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만 배워도 자격증 준다고? …못믿을 필라테스 학원
4주만 배워도 자격증 준다고? …못믿을 필라테스 학원
  • 승인 2013.02.2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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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현장점검 I 필라테스 열풍

‘필라테스(Pilates)’가 최근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열풍을 불러일으키면서 학원도 부쩍 늘어났다. 포털사이트 검색란에 필라테스를 치면 수십 개 협회와 학원이 줄줄이 뜬다. 하지만 막상 검증된 곳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학원마다 ‘국제인증’ ‘정통’ 등을 내세우는데다 한 달 강습료는 요가 등 다른 운동에 비해 3배에 가깝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필라테스학원. 정말 믿고 배울 수 있는 걸까.

△비전공자도 자격증 쉽게 취득
소위 중산층이 모여 산다는 분당 정자동 일대 필라테스학원 단체반의 한 달 주 2회 강습료는 평균 20만원~25만원. 분당의 한 필라테스학원 총괄매니저는 이처럼 강습료가 비싼 이유에 대해 “기구 값만 해도 방 하나 당 몇 백만원씩 드는데다 자격증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라고 속내를 얘기했다.

필라테스는 리포머, 캐딜락, 체어 등 고가의 기구를 필요로 한다. 필라테스협회 문의 결과 학원을 개업하려면 최소 기구별로 2세트가 필요해 약 2000만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최대 1200만원 상당의 자격증 비용도 비싼 강습료를 부추겼다.

문제는 체육전공자가 아니더라도 교육비만 지불하면 필라테스 강사 자격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모 사단법인의 경우 월 4회 280만원 상당의 교육만 받아도 자격증을 딸 수 있었다. 심지어 R필라테스학원 강사는 “자격증을 따면 다른 지점에서 즉시 강사로 일할 수도 있다”며 취업까지 보장했다.

△자격증 실효성 확인 여부 불가능해
여성의 몸매관리·근력운동에 좋다고 알려진 필라테스는 본래 1차 세계대전 당시 부상당한 군인의 재활치료를 목적으로 조셉 필라테스가 개발한 체력단련운동법이다. 이처럼 재활치료를 목적으로 탄생한 필라테스는 다른 운동보다 훨씬 더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운동이다.

경희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노호성 교수는 “국내에서 제대로 필라테스를 배운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며 “민간단체에서 3~4주 교육을 받고 필라테스를 가르치는 것 자체가 필라테스운동의 효과를 왜곡시킨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 수많은 필라테스협회와 각종 민간단체 발급 자격증이 난무하는 실정에서 자격증의 실효성을 확인하거나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행정권한의 위임위탁에 관한 규정’에 따라 시·도지사가 사단법인 설립을 허가, 국가에서 공인한 자격증은 없기 때문이다.

국내 스포츠학과 교수들은 필라테스의 역사가 길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자격증 남발을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은 법적 제재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 스포츠학과 교수는 “국민들이 이처럼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에서 보건복지부든 문화관광부든 국가정책으로 영역을 분명하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체육 관련 단체는 우리나라에 수 천 개”라며 “모든 종목에 국가공인자격증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자격증은 소비자들이 판단해야 하는 선택의 문제로 우리가 공신력이 있다 없다 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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