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료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이 단연 화제다. AI는 의사의 진료효율뿐 아니라 진단의 정확도를 높여 암 같은 중증질환의 조기진단과 치료를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심뇌혈관질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심뇌혈관질환은 국내에서 암 다음으로 높은 사망원인이다. 심뇌혈관질환은 협심증, 심근경색증 등 심장질환과 뇌졸중, 뇌출혈 등 뇌혈관질환으로 구분된다. 심뇌혈관질환은 갑작스레 발병할 경우 사망위험이 매우 높고 설령 치료해도 사지마비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기 쉽다. 심뇌혈관질환은 과거에는 치료에 초점을 맞췄지만 최근에는 예방으로 패러다임이 변화됐다.
■미국, 심방세동예측 의료AI 검증결과 발표
최근 미국의사협회지(JAMA)는 심전도를 통한 심방세동예측 의료AI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심방세동은 상부심방에서 하부심방으로 혈액을 보내는 전기신호가 교란돼 생기는 질환으로 허혈성뇌졸중으로 악화될 수 있는 중증질환이다.
연구진은 1987년 1월부터 2022 12월까지 재향군인건강네트워크 등록환자 중 심방세동환자 90만7858개의 심전도데이터를 딥러닝한 AI를 개발, 검증에 들어갔다. 건강네트워크 소속 병원 2곳에서 이뤄진 검증 결과 AI모델은 공석하면적(AUROC) 0.86을 기록했다. AI의 정확도를 평가할 때 0.8 이상을 신뢰구간으로 본다는 점에서 매우 높은 정확도를 보인 셈이다.
시더스 시나이병원 데이비드 박사는 “AI를 통해 매우 위험한 심장질환인 심방세동에 걸릴 위험을 31일 후까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어 심뇌혈관질환의 조기진단과 예방에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상급종합병원, 선진화된 AI시스템 개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선진화된 AI의료시스템을 확보하고 있다. 실제로 고려대구로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등이 예측AI시스템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고려대구로병원 심혈관센터 나승운 교수팀은 2004년~2014년까지 병원을 방문한 흉통환자 1만여명의 관상동맥조영술 검사결과와 기초임상정보를 바탕으로 관상동맥질환위험도를 점수화하는 AI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민감도 98%, 정확도 92.8%를 보였다. 현재 사용되는 심혈관질환위험도 계산모델의 정확도는 70~80% 정도이다.
삼성서울병원 역시 독자적 AI모델인 ‘STAT’를 개발했다. STAT는 심뇌혈관질환의 골든타임을 기존 24시간에서 72시간으로 늘렸다. STAT는 환자의 뇌 자기공명영상(MRI)과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을 자동분석해 뇌경색부위 및 크기를 정밀하게 측정하고 뇌경색발생시각을 예측한다. 뇌의 측부순환을 자동평가함으로써 치료가 환자의 예후에 미칠 영향과 혈관폐색의 원인 혈전상태를 예측해 빠른 치료결정을 돕는다. 7편의 논문과 10개의 특허를 확보했다.
또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김택균 교수는 뇌동맥류발병위험을 예측하는 AI인 ‘ANRISK’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AI모델로 뇌동맥류발생위험도를 5단계(▲최저위험군 ▲저위험군 ▲평균위험군 ▲고위험군 ▲최고위험군)로 나눠 비교한 결과 최저 대비 최고단계의 예측도가 50배나 높았다. ANRISK는 지난해 4월부터 국내외 검진기관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택균 교수는 “최근 AI 개발로 뇌동맥류 선별검사지침을 새롭게 개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며 “최근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뇌혈관질환의 1차예방에 획기적인 대안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