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는 웬만해선 오래 안 가요…비슷한 듯 다른 겨울 호흡기감염병
감기는 웬만해선 오래 안 가요…비슷한 듯 다른 겨울 호흡기감염병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12.2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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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SV감염증·마이코플라스마 폐렴·독감’ 주의
이 시기 유행하는 호흡기감염병은 감기와 비슷한 증상으로 시작하지만 발열, 오한, 두통, 근육통 등 여러 증상을 동반하고 점차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특히 아이가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거나 밥을 못 먹고 처진다면 빨리 병원으로 와야 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겨울 호흡기감염병의 기세가 더욱 강해졌다. 하지만 워낙 감기처럼 시작되다 보니 가볍게 대처하다 증상이 심해지기 일쑤. 아이들도 예외는 아닌 만큼 부모들은 감기와 구분되는 호흡기감염병의 증상을 잘 알아두는 것이 좋다.

■영유아 공격하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과 백일해가 감소하고 있는 틈을 타 영유아에서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가 고개를 들었다. 질병청에 따르면 최근 4주간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감염증 입원환자가 약 2배 늘었으며 특히 신생아를 포함한 0~6세 영유아가 입원환자의 72.2%를 차지했다.

RSV감염증은 영유아에서 흔한 또 하나의 호흡기감염병으로 우리나라에서는 10~3월 사이 유행한다. 특히 2세 미만의 영유아에서 발병률이 높다. 증상은 대부분 콧물로 시작된다. 기침은 바이러스 감염 1~3일 후 흔히 나타나며 이때 재채기, 미열이 동반될 수 있다.

순천향대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민택기 교수는 “특히 영유아는 급성세기관지염이나 폐렴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며 “기침과 콧물 등 호흡기증상이 시작된 후 48~72시간 안에 증상이 빠른 속도로 심해지면서 호흡곤란이 동반되는 경우 빨리 병원으로 와야 한다”고 당부했다.

치료는 증상에 따라 해열제, 기침, 콧물약 등을 복용하며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면서 경과를 관찰한다. 이렇게 하면 대부분 8~15일 내 회복된다. 민택기 교수는 “단 세기관지염으로 악화돼 호흡곤란증상을 보이는 경우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며 “생후 12주 이내의 영아, 조산아 및 선천심질환, 만성폐질환, 면역질환 등을 갖고 있는 소아는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치료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SV감염증은 별도의 예방백신이 없어 안 걸리게 조심하는 것이 최선이다. 아이에게 마스크를 꼭 씌우고 손 씻기 등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지도한다. 아이가 RSV감염증에 걸렸다면 생활환경 개선에도 신경 써야 한다. 미지근한 물을 많이 먹이고 실내 적정습도(60%)를 유지한다. 코막힘이 심하면 분비물을 자주 제거해주고 수유 시에는 빠른 호흡으로 기도로 흡인될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여전히 유행 중인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이하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11월 3주차 이후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아이들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어 안심은 금물이다. 특히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3~4년을 주기로 유행하는데 우리나라는 2019년도에 대유행해 지금이 유행할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박준성 교수는 “실제로 폐렴이 심해서 오는 아이들을 검사해보면 마이코플라즈마 폐렴균이 많이 검출되고 있어 지난겨울에 비해 환자가 많이 증가한 것을 실감했다”고 설명했다.

이 역시 처음에는 감기로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감기는 콧물, 기침 등이 나타나다 3~4일 정도 지나면 저절로 좋아지기 마련이다. 박준성 교수는 “반면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은 세균에 의한 호흡기감염병이기 때문에 적절하게 치료하지 않으면 계속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며 “특히 기침이나 가래가 심하고 발열, 오한, 인후통 역시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역시 RSV감염증처럼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면 빨리 응급실로 와야 한다. 호흡곤란이 심해지면 호흡수가 빨라지고 입술이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이 생길 수 있고 아이가 식사도 제대로 못할 만큼 의식이 처질 수도 있다.

박준성 교수는 “웬만해선 중환자실까지 가는 경우는 없지만 아주 드물게 0.1% 미만에서 뇌염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며 “아이가 의식이 너무 처지거나 식사도 못 하는 등 컨디션이 너무 떨어져 보이면 혹시 뇌염으로 진행되진 않았는지 큰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감기치곤 너무 아프고 오래 가는 ‘독감’

독감은 전 연령에서 기승이다. 질병청에 따르면 이미 12월 둘째 주 인플루엔자 유사환자(독감이 의심돼 병원을 찾은 환자)가 1000명당 61.3명으로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연령별로는 7~18세 연령층에서 가장 높은 발생률을 보인 반면 입원환자는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독감은 감기로 오인하기 쉽지만 확실히 다르다. 경미한 발열과 몸살증상이 나타나는 감기에 비해 독감은 38도 이상의 고열, 심한 두통, 오한과 몸을 얻어맞은 듯한 근육통이 뒤따른다. 증상이 꽤 심하며 어린이는 설사, 구토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대전을지대병원 감염내과 신형식 교수는 “증상의 지속기간 또한 감기는 3일에서 10일 정도지만 독감은 최대 3주까지 남아있기도 한다”며 “독감이 유행 중인 만큼 발열, 두통, 근육통 등이 있으면 가능한 빨리 진료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독감증상 발생 후 48시간 안에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하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평소 건강한 사람이 독감에 걸렸다면 보통 5~7일 후 심한 증상은 호전되며 1~2주 지나면 대부분 완쾌된다. 고열과 근육통이 있을 때는 의사 처방에 따라 해열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독감에 걸렸다면 실내는 따뜻하게 유지하되 가습기, 젖은 빨래 등을 이용해 습도를 조절해야 한다. 또 신형식 교수는 “코가 막혀 입으로 숨쉬기 때문에 인후통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면 목을 건조하지 않게 유지할 수 있고 가래 배출도 원활해진다”고 말했다.

독감의 가장 기본적인 예방법은 백신접종이다. 생후 6개월이 지난 모든 사람이 접종대상자이며 어린이, 임신부, 65세 이상 고령자는 폐렴 등 합병증 발생위험이 높아 접종을 더욱 권고한다.

손 씻기 역시 감염위험을 낮추는 효과적인 방법. 단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 손등, 손가락사이, 손끝 엄지손가락 등을 꼼꼼하게 씻어야 한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마스크를 꼭 착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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