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방치하면 독! 고양이 특발성 고칼슘혈증 A to Z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방치하면 독! 고양이 특발성 고칼슘혈증 A to Z
  • 최유진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 중증내과질환센터 과장ㅣ정리·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4.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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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동물병원) 중증내과질환센터 과장

특발성이라는 용어는 원인이 뚜렷하지 않은 때를 가리킨다. 따라서 특발성 고칼슘혈증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칼슘수치 상승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수의사가 원내에서 수치를 측정할 수 있는 칼슘에는 토탈칼슘(total Ca)과 이온화칼슘(ionized Ca)이 있다. 이 중에서도 이온화된 이온화칼슘이 실제 생리적인 작용을 한다. 이에 고칼슘혈증은 주로 이온화칼슘의 증가를 의미한다.

정상적으로는 이온화칼슘의 농도가 감소하면 부갑상선호르몬과 칼시트리올의 농도가 증가해 이온화칼슘을 정상범위로 증가시킨다. 반대로 이온화칼슘이 증가하면 부갑상선호르몬과 칼시트리올 농도가 감소해 이온화칼슘을 낮춘다.

이온화 고칼슘혈증이 발생하고 유지되기 위해서는 ▲뼈로부터 칼슘의 축적 ▲칼슘의 지나친 장 흡수 ▲감소한 사구체여과율에 따른 신장에서의 칼슘배설 감소 ▲칼슘의 세뇨관 재흡수 증가와 같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한다.

고칼슘혈증은 주로 만성신부전, 악성종양과 연관성이 높다. 2016년 한 연구에 따르면 고칼슘혈증 고양이 69마리 중 48%가 특발성 고칼슘혈증, 35%가 만성신부전, 13%가 악성종양(그중 절반은 림프종)을 앓았으며 원발성 부갑상선기능항진증은 3%에 해당했다. 앞서 언급한 고칼슘혈증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질병이 배제된다면 특발성 고칼슘혈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

특발성 고칼슘혈증 고양이 427마리의 병원 방문 시 평균연령은 약 10살이었다. 고칼슘혈증의 임상증상으로는 식욕저하가 가장 흔하고 구토, 무기력, 위약, 변비, 다음·다뇨가 발생할 수 있다. 고칼슘혈증이 빠르게 진행할수록 임상증상이 더 심각해진다.

고칼슘혈증 고양이는 고칼슘혈증에 대해 부갑상선호르몬이 적절하게 반응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부갑상선호르몬 농도를 측정해야 한다. 원발성 부갑상선기능항진증이 아니라면 칼슘농도의 증가는 부갑상선호르몬 생성을 적절하게 억제한다. 만일 원발성 부갑상선기능항진증이라면 칼슘농도가 높더라도 부갑상선선호르몬 수치가 정상이거나 높게 나올 것이다.

일부 악성종양에서도 부갑상선호르몬 관련 펩티드 증가에 따른 고칼슘혈증이 나타난다. 이 경우 신체검사, 방사선 및 초음파검사상 악성종양이 명백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고칼슘혈증 고양이는 굳이 부갑상선호르몬 관련 펩티드를 측정할 필요는 없다.

정리해보면 고양이에게 고칼슘혈증이 확인될 경우 검사장비의 오류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반복검사가 필요하다. 영상검사 및 크레아티닌·SDMA수치, 요비중 등을 확인해 신부전으로 인한 고칼슘혈증 가능성을 평가한다. 또 신체검사 및 영상검사상 악성종양 유무를 확인한다. 신부전과 악성종양이 배제된 이후 부갑상선호르몬검사를 의뢰해 부갑상선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는지 확인한다면 특발성 고칼슘혈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

고칼슘혈증을 왜 치료해야 할까? 지나친 칼슘은 중추신경계, 위장관계, 심장 및 신장세포에 독성을 나타낸다. 또 연부조직의 무기질화는 고칼슘혈증과 관련한 가장 중요한 합병증이며 동반되는 인 농도에 의해 결정된다. 칼슘과 인 농도를 곱한 값이 60보다 클 때 연부조직의 무기질화가 가장 심하다. 이온화칼슘이 계속 증가하거나 식욕저하와 같은 임상증상이 뚜렷해지면 치료 필요성이 증가한다.

고칼슘혈증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모든 고칼슘혈증의 원인에 대해 일관되게 효과적인 단일 치료프로토콜은 없다. 고칼슘혈증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최종 치료방법이지만 이것이 항상 즉시 가능한 것은 아니다.

특발성 고칼슘혈증의 치료는 주로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 치료방법은 식이요법이다. 칼슘함량이 제한된 사료를 급여하면 일부 특발성 고칼슘혈증 고양이는 칼슘혈증이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다. 식이요법으로 특발성 고칼슘혈증이 개선되는 현상은 일반적으로 새로운 식이요법을 시작한 지 4~6주 이내에 나타난다. 특발성 고칼슘혈증일 때 신장 처방식 급여를 고려해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신장 처방식은 칼슘이 적당히 제한돼 궁극적으로 이온화칼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식이요법으로 고칼슘혈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두 가지 약물투여를 고려해 볼 수 있다. 한 가지는 스테로이드, 다른 한 가지는 비스포스포네이트(Bisphosphonate)이다. 스테로이드 투여는 특발성 고칼슘혈증 고양이의 정상 칼슘혈증 회복에 효과적일 수 있지만 당뇨나 질소혈증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는 경구 비스포스포네이트 투여로 고칼슘혈증이 개선되지 않는 경우 스테로이드 투여를 고려한다. 단 비스포스포네이트 역시 식도손상을 일으킬 수 있어 투여 시 주의해야 한다.

특발성 고칼슘혈증에서 정상 칼슘농도로 회복된다면 예후가 좋다. 하지만 고칼슘혈증이 지속된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연부조직의 무기질화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고칼슘혈증의 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근본적인 관리나 식이변경, 약물투여 등을 통해 정상적인 칼슘수치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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