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세대갈등…젊은이들 폄하하는 성향 버려야”
“직장 내 세대갈등…젊은이들 폄하하는 성향 버려야”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4.01.23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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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상원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소장(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보스가 아닌 리더에게 끌리는 시대
  • 일방적인 ‘희생’보다는 적절한 보상
  • 20대 직무불안정, 50대 고용불안정 호소
전상원 소장은 “우리나라 회사는 가족주의 개념이 밑바탕에 깔려있다”며 “조직을 위해서 희생하라는 개념이 지속되니 젊은층에게는 부당해 보이는 만큼 보상과 자부심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상원 소장은 “우리나라 회사는 가족주의 개념이 밑바탕에 깔려있다”며 “조직을 위해 희생하라는 개념이 젊은층에게는 부당해 보이는 만큼 보상과 자부심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잿빛 같은 하루를 보낼 때 기자는 드라마 ‘미생’을 다시 본다. 미생을 다시 보는 것은 울고 싶은 마음을 흘려 보내기 위해서다.

하루가 갈 때 우리는 과연 무엇을 생각할까. 내일에 대한 기대가 자리 잡는가,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가, 아니면 직장상사를 대면해야 한다는 짜증에 휩싸여 있는가. 쏟아지는 질문 속에 드라마를 보다 보면 가수 곽진언의 ‘응원’이라는 OST가 쓸쓸히 내 귀에 흘러온다. “축 쳐진 어깨를 펴봅니다.” 마치 고된 하루를 보낸 나를 위로하듯이.

미생은 기업에 존재하는 권력역학과 성불평등, 세대 간 분열 등 냉혹한 현실을 묘사한다. 더욱이 주인공 장그레는 기업 경험이 전무(全無)하다. 한마디로 무한경쟁이라는 땅에 맨몸을 부닥친 것이다.

무한경쟁의 시대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태어나 산후조리원에 들어가는 것부터 어린이집, 유치원, 학창시절, 대학입시, 취업까지. 과연 우리 삶에 휴식은 존재하는지 의문이다. 더욱이 홀로서기를 시작한 사회생활은 어떤가. 의도치 않은 말실수로 인한 갈등과 업무실수는 풀리지 않는 숙제다. 집에만 있고 싶은가.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은가. 부모의 목소리를 듣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는가. 이 질문에 다 그렇다고 답변하면 우울감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다.

영국의 킹스칼리지런던 공공정책학 교수는 ‘세대 감각’을 통해 말한다. “밀레니얼 세대가 ‘재탄생’한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 Z세대가 최악의 평가를 받는 세대로 운명지어진 것도 아니다…(중략)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젊은이들을 폄하하는 성향을 반영할 뿐이다.”

수직적 구조와 평등, 남녀 직무스트레스, 일상과 일의 균형, 가족주의의 해체, 보상과 체계 등 기업문화 변화를 위해 애쓰는 전상원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소장(정신건강의학과 교수)과 얘기를 나눴다.

그는 모든 세대의 직장인들은 궤만 다를 뿐 모두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한다고 토로했다. 물질적 풍요와 저출산, 개인주의가 포화상태로 이르렀다고 지적하며 “기업이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과 배려의 물꼬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 내 스트레스는 수직적 구조와 평등, 남녀 직무스트레스, 일상과 일의 균형, 가족주의의 해체, 보상과 체계 등과 관련이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직장 내 스트레스는 수직적 구조와 평등, 남녀 직무스트레스, 일상과 일의 균형, 가족주의의 해체, 보상과 체계 등과 관련이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 기업정신건강연구소는 생소한 기관이다.

보건학에서 정신질환의 예방을 1·2·3·4 등으로 구분한다. 1차는 예방 및 교육이다. 2차는 위험요소를 스크리닝해 고위험군 환자를 발굴하는 것, 3차는 치료 및 재활이다. 4차는 컨설팅으로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다. 최근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관련 프로그램이 많이 탄생했다. 대표적인 예가 EAP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EAP를 하는 곳은 거의 전무했다. 이에 설립된 곳이 기업정신건강연구소다. 연구소는 2013년 2월 병원 내에 설립된 직장인 정신건강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최초의 기관으로 집단의 조직문화 제도 개선을 통해 정신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 EAP는 무엇인가.

EAP는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Employee Assistance Program)’의 약자다. 최근 기업들의 EAP프로그램 도입이 활발하다. 이 프로그램은 회사 내에서 발생하는 업무상 문제나 직무 스트레스뿐 아니라 가족 문제, 알코올 및 약물남용, 정서적 문제 등 포괄적인 부분에서 상담, 코칭 및 컨설팅을 제공한다. EAP는 근로자 개개인의 심리적 상태를 효과적으로 관리해주고 기업의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

- 정신건강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많은 기업이 직원들의 마음건강을 챙기고 있는데. 

2000년대 중반이 되면서 직원들의 정신건강이 중요해졌다. 하지만 당시에는 우울증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최근에는 직장 내 괴롭힘과 불안까지 확대됐지만 외국 선진국에 비하면 상당히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 산업군 변화와 관련 있는지.

1·2차 산업은 농업, 축산업, 제조업 등이 포함돼 있어 신체건강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산업이 지능화되면서 서비스업이 증가했다. 서비스업은 정신건강이 좋지 않으면 매출이 감소한다. 실제로 정신건강을 컨설팅 해주니 매출이 상승한 사례가 많다. 과거 한 게임회사를 컨설팅한 적이 있다. 정신건강에 투자하자 실적이 크게 상승했다. 일정 소득을 넘으면 정신건강에까지 관심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

- 정신건강 컨설팅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상담뿐 아니라 다양한 것들을 컨설팅 한다. 탄력근무제 역시 정신건강 컨설팅 중 하나다. 야행성인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새벽에 창의력이 막 샘솟는다고 한다. 이에 새벽 2시에 출근해 아침 9시 퇴근하게 했는데 업무효율이 크게 상승했다.

- 회의시간도 직원들의 정신건강과 관련 있을 듯한데.

당연하다. 큰 회의를 위해 소규모 회의를 도입하고 재택근무를 통한 줌회의를 하는 것도 정신건강을 증진해 업무효율과 큰 관련이 있다. 불필요한 회의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세대갈등은 고대 그리스 때부터 꾸준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현상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세대갈등은 고대 그리스 때부터 꾸준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현상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 세대별로 호소하는 증상이 다를 것 같다.

20~50대를 구분했을 때 스트레스 지수는 전반적으로 U자형을 보인다. ▲우울 ▲불안 ▲수면 ▲직무스트레스 등의 지표를 놓고 살펴보면 20대가 가장 안 좋다. 이후 30대가 되면 좀 떨어진다. 40대에 접어들면 조금 떨어지고 50~60대에 급격하게 다시 올라가 20대와 비슷해진다.

- 좀 더 자세한 설명 부탁한다.

20대는 직장 내 스트레스와 직무불안정성을 많이 호소한다. ‘내가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참고해야 하는지’ 등 기로의 갈등에 있는 세대다. 30대는 직무성취가 스트레스의 주원인이다. 과장급들이 많기 때문에 실적을 내야한다. 또 퇴직 연령이 낮아지면서 승진에 관한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40대가 되면 직무유지에 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이제 퇴직 압박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반면 50대는 고립감이 크다. 직장 내에서 대부분 임원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피라미드 구조여서 상위에 위치한 50대는 언제 퇴직 권유를 받을지 모르고 소통할 사람이 없다. 스트레스 원인만 다를 뿐 모두 연령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보이고 있다.

- 결국 생계와 연관돼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돈, 보상에 관한 항목은 매우 중요한 항목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보상의 적절성에 관한 근간이 잡혀 있지 않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보상문제가 정신건강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 ‘젊은 친구들은 돈만 밝혀’라는 소리가 종종 들린다.

이건 사회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자아성취도 금전적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자아성취를 할 수 있어도 보상이 떨어지면 보상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 취업난에 날이 갈수록 물가는 치솟는데 이것을 보고 돈만 밝힌다고 말할 수 없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수십 년 동안 보상에 관한 개념이 부적절했다.

이는 잘못된 가족주의에서 출발했다. 우리나라 회사는 가족주의 개념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조직을 위해서 희생하라는 개념이 지속되니 젊은층에게는 부당해 보인다. 평생직장도 사라졌다. 가령 일본은 자아성취 측면에서 살펴보면 평생직장 개념이 있다. 20년 근속 시 작은 회사라도 성대하게 퇴임식을 열어준다. 자부심을 갖게 해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조촐하기 그치없다. 자부심을 갖게 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중소기업에서는 정신건강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

대기업은 재정, 인력 등이 풍부하기 때문에 정신건강을 ‘복지’의 영역으로 넣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쉽지 않다. 하루하루 손실을 메꾸고 매출을 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예 손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서 많은 문의가 들어온다. 하지만 이 부분은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번 정부에서 정신건강에 대해 각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기대하고 있다.

- 연구소에서는 마음ON케어를 개발했다.

마음ON케어 애플리케이션에 가입하면 기초 문진을 통해 개인의 스트레스 요인과 수준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2주 케어 ▲데일리 케어 ▲온라인 상담 등의 솔루션을 받을 수 있다. 2주 케어에서는 검증된 심리이론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상 솔루션이 제공되며 영상이 끝난 후 간단한 퀴즈를 통해 솔루션의 핵심포인트를 기억하고 마음건강 활동을 직접 실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 비대면진료로 이해된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유일하게 가능한 진단이 ‘정신건강’이었다. 하지만 초기에는 거부감이 높았다. 상담 느낌이 안 들고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덕을 봤다. 또 이후에는 인지행동치료도 마음ON케어에 접목했다. 동영상을 보고 숙제를 입력, AI가 분석해 컨설팅까지 해준다.

- 4단계로 구성된 만큼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

한 회사를 컨설팅하는 데 6개월 정도 소요되며 큰 프로젝트 같은 경우 1년이 소요된다. 또 전 직원을 상담·평가를 해야하기 때문에 굉장히 노동집약적이다. 또 성별, 세대, 부서별로도 평가지표가 다르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 비밀보장이 되는 것인가.

당연하다. 컨설팅에서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 바로 익명성이다. 하지만 몇 회사에서는 우리가 돈을 냈으니 정보를 알려달라고 한다. 따라서 계약서를 작성할 때 이 부분을 반드시 고지하고 숙지시킨다. 익명성 보장과 비밀유지가 반드시 이뤄지니 믿고 맡겨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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