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자 배우자도 만성질환 앓을 위험 높아
만성질환자 배우자도 만성질환 앓을 위험 높아
  • 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4.03.1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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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 연구팀 연구발표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 연구팀은 만성질환을 가진 노인의 배우자는 만성질환을 함께 앓을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등 만성질환은 한 번 발생하면 완치가 쉽지 않고 다양한 합병증을 초래한다.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어 꾸준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최근 질병관리청이 발간한 ‘2023 만성질환 현황과 이슈’에 따르면 국내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전체 사망의 74.3%에 달하며 유병률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어 만성질환에 대한 체계적인 예방관리가 필요한 실정이다.

그간 연구에 따르면 부부는 생활습관을 공유하면서 식습관, 신체활동, 치료 준수도 등에 영향을 주고받았다. 따라서 이러한 요인을 개선하면 부부의 만성질환 예방 및 치료에 효과적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는 특정질환에서 부부간 일치도를 확인한 수준으로 대부분의 만성질환에 해당하는지, 장기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밝혀낸 연구는 없었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 연구팀(제1저자 계요병원 안호영 전문의)이 노인의 만성질환이 배우자의 만성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발표했다. 연구결과 만성질환을 가진 노인의 배우자는 만성질환을 함께 앓을 위험이 높았다.

연구팀은 노년에서 단일질환이 아닌 누적된 질병부담이 배우자의 질병부담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고자 ‘한국인의 인지노화와 치매에 대한 전향적 연구’에 참여한 60세 이상 부부 814쌍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부부 각각의 만성질환으로 인한 질병부담을 누적질환평가척도(Cumulative Illness Rating Scale: CIRS)로 평가하고 ▲학력 ▲알코올 섭취량 ▲수면의 질 ▲신체활동 ▲우울 정도 등 질병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인자를 포괄적으로 평가해 8년간 추적조사했다.

연구에 따르면 부부 중 한 사람의 CIRS 점수가 1점 높을수록 배우자의 8년 후 CIRS 점수는 0.154점이 상승했다. 또 8년의 추적기간 중 CIRS 점수가 1점 상승할 때마다 배우자의 점수가 0.126점 상승했다. 이는 부부 중 한 사람의 현재 질병수준뿐 아니라 향후 그 변화 정도도 배우자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현재 질병부담 정도가 클 경우 이러한 현상이 더욱 뚜렷했다.

이번 연구는 현재 여러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의 배우자는 향후 많은 만성질환을 앓게 될 가능성이 높으며 만성질환 관리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아 많은 만성질환을 앓게 될수록 배우자의 만성질환 위험 역시 증가한다는 사실을 증명한 최초의 연구다. 환자 개인뿐 아니라 부부를 함께 만성질환의 진단·치료·교육의 대상으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김기웅 교수는 “노년층의 경우 만성질환 부담이 높고 관리를 소홀히 하기 쉬워 진료나 보건사업을 부부 단위로 설계해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자신의 만성질환이 배우자의 건강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잘 소개해 만성질환 관리에 대한 동기를 강화하고 함께 관리하게 한다면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BMC Medicine(IF: 10.4)’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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