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의 역설]‘부분’으로 ‘전체’를 파악하는 한의학의 묘미
[웰빙의 역설]‘부분’으로 ‘전체’를 파악하는 한의학의 묘미
  • 승인 2013.01.1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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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가 한의대에 입학한 후 매우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 있다. 그 책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대충 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릇에 물을 넣고 물결이 일도록 만든 다음 그 순간 갑자기 급속냉각시켜 깨뜨리면 얼음조각들이 생기는데 그 한 개의 얼음조각에는 깨지기 전의 완전한 물결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내용이다. 

부분으로 전체를 알아낼 수 있다? 바로 홀로그램이다. 홀로(holo)란 그리스어로 ‘전체’를 의미하고 그램(gram)은 ‘정보’를 의미한다. 우리말로 ‘완전한 사진’이라는 식으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그냥 홀로그램이 이해가 쉽다. 최근에는 홀로그램을 만들어내는 레이저기술이 신용카드나 위조지폐방지기술로도 활용된다.

홀로그램은 한의학적 진단법과 흡사하다. 서양의학은 전체를 나누고 쪼개 분석하는 쪽으로 발달했다면 한의학은 어떻게 하면 부분을 통해 전체의 모양을 그려낼 지 고민해왔다. 과거 한의학에서도 인체를 해부해 비교적 상세하게 장부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지만 속을 갈라보지 않고서도 신체 외부로 드러나는 정보를 통서 내부상태를 파악하는데 집중해 왔다. 

단지 얼굴 형태나 색만을 보고도 병을 알아내고자 했고 진맥을 통해 인체 내부를 보고자 노력했다. 한의서에는 ‘보기만 해도’ 오장육부의 병을 알아내는 의사를 신의(神醫)라고 기록하고 있다. 보는 것으로 진단하는 것을 망진(望診)이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혀의 모양이나 색을 관찰하는 설진(舌診)도 포함된다. 또 진맥이나 배를 눌러보는 복진을 통해서도 병의 위치는 물론이고 경중을 파악할 수 있다. 이처럼 한의학은 부분을 통해 전체를 파악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발전해 왔다.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손톱도 특정질병의 정보를 갖고 있다. ‘동의보감’에서도 이미 ‘수조점병(手瓜占病)’이라고 해서 손톱으로 병을 점칠 수 있다고 했다. 손톱의 모양이나 색 뿐 아니라 손톱뿌리부분 모세혈관의 모양만으로도 어떤 질병을 앓고 있는지 파악이 가능하다. 눈동자만으로 인체 내 모든 신체적 정보를 파악하고자 하는 홍채학도 연구되고 있다.

손에는 인체의 모든 장부와 기관들의 정보가 있어 수지침으로 발전했다. 귀는 91개의 반응점이 있어서 이곳의 혈자리를 자극해 전신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이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침의 혈자리는 이미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표준화작업이 완료된 상태다.

한의학에서 오장육부는 인체의 여러 기관과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 눈병은 간장, 콧병은 폐장, 입병은 비장(지금의 췌장)과 관련돼 있다는 식이다. 각각의 장부에는 색(色)이 있고 소리가 있으며 정신까지 깃들여있는 것으로 인식했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은 간병이 잘 생기고 간병을 앓고 있으면 화를 잘 내는데 이것은 간이 분노와 관련이 있기 때문으로 진단한다. 이러한 판단은 인체에서 나타나는 모든 기능과 현상을 서로 연결시키고자 한 노력의 결과다. 서양의학에서 장부를 해부학적 구조물로만 보는 것과의 차이다.

원래 인간은 하나의 세포에서 분화됐기 때문에 인체의 모든 부분은 전체 정보를 고스란히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살아있는 한 모든 인체의 기관들은 서로 공명을 일으켜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는 없다. 역사적인 근거 또한 거부할 수 없는 중요한 증거일 수 있기 때문이다. 홀로그램은 우리 몸속에서도 이미 재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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