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사고 예방, 병력 속이지 마세요
마취사고 예방, 병력 속이지 마세요
  • 김종수 기자
  • 승인 2014.02.25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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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눈코수술을 받던 여고생이 뇌사상태에 빠진 사고가 발생하면서 마취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보통 마취사고는 환자의 혈중산소농도 모니터링이 제대로 안 돼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에 따라서는 체질적 특성이나 병력이 반영되지 않아 발생하는 경우도 있어 무엇보다 전문의와의 사전 상담이 중요하다.

수술 전에는 환자의 병력과 복용 중인 약물에 대한 확인이 이루어지는데 간혹 고의로 자신의 병력 등을 숨기는 환자가 적지 않다고 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병력 때문에 마취가 위험하다는 판정을 받아 성형수술이 불가능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행동이 마취사고를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드림성형외과 본원 유승연 원장(마취과전문의)은 “협심증이나 뇌혈관 질환, 악성고열증 등은 마취약으로 인한 극심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도 있어 상담 시 꼭 알려야 한다”며 “신체적 특성과 복용약물 등을 반영해 적절한 마취방법과 마취약, 주입량을 적용해야 수술이 안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마취는 크게 국소마취와 수면마취, 전신마취로 나뉜다. 쌍꺼풀 수술처럼 비교적 간단한 수술은 필요부위만 마취하는 국소 부분마취가 주로 사용된다. 간단한 코 성형은 국소마취로 진행되지만 환자가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클 경우 수면마취가 사용되기도 한다. 수면마취는 수면을 유도해 통증을 최소화 하는 방법으로 환자의 자가호흡이 있어 마취를 중단하면 바로 의식을 찾을 수 있다. 가슴성형이나 안면윤곽수술, 양악수술 등 난이도가 높은 수술에는 전신마취가 적용된다. 환자의 모든 의식과 감각을 차단해 산소호흡기로 호흡이 유지된다.

수면마취와 전신마취의 차이점은 마취제로 사용되는 프로포폴 주입량의 차이에 있다. 전신마취에 사용되는 프로포폴 양은 수면마취에 비해 약 3배 정도 많다. 같은 수면마취라도 환자의 연령이나 병력, 가족력 등을 고려해 투약량을 달리하기 때문에 자신의 병력 등을 숨기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간혹 병력도 없고 건강한 상태의 환자가 수면마취 중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환자의 의식이 전혀 없는 전신마취와 달리 자가호흡이 있는 수면마취 수술 시 환자의 혈중산소농도를 주의깊게 체크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유 원장은 “적절한 마취약 주입과 철저한 모니터링이 동반된다면 사실 마취사고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면서 “환자의 이력 체크와 철저한 모니터링을 위해 마취과 전문의 상주 여부가 안전한 병원 선택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위급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안전시스템 구비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동익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전체 성형외과의 응급의료장비 구비현황’ 자료에 따르면 자동제세동기(심장충격기) 같은 응급의료장비를 갖추지 않은 곳이 전국 839개로 76.9%에 달했다. 특히 성형외과가 밀집된 강남구에서는 단 1.2%만이 응급장비를 갖추고 있었다.

드림성형외과 본원 박양수 대표원장은 “수술 결과나 비용도 성형외과 선택 시 중요한 요소지만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환자 스스로가 인식해야 한다”며 “마취과 전문의 상주 여부와 사전상담 여부, 응급의료장비 구비상황, 체계적인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꼼꼼히 체크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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