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미생물의 새로운 지평을 연 ‘대변이식술’
장내 미생물의 새로운 지평을 연 ‘대변이식술’
  • 장인선 기자·심예은 인턴기자 (with.sim@k-health.com)
  • 승인 2024.01.0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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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신간] 똥이 약이다
사빈 하자/히포크라테스/280쪽/1만7000원
사빈 하자 지음/히포크라테스/280쪽/1만7000원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들은 기껏해야 몸의 외면이다. 조금만 자극적인 음식을 먹어도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한다 한들 장내환경을 바꿀 수는 없다.

장에는 바이러스, 세균, 진균 등 미생물들이 모여 미생물군계(마이크로바이옴)를 형성하고 있다. 이 미생물군계의 균형이 깨져 해로운 균이 득세하면 다양한 질환이 발생한다. 비만, 셀리악병, 심장질환, 우울증, 치매, 관절염, 자폐증, 뇌졸중, 간질, 파킨슨병, 다발성경화증, 위식도역류질환, 길랑바레증후군, 뚜렛증후군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사라진 유익균을 건강한 기증자의 대변을 이식받아 원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저자 사빈 하잔은 미국 소화기내과 임상교수로서 장생태계의 균형을 회복시킬 수 있는 미생물을 넣어주면 미생물군계의 균형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건강한 대변을 이식하면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증가하고 유익균을 넣어 장내 미생물 균형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2017년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에서 자폐스펙트럼 피험자 18명에게 대변이식치료를 시행해 치료 18주 이후 증상이 꾸준히 개선됐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또 2022년 노르웨이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과민대장증후군환자 45명의 십이지장에 대변 60g을 이식하자 3년 후 증상이 완화돼 삶의 질이 향상됐다고 보고된 바 있다.

이 책은 대변이식의 원리와 미생물과 질병 사이의 아직 규명되지 않은 관계를 풀어냈다. 마지막 장에서는 장내 미생물을 증진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식단이 소개됐다. 저자는 가공식품과 밀가루 식품을 장기간 섭취하는 것은 장내 미생물을 쫄쫄 굶기는 것이라며 낫토, 아티초크, 고구마, 시금치, 마누카쿨 등을 추천했다.

현재 대변이식이 환경·유전적 요소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모든 개인이 지문만큼 고유한 미생물군계를 갖고 있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저자는 대변이식술이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다음 똥을 기다려주기 바란다’며 대변이식에 대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제목 ‘똥이 약이다’라는 말은 아직 섣부르지만 대변이식에 관심 있는 사람은 흥미롭게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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