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2025년이면 노인이 전체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합니다. 2021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진료비가 41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거동불편노인들을 위해 ‘장기요양 재택의료 시범사업’을 추진, 내년에 2차 시범사업을 준비 중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제도적 기반이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합니다. 헬스경향이 기획한 ‘참 안 바뀌는 복지정책’의 이번 주제는 ‘장기요양 재택의료시범사업’입니다. <편집자 주>
초고령사회가 다가오면서 재택의료수요가 급증했다. 이에 정부는 2022년 12월 1차 ‘장기요양 재택의료 시범사업(이하 시범사업)’을 시행, 이용자의 80% 이상이 높은 만족도를 보이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시범사업 참여의료기관은 극히 적다. 전문가들은 의료진의 인지도가 낮은 점. 행정절차의 복잡함, 낮은 수가 등을 걸림돌로 꼽았다.
■복잡한 행정절차 ‘걸림돌’
재택의료는 공간을 환자의 주거지로 옮김으로써 의료서비스의 물리적 접근성을 높여준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1차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의사 33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41%가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병·의원에는 환자 1명당 12만원 정도의 수가가 지급되는데 보통 재택의료환자 1명을 돌보는데 1시간 이상 소요돼 외래진료가 더 이익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환자의 장애등급을 의료진이 사전에 직접 확인해야 하고 환자진료기록, 장애등급, 사유, 처방전, 청구자료 등을 직접 입력하는데 그 과정이 까다롭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대한재택의료학회 이건세 회장은 “많은 언론에서 재택의료의 저조원인을 저수가로 꼽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며 “무엇보다 의사 한 명이 처리해야 하는 행정업무가 너무 많다”고 토로했다.
■외국선 1990년대부터 기반 조성
시범사업은 노인건강권을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의료법 개정으로 1990년대 말 왕진제도가 자취를 감췄지만 해외 여러 국가에서는 1990년대부터 재택의료서비스 모델을 정립했다.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와 의료체계가 다르지만 제도권 내에 안착했다. 미국은 1990년대 말부터 재택의료서비스를 시행했는데 미국 역시 처음에는 보상체계와 엄격한 기준으로 의료기관참여율이 저조했다. 이후 1998년 수가를 2배 가까이 인상, 정착토대를 마련했고 2006년에는 환자의 집으로 방문하는 진료형태 외에 공동주거시설에서의 방문진료도 허용했다.
일본의 재택의료는 다학제로 운영되는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이다. 2013년 도입된 이 시스템은 의료와 간호, 복지 등을 종합 제공한다. 우리나라처럼 단일의료보험이 아닌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지역의료보험조합을 운영, 각 지자체가 노인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또 외래진료보다 재택의료수가를 2배 이상 높여 의료진참여율을 높였다.
일본 츠바사 재활클리닉 카미가이치 리에 교수(재활의학과)는 “일본은 고령자 단독세대가 급증하면서 재택의료수요가 크게 늘었다”며 “재택의료비용이 싼 편은 아니지만 요양병원입원비보다 저렴해 많은 노인들이 이용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