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비중성화 중년 수컷 강아지 위협하는 전립선질환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비중성화 중년 수컷 강아지 위협하는 전립선질환
  • 권단비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 원장 겸 영상의학센터장ㅣ정리·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4.01.2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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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단비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동물병원) 원장 겸 영상의학센터장

이전 칼럼에서 전립선종양을 다룬 적이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종양은 아니지만 방치하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전립선농양에 대해 다뤄보려고 한다.

개의 전립선은 골반요도를 감싼 형태의 구형조직이다. 이 조직은 중성화하지 않은 수컷 개가 나이듦에 따라 증식하고 비대해질 수 있는데 중성화하지 않은 9년령 이상 수컷 개의 약 95%에서 양성비대가 나타난다(참고로 고양이는 전립선이 매우 작고 관련한 질병이 매우 드물다).

양성비대 과정에서 종종 낭성구조를 형성하기도 하고 염증에 취약한 상태가 된다. 세균성 전립선염은 드물게 혈행성 감염으로 발생할 수도 있지만 주로 요도로부터 상행감염에 의해 발생한다. 기존에 존재하던 낭종에 세균이 감염되거나 급성세균성전립선염에 의해 농양이 형성될 수 있다.

농양이란 조직 세균감염에 반응해 모여든 백혈구와 조직세포의 파편, 조직액 등 단백질이 풍부한 액체성 생성물이 캡슐화돼 존재하는 상태를 말한다. 배액로가 없어 형성된 구조물이기 때문에 방치하면 급성·만성염증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전립선의 국소감염이 혈류를 따라 전신감염으로 이어지면 발열, 기력저하 등이 나타난다. 심하면 패혈증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어 감염 초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립선액은 방광으로 역류할 수 있어 전립선염이 있는 경우에는 대부분 요로 이상이 동반된다(지속적인 요로감염이 발생하면 전립선염을 감별할 필요가 있다). 초기에 보호자가 인지할 수 있는 증상은 배뇨 시 통증호소나 혈뇨, 농뇨 등이 있고 심한 경우 식욕저하, 기력저하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증상들로 동물병원을 방문하면 혈액검사, 방사선검사와 초음파검사, 방광천자를 통한 요검사 등을 실시하게 된다. 만일 전립선염 초기라면 전신증상이나 염증수치 이상을 동반하지 않을 수 있다. 단순 비대와는 달리 전립선염이 동반되면 촉진 시 통증을 느끼기 때문에 단순 전립선비대와 감별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경우에 그런 것은 아니다. 전립선농양은 전립선염이 꽤 진행된 상태이기 때문에 혈액염증 수치가 증가하고 초음파검사에서 농양의 특징적인 형태가 확인된다.

진단과 치료는 배액과 동시에 이뤄진다. 초음파가이드로 농양 내 액체를 최대한 제거한 뒤 해당 액체를 배양해 원인균을 특정하고(세균배양검사) 항생제 감수성검사를 통해 해당 세균에 적절한 항생제를 처치한다. 심한 전신질환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배액과 항생제 처치에도 회복할 수 있지만 이미 패혈증의 단계로 진행됐다면 예후가 불량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다음 사진은 본원에 기력저하와 식욕부진으로 병원을 찾은 개의 방사선·초음파사진이다.

복부 방사선사진에서 복강 뒤쪽 두 개의 원형 연부조직 구조물이 관찰된다. 초음파검사상 뒤쪽 구조물이 전립선임을 확인했다. 또 불균질한 전립선실질 뒤쪽으로 다량의 슬러지를 함유하는 낭성 구조물이 확인돼 전립선농양을 의심할 수 있다.

천자 시 농성 삼출물이 확인됐고 전량 배액했다. 배양검사결과 원인균은 대장균으로 확인됐는데 주로 대장균에 의한 감염으로 전립선염과 농양이 발생한다. 항생제 감수성 검사결과를 토대로 적절한 항생제를 처치했으며 몇 번의 배액처치를 추가로 진행했다. 최소 약 4주간의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고 이후 배액된 액체에서 세균배양이 되지 않으면 치료를 종료할 수 있다.

치료종료 후 전립선실질은 회복되지 않고 낭성 구조물이 남아 있는데 이를 통해 전립선낭종에 감염이 발생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전립선질환은 대부분 중성화하지 않은 개가 전립선이 비대해져 발생한다. 전립선비대가 진행된 경우에도 중성화 후 위축되기 때문에 중성화로 예방하는 것을 추천한다. 염증이 진행된 후에 중성화를 해도 치료경과가 좋다. 이 개는 다행히 치료경과가 좋았지만 치료시기가 늦어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꽤 있기 때문에 증상 초기에 가까운 동물병원에 방문해 검사받기를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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