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봉석 교수의 전지적 비뇨기과시점] 여성을 뿅~가게 만드는 성의학적 비법은 없다
[심봉석 교수의 전지적 비뇨기과시점] 여성을 뿅~가게 만드는 성의학적 비법은 없다
  • 심봉석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4.02.2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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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봉석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성별까지 왔다 갔다 하는 막장은 소설가의 상상력을 훌쩍 뛰어넘어 소설보다 더 소설 같다.’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전청조의 사기행각을 서술한 표현이다. 법원이 감탄할 정도이니 여성인 전청조가 남성인 척 변신하는 수법은 대단했던 모양이다. 한 유튜버에 의하면 그녀가 자신을 남성이라고 속이기 위해 나름대로 굉장히 철저하게 준비했고 본인이 정리한 ‘성관계 시 여자를 만족시키는 50가지 방법’이 있다고 했다.

남자로서 섹스를 할 때는 남성 성기모양의 도구를 이용해 상대방 여자를 속였다고 한다. 성인물 판매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여성용 자위기구를 이용한 것 같다. 하지만 일부 여성들도 사용하는 이런 기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을 것이다. 성관계 후 여성들이 자신이 상대하는 사람이 남성이라고 믿을 정도로 감쪽같았다고 하니 정말로 여성에게 쾌감과 만족을 줄 수 있는 비법이 있는지 궁금하다.

여성도 성적자극을 받으면 음핵과 음순의 해면체가 팽창되고 자극이 이어지면서 극치감에 이른다. 음경이 발기되고 성적 자극이 더해지면 사정과 함께 오르가슴을 느끼는 남성과 비슷한 면이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여성의 성 반응은 남성과는 다르고 대단히 미묘하고 복잡해 아직까지도 완전히 밝혀져 있지 않다.

남성에서 가장 흔한 성기능장애인 발기부전은 성기의 혈류장애로 발생한다. 30년 가까이 비아그라 같은 여러 발기유발제들이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남성과는 달리 여성의 성기능장애는 성기의 혈류 개선만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여성 성기능장애에 대한 확실한 치료제는 없는 실정이다.

여성에서 성욕 장애를 개선하고 성적 흥분감을 높이기 위한 많은 연구들이 오랫동안 진행됐다.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은 최초의 여성 성기능치료제는 2015년 발매됐다. 플리반세린 성분(상품명:애디, Addyi)으로 여성 성욕증강제로 분류된 약품이다. 비아그라 개발과정과 비슷하게 우울증치료제로 연구하던 중 여성의 성욕을 높이는 작용이 발견, 여성 성기능개선제로 방향을 바꿔 개발됐다.

여성용 비아그라로 불렸던 애디는 여성들뿐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큰 기대(?)를 줬지만 매일 두 달 이상 복용해야 효과가 나타나고 성욕 증진보다는 어지럼증, 메스꺼움, 두통 등 부작용만 심하게 나타나서 널리 사용되지 못했다.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았으니 혹시라도 일부러 찾아보지는 말자.

현재도 여성 성기능 개선을 위해 개발 중인 많은 약제들이 있는데 혈류량 증가가 목적인 발기유발제와는 작용부위와 기전, 효능이 전혀 다르다. 정신적 요소의 영향을 받는 여성 성기능의 특성상 대부분은 중추신경계에서 신경전달물질을 증가시켜 성욕을 높이는 데 작용하는 약제들이다.

하지만 효과적인 약제가 개발된다고 해도 약이나 호르몬으로 여성의 쾌감의 정도나 만족감을 높이기는 어렵다. 여성의 성기능, 특히 성욕은 육체뿐 아니라 심리적 요인과 주변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뤄지는 생리현상이다.

섹스에서 본능적 쾌감이 주목적인 남성과는 달리 여성은 소통과 상대방의 만족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여성들은 섹스를 ‘자신의 즐거움을 위한 육체활동’보다는 ‘서로 교감하고 함께 느끼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남성은 몸으로 섹스하고 여성은 가슴으로 섹스를 한다고 말한다.

18세기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플레이보이 카사노바는 “나는 언제나 여자를 사랑할 뿐 아니라 그 여자들로부터 사랑받고자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카사노바의 러브 마케팅은 특별한 약이나 비싼 선물이 아니더라도 여성들을 흥분시키고 행복하게 만들었다. 완전한 사랑을 위해 여성들 가까이 ‘한 걸음 더 들어가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최고의 묘수이다.

다시 말해 여성을 뿅~가게 만드는 비법은 성의학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남성들 중 혹시나 해서 전청조가 만들었다는 비법을 구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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