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럭저럭 살아도 내가 행복하면 돼…장수에 대한 인식 바뀌어야”
“그럭저럭 살아도 내가 행복하면 돼…장수에 대한 인식 바뀌어야”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4.02.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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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방부 영서의료재단(천안·아산충무병원) 회장
윤방부 회장은 “건강은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것”이라며 “억지로 규칙을 만들지 말고 내 능력 범위 안에서 즐겁고 행복하게 살면 훨씬 스트레스 없이 질 높은 삶을 살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결국 작심한달이 됐지만 작심삼일이 안 된 게 어디야.”

새해가 시작된 지 한 달여. 건강을 위해 세운 목표에 벌써 빨간불이 들어온 사람들은 이렇게라도 자신에게 위로를 건넨다. 하지만 윤방부 영서의료재단(천안·아산충무병원) 회장은 애초에 이런 목표는 세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건강은 신체·정신·사회적으로 완전한 상태인데 이러한 사람은 현실적으로 없다는 것. 

그는 “건강관리규칙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불행이 시작된다”며 “인명재천 건강제아, 즉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달렸고 건강은 나에게 달렸으니’ 규칙에 얽매이지 말고 그럭저럭 살라”고 당부했다. 80여 평생을 이렇게 살아온 그는 여전히 의료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요즘은 식재료 하나도 깐깐하게 고르는 시대이다. 음식은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이런 자세도 필요하지 않나. 

인생의 즐거움은 먹는 데 있다. ‘유기농재료가 좋다’ ‘고기는 피하고 채소는 많이 먹어야 한다’는 식으로 음식을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물론 식사 조절이 필요한 환자들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과식하지 않되 골고루, 자신이 먹고 싶은 걸 먹으면 된다. 먹는 것조차 제한하면 인생이 즐겁지 않고 스트레스만 더 받는다.

- 건강관리를 위해 꼭 해야 하는 운동은. 

운동은 그럭저럭 사는 인생에서도 꼭 필요하다. 신체·정신적으로 두루 도움이 되기 때문에 ‘중독돼라’고 말하고 싶다. 너무 심하게 운동하라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내 능력 범위 안에서 즐겁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선택해 자연스러운 일과가 되게 하라는 것이다. 

특히 걷기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으로 강력 추천한다. 단 이것도 규칙을 만들면 안 된다. 때아닌 맨발걷기가 유행인데 근거 없는 이야기다. 걸을 때는 몸을 똑바로 펴주고 발의 충격을 흡수하는 신발을 꼭 신어야 한다.

윤방부 회장은 “담배는 아예 시작을 못 하게 입구에서부터 막는 것이 중요하다”며 “청소년은 일괄적으로 강력히 규제하는 한편 성인에서는 흡연 유무를 고려한 맞춤형 금연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담배와 술은 어느 정도 제한해야 하나.

의사는 이론에 근거해 설명하는 ‘지식의 의사’환자의 입장을 먼저 생각해 설명하는 ‘지혜의 의사’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지식의 의사 입장에서 얘기하자면 담배와 술은 건강에 좋지 않아 제한해야 한다. 

하지만 저는 지혜의 의사 입장이다. 즉 환자가 담배와 술을 통해 즐겁고 스트레스가 풀린다면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과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적당히 하라고 말하고 싶다. 담배와 술을 너무 의학적인 측면으로만 바라보지 말자는 생각이다. 

- 국가 전체적으로도 금연을 강조하고 있는데. 

금연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흡연 유무와 상관없이 무조건 금연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이미 흡연을 시작한 사람들이 단번에 금연하기는 어렵다. 흡연자들이 어떻게 하면 금연에 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해 그들에게 맞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괄적인 강한 규제는 오히려 청소년 금연정책에서 필요하다. 담배는 아예 시작을 못 하게 입구에서부터 막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학교, 가정에서 제대로 교육해 철저한 금연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비행기에 비유하자면 성인은 금연에 강제착륙이 아닌 연착륙하게 하고 청소년은 아예 비행기를 태우지 않는 것이다.     

- 이미 백세시대다 보니 건강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더 커질 것 같다. 

그러한 점에서 장수에 대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수는 나이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100세까지 사는 것이 장수가 아니라 50을 살아도 내가 원하는 것을 다 해보고 즐겁고 행복하게, 즉 질 높은 삶을 사는 것이 진정한 장수이다. 오래 사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질(質)로 얘기해야 한다. 장수에 대한 인식부터 바뀌어야 그럭저럭 살아가는 삶이 가능하다. 

- 건강정보는 넘쳐나고 의료계는 시끌시끌하다. 원로로서 한마디 부탁한다.

우선 국민에게는 ‘자신이 의사’라는 생각을 버리라고 당부하고 싶다. 온라인에 검색만 하면 온갖 정보들을 얻을 수 있지만 모든 정보가 나에게 맞을 리 없다. 건강에 관한 궁금한 점은 나를 잘 아는 의사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좋다. 

시끌시끌한 의료계에는 의사에 대한 시각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일침하고 싶다. 의사는 환자 입장에서 설명을 잘하는 사람이지, 수술을 잘하는 기술자가 아니다. 그런데 요즘은 의사를 기술자로만 보고 있는 것 같다. 교육과정부터 점검해 환자가 먼저인 의사를 양성해야 한다. 

의료인력 확보문제는 숫자를 갖고 얘기해선 안 된다. 필수의료 부족은 의사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그 분야에 지원하는 의사가 없어서다. 의대 정원이 초점이 아니라 전문과목과 지역 간 불균형 해소에 초점을 맞춘 의료인력 수급계획을 세워야 한다. 더구나 이미 인공지능(AI)이 의사의 많은 부분을 보조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문명의 도구가 의료계로 들어올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의사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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