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검진시대, 이대로 괜찮나
과잉검진시대, 이대로 괜찮나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4.01.2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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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패키지, 과잉검진 부추겨
불필요한 비용 낭비…국가재정도 영향
전문가 사전상담 후 신중한 선택만이 답
건강검진이 하나의 패키지상품처럼 판매되면서 과잉검진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강에 이상이 없거나 무증상인 비위험군에서의 지나친 검진은 불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신중한 선택을 강조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흔히 상품에나 붙는 패키지라는 용어가 건강검진에도 붙는 시대가 됐다. 국가건강검진에 민간건강검진을 더해 하나의 패키지상품처럼 판매하고 있는 것.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병원만 배 불리는 ‘과잉검진’이라고 지적한다. 패키지로 추천되는 민간검진 대부분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불필요한 검사로 불안감만 조성, 애꿎은 의료비만 계속 낭비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대표적 과잉검진 ‘갑상선초음파검사’

민간에서 행해지는 대표적인 과잉검진은 ▲갑상선암검진을 위한 갑상선초음파검사 ▲각종 암 진단을 위한 양전자방출단층촬영술(PET-CT)검사 ▲폐암선별을 위한 저선량흉부CT검사 ▲췌장암선별을 위한 종양표지자검사 등이다.

과잉검진자는 생각보다 많다. 2022년 국립암센터가 국가검진 또는 민간검진경험자 7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단순검진목적으로 PET-CT검사를 받은 수검자가 전체의 28.7%로 4명 중 1명은 과잉검진이었다. 또 췌장암을 포함한 종양표지자검사도 전체의 20.1%, 즉 1/5 이상이 단순검진목적으로 검사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특히 PET-CT검사와 종양표지자검사를 모두 받은 이유는 ‘패키지에 포함돼 검사 받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과잉검진, 결국 과잉진단 불러

전문가들은 과잉검진이 결국 과잉진단을 부른다고 지적한다. 갑상선암이 대표적이다.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강은교 교수는 “1986년 남녀 각각 0.8명, 3.9명이던 갑상선암발병률이 30년 만에 30배나 늘었지만 2016~2020년까지 갑상선암의 5년생존율은 100%, 10년생존율은 100.8%였다”며 “이는 암에 걸리지 않은 일반인보다 갑상선암환자의 생존확률이 더 높다는 것으로 조기발견이 별 의미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2021)에서도 전체 암 생존율은 72.1%인데 갑상선암은 100.1%로 조기진단이 사망률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에 갑상선검진과 결절에 대한 미국·한국 진료가이드라인에서도 증상이 없으면 갑상선초음파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권고한다. 강은교 교수는 “무분별한 갑상선초음파검사는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로 개인은 물론 보험재정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병원 수익보전수단으로 전락

과잉검진이 의료체계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톨릭의대 가정의학과 이재호 교수는 “건강검진이 국민건강이 아닌 병원수익 보전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공공의료기관조차 과잉검진을 유도하고 있다”며 “동네병원(일차의료기관)에서 건강을 잘 관리하던 환자도 큰 병원에서 한 번 패키지로 검진받고 나면 1차의료기관을 더는 신뢰하지 않고 2·3차의료기관에서 계속 검사·진료받게 된다”고 꼬집었다.

우리나라에 주치의제도가 없는 것도 과잉검진을 부른다는 지적이다. 이재호 교수는 “건강검진결과서에 이상소견이 나와도 어느 한 사람에게 종합적인 설명을 못 듣다 보니 불안한 환자들은 여러 진료과를 전전하고 있다”며 “결국 불필요한 검사만 이것저것 받는 악순환에 빠지는 셈”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꼭 필요한 검사만 선택해야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개인이 신중하게 건강검진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조언한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국민이 반드시 받아야 할 건강검진과 아닌 건강검진을 선정해 ‘슬기로운 건강검진 권고문(하단 TIP 참고)’을 발표했다.

왕규창 한림원장은 “건강검진범위와 빈도는 수검자와 국가별 의료환경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옳고 그름을 일률적으로 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 정보를 수검자에게 제공해야 한다”며 “투자에 비해 질환빈도가 낮거나 중하지 않은 질환은 검사권유를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의 역할도 강조된다. ‘A라는 증상 발생 시 B라는 질병을 의심하고 검사받아야 한다’는 식의 보도 역시 자칫 과잉검진을 유도할 수 있어서다. 강은교 교수는 “국가암검진처럼 꼭 받아야 할 검진의 필요성은 강조하는 한편 추가로 고민되는 검진은 사전에 전문가와 상담 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TIP. 슬기로운 건강검진 권고문(출처=대한민국의학한림원)

1. 권고하지 않는 암 검진

- 암 검진목적의 갑상선초음파검사

- 폐암위험도가 낮은 사람의 저선량 흉부CT검사

- 췌장암 건강검진목적의 종양표지자·초음파·CT검사

- 암 건강검진목적의 PET-CT검사

- 기대여명 10년 이하인 사람의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등 암 건강검진

2. 권고하지 않는 일반건강검진

- 건강한 성인의 연례적 건강검진

- 건강검진목적의 비타민D검사

- 건강검진목적의 뇌 MRI검사

- 증상 없는 노인의 일상적 치매검진

- 심혈관위험도가 낮은 사람의 관상동맥 CT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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