배출되는 것이지 통합의사가 배출되는 것이 아니다. 단지 기면허자와 틀림없이 갈등이 생길 것이기 때문에 구분하는 것이다. 기면허자는 절대 손대서는 안 된다. 기면허자를 통해 무언가 앞당기고자 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 실현가능성이 없다.

■통합의사가 추가 과목을 선택해 그 방향으로 전문의가 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황만기 부회장 : 일본이 해당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일본은 81개 모든 의대에서 한의학을 기본과목으로 교육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의사가 한의약 처방이 가능하다. 더 전문성 있게 공부하고자 한다면 인정의를 취득하면 된다. 이러한 방법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시나리오 중 하나이다. 여기서 말하는 인정의나 전문의와 같은 용어는 국가에서 통용될 수 있는 용어를 선택하면 될 것이며 특별하게 단어에 구애될 필요는 없다.

백유상 교수 : 현 시점에서 한의의료가 1차 의료 일부를 담당하고 있는데 의학교육을 통해 추가적으로 한의학을 공부하게 된다면 이는 선택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정명수 부학장 : 아직 이야기 할 단계는 아니다.

이정근 상근부회장 : 의료일원화가 추진되고 30년이면 새로운 교육과정에서 나온 통합의사들이 주류가 될 것이다.

김장한 회장 : 통합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인 만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성우 교수 : 졸업 후 과정을 통해 충분히 풀릴 수 있는 문제이며 해당 사안도 당연히 논의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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