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봉석 교수의 전지적 비뇨기과시점] 건강함의 시작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
[심봉석 교수의 전지적 비뇨기과시점] 건강함의 시작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
  • 심봉석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4.01.1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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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봉석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이 부푼 기대와 희망을 안고 건강에 대한 목표를 세운다. 대부분 금주, 금연 같은 잘못된 생활습관 고치기, 운동이나 체중 감소 등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데 과연 이런 몇 가지 방법으로도 우리가 건강해질 수 있는 것일까?

실제로 건강함의 정의란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고 비교적 단순하다. 신생아나 영아의 건강상태를 알아보는 가장 손쉬운 척도가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인데 어른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일상에서 먹고 자고 싸는 데 특별한 불편함이 없다면 보편적으로 건강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히포크라테스가 먹는 음식이 약이 되게 하라고 말했지만 좋은 것만 골라 먹는다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적절하게 먹고 먹지 말아야 할 때 안 먹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무엇을 먹느냐보다는 어떻게 먹는지가 중요하다. 시간에 맞춰 규칙적으로 먹고 과식하지 않으며 수면에 방해가 되지 않게 늦은 밤에는 먹지 말아야 한다.

잠이 보약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도 편안하고 깊은 잠, 즉 숙면은 육체와 정신에 활력과 에너지를 준다. 식사와 마찬가지로 잠도 시간에 맞춰 제때 자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생체리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정에서 새벽 4시 사이에는 잠들어 있는 것이 좋다. 이 시간에 주로 장기들의 휴식과 세포의 재생이 이뤄지며 성장호르몬과 성호르몬이 집중적으로 분비된다. 숙면을 위해서는 빛과 소음을 완전히 차단하고 자기 전에는 TV나 스마트폰을 보지 말아야 한다. 잠깐의 낮잠은 괜찮지만 30분 이상 또는 오후 3시 이후의 낮잠은 밤의 숙면을 방해한다.

대사의 결과물인 소변과 소화의 결과물인 대변은 건강의 지표이다. 따라서 대소변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행위도 신체 유지를 위해 대단히 중요한 생리현상이다. 하루에 대변은 한번에 200mg 정도를 1회 배출하고 소변은 한번에 300cc 정도를 6~8회 배설한다. 소변의 대부분은 물이고 대변의 70%도 수분이지만 가장 큰 차이는 소변에는 세균이 없고 대변에는 음식물 분해에 필요한 수많은 세균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소화기능에 도움이 되는 장내 세균이 요로에 침입하면 방광염, 신우신염 같은 요로감염을 일으킨다.

흔히 먹고 자는 데는 많은 관심을 두지만 싸는 데는 소홀하기 쉽다. 먹고 자고 싸는 기본적인 생체활동은 각각 독립적인 기능이 아니라 함께 연관돼 있다. 소화기관이나 비뇨기관 역시 수면 중에는 최소한의 기능만 유지하며 휴식을 취한다. 따라서 자기 전 음식물을 섭취하면 소화기관이 이를 처리하기 위해 계속 활동하고 숙면을 방해한다. 신장도 밤에는 평소의 30% 정도만 기능하면서 휴식을 취하는데 저녁 늦게 물을 마시면 결국 만들어지는 소변량이 늘어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자다 깨는 야간빈뇨가 발생한다.

잘 싸기 위해서는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고 물을 조금씩 자주, 충분히 마시되 자기 전에는 삼가야 한다. 대변이든 소변이든 억지로 참게 되면 방광, 전립선 등의 골반근육이 경직되고 긴장돼 골반건강에 좋지 않다.

새해에는 구체적인 목적을 가진 건강 계획도 좋지만 건강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시간 맞춰 ‘적절하게 먹고’ ‘편안하게 자고’ ‘제대로 싸는’ 습관을 가지도록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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