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고약한 ‘미분화 갑상선암’, 새 치료 길 열렸다
가장 고약한 ‘미분화 갑상선암’, 새 치료 길 열렸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4.01.10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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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세브란스병원 김석모 교수팀, 항암제 저항원리 규명
글루타민 분해효소+PHGDH 동시 투여로 치료효과 확인
(왼쪽부터) 연세의대 의생명과학부 황성순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김석모·윤혁준 교수

흔히 갑상선암은 진행이 더디고 예후가 좋아 ‘착한 암’ ‘거북이 암’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갑상선암은 분화도에 따라 종류가 나뉘며 예후도 각기 차이가 있다. 특히 미분화 갑상선암은 평균 생존기간이 1년 미만으로 알려졌으며 현존하는 암 중 가장 치료가 어려운 고약한 악성종양으로 꼽힌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의료진이 미분화 갑상선암의 항암제 저항원리를 규명, 그간 항암제 효율이 낮아 치료가 어려웠던 미분화 갑상선암의 새로운 치료전략을 제시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갑상선내분비외과 김석모·윤혁준 교수팀과 연세의대 의생명과학부 황성순 교수가 기존 항암제에 높은 저항성을 보이는 미분화 갑상선암의 항암제 저항 매커니즘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미분화 갑상선암은 전체 갑상선암환자의 1% 미만으로 흔치 않은 암이지만 주변 장기로 전이가 빨라 예후가 나쁘다. 치료하지 않으면 보통 3개월 이내 사망할 수 있으며 치료한 환자 역시 1년 이상 생존율이 약 20%밖에 되지 않는다.

연구진은 미분화 갑상선암이 항암제에 저항하는 원리를 찾기 위해 유전체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갑상선유두암에 비해 미분화 갑상선암에서 글루타민분해효소(GLS) 발현이 높은 것을 확인했다. 갑상선유두암은 갑상선암 중 가장 흔한 암으로 1기의 10년 생존율이 98.3%에 이를 만큼 예후가 좋다고 알려졌다.

암세포는 생존하기 위해 글루타민을 주요 영양분으로 사용한다. 글루타민은 포도당으로 다음 가는 세포 에너지원으로 꼽히며 글루타민분해효소를 이용해 글루타치온을 합성시켜 종양세포에 각종 영양분과 에너지를 제공한다. 주요 암종에서 글루타민분해효소가 높게 나타나다 보니 연구진은 이를 억제해 암세포의 영양공급을 막으면 항암제효과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글루타민 분해 경로를 억제해도 미분화 갑상선암세포는 여전히 살아남았다.

글루타민 분해 대사만 억제했을 경우 단일탄소 대사기전을 활성화해 암세포가 생존했으나(A) 글루타민분해효소와 단일탄소 대사를 동시에 억제한 결과 활성산소 균형이 무너져 암세포가 사멸하고 항암제 치료 효율이 증가했다(B).

이 과정에서 연구진은 미분화 갑상선암이 ‘단일탄소 대사기전’을 활용해 생존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발견했다. 이를 바탕으로 글루타민분해효소 저해제(BPTES)와 단일탄소 대사기전의 핵심 효소인 PHGDH를 억제하는 저해제(CBR-5884)를 동시에 투여하는 동물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암세포를 유지하는 활성산소종(ROS)의 균형이 무너져 암세포 사멸을 촉진했으며 기존 단일 항암제를 사용했을 때보다 항암효과가 약 50%가량 향상된다는 사실이 관찰됐다. 또 연구진은 추가적인 유전체검사를 통해 갑상선유두암에서 미분화 갑상선암으로 진행될수록 단일탄소 대사의 기전이 강화된다는 점도 확인했다.

황성순 교수는 “글루타민 분해 및 단일탄소 대사기전을 억제하는 신약개발 연구가 해외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아직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단일탄소 대사기전은 항암제 저항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이를 제어하는 신약개발 후속 연구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김석모 교수는 “강남세브란스병원은 난치성 미분화 갑상선암을 전국에서 가장 많이 치료하고 있다”며 “글루타민 분해효소와 PHGDH를 동시에 억제하는 병용투여하는 새 치료전략이 미분화 갑상선암으로 고통받는 많은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네이처출판그룹(NPG) ‘Cell Death & Disease(IF: 9.1)’에 ‘글루타민 분해와 단일탄소 대사기전의 공동 억제를 통해 생성된 활성산소를 이용하는 미분화 갑상선암에서의 화학요법 효능 증가(Co-inhibition of glutaminolysis and one-carbon metabolism promotes ROS accumulation leading to enhancement of chemotherapeutic efficacy in anaplastic thyroid cancer)’ 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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