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동탄성심병원, 초고난도 대동맥판막협착증환자에게 타비시술로 기적 선물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초고난도 대동맥판막협착증환자에게 타비시술로 기적 선물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4.01.29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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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석회화 및 선천성 이엽성판막 동반 80대 환자 타비시술 성공
대동맥판막협착증이 생기면 심장에서 혈액이 원활히 분출되지 못하고 이로 인해 호흡곤란, 흉통, 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나이가 70세 이상이고 갑자기 2~3초간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경우 반드시 심장초음파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인구고령화로 심장판막에 문제가 생기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심장에 위치한 4개의 판막은 혈액이 거꾸로 흐르는 것을 막고 적절한 방향으로 흐르게 돕는 문 역할을 한다. 하지만 문도 수없이 열고 닫히면 녹슬 듯 심장판막도 노화로 인해 딱딱해지고 좁아진다.

대표적인 질환은 대동맥판막협착증이다. 방치하면 2년 내 사망률이 50% 달할 만큼 치명적이지만 증상이 오랫동안 걸쳐 서서히 나타나는 데다 호흡곤란, 흉통 등이 나타나도 단순 노화증상으로 여겨 조기발견이 쉽지 않다.

하지만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적기에 치료 시 정상생활이 가능하다. 주로 고령환자들에게 발생해 수술부담도 컸지만 최근에는 가슴을 절개하지 않고 시술로 치료하는 타비가 도입되면서 부담이 크게 줄었다.

타비시술은 허벅지의 동맥혈관을 따라 그물망 형태의 인공판막 스텐트를 넣어 기존의 판막을 대체하는 시술로 개흉과정이 없어 통증이 적고 시술시간뿐 아니라 입원기간이 5~7일 정도로 짧다. 특히 개흉수술과 달리 심장을 멈추지 않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전신마취가 아닌 수면마취로 시술이 가능해 고령의 다발성질환자도 합병증 위험 없이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80대 초고난도 대동맥판막협착증환자에서도 성공적인 타비시술 사례가 나왔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은 지난해 11월 30일 심장판막부터 혈관까지 심한 석회화가 동반되고 선천성기형인 이엽성판막을 가진 83세 대동맥판막협착증환자에 대한 타비시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병원 측에 따르면 환자 이 모씨는 지난해 9월 19일 장파열로 장절제술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 후에도 폐에 물이 차고 인공호흡기를 유지해야 하는 등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다. 폐질환보다는 심장질환이 의심돼 10월 18일 심장초음파검사를 시행했고 그 결과 대동맥판막협착증으로 진단됐다.

의료진은 환자가 장절제술이라는 큰 수술을 받아 타비시술을 계획했다. 하지만 선천성 이엽성판막이 있는 데다 심장혈관까지 전부 석회화가 진행돼 있어 시술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됐다. 담당교수인 순환기내과 천대영 교수는 “환자 분은 판막뿐 아니라 심장혈관 전체가 돌로 뒤덮여 있어 시술 중 석회화된 대동맥판막 및 심장이 파열되거나 새로운 판막이 제대로 삽입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며 “더구나 선천성 기형인 이엽성판막의 경우 표준치료로 수술이 권고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료진은 또 하나의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혔다. 환자가 죽는 한이 있어도 수술은 절대로 받지 않겠다고 완강하게 의사를 밝힌 것. 이에 의료진은 타비시술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회의를 진행했다. 현 규정상 타비시술을 위해서는 최소 순환기내과 교수 2명과 흉부외과 교수 2명, 영상의학과, 마취과 등 여러 진료과가 상의 후 모두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순환기내과 의료진이 타비시술을 시행하고 있다. 

논의 끝에 마침내 타비시술이 결정됐다. 11월 30일 순환기내과 한성우 진료부원장, 최재혁 교수, 천대영 교수, 한림대성심병원 순환기내과 고윤석 교수는 먼저 허벅지 동맥으로 도관을 삽입한 뒤 석회를 깨뜨리기 위한 풍선확장술을 시행했다. 이후 조직판막을 삽입해 고장난 판막을 교체했고 재차 풍선확장술로 협착된 부위를 넓혀줬다. 보통의 경우 곧바로 판막을 삽입하지만 석회화가 심했기 때문에 풍선확장술을 두 번이나 해야 했다.

한성우 진료부원장은 “특히 압력이 약하면 석회가 깨지지 않아 이식한 판막이 완전히 펴질 수 없고 압력이 조금만 지나쳐도 석회화된 혈관이 찢어질 수 있기 때문에 1mm 오차도 없는 정밀한 시술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타비시술은 심장이 뛰고 있는 상태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심장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속전속결로 이뤄져야 한다. 30분가량의 시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으며 새로운 판막은 정확한 위치에 삽입된 후 완전하게 펼쳐져 100%로 기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씨는 12월 9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해 매일 30분씩 걷기운동을 할 만큼 호전됐으며 현재 외래진료를 받으면서 추적관찰을 진행 중이다. 그는 “80년 넘게 살면서 처음으로 큰 수술(장절제술)을 받았는데 또다시 어려운 치료(대동맥판막협착증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말에 낙담했었다”며 “어려운 시술이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걱정하지 말라는 의료진을 믿었고 치료가 끝나고 눈을 떴을 때 다시 태어난 것 같았고 기적이 일어났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성우 진료부원장은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은 지난해 첫 타비시술에 성공한 뒤 현재까지 모든 타비시술을 100% 성공했다”며 “이번 타비시술환자의 성공은 학계에 보고될 만한 사례로 심장혈관센터 의료진의 뛰어난 술기를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걷기 등의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하면 심장건강에 효과적인 것은 물론 숨참, 가슴답답함 등의 증상을 통해 심장의 이상신호를 조기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의료진은 대동맥판막협착증 조기발견에 대한 당부의 메시지도 전했다.

천대영 교수는 “만일 나이가 70세 이상이고 갑자기 2~3초간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경우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며 “의식을 잃고 쓰러진 시간이 찰나이기 때문에 간과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데 심장기능 이상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어 반드시 심장초음파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평소 심장건강을 위해서는 생활습관에도 신경 써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꾸준한 유산소운동은 심장건강을 유지할 뿐 아니라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조기발견할 수 있는 첫 번째 자가진단기준이라고.

천대영 교수는 “유산소운동은 그 자체로도 심장건강에 도움이 되며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은 평소보다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더 빨리 알아차릴 수 있어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며 “본인의 신체능력 안에서 걷기를 포함한 유산소운동을 지속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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