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호르몬에 대해 잘 몰랐던 이야기
남성호르몬에 대해 잘 몰랐던 이야기
  • 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gatechenps@gmail.com)
  • 승인 2014.07.29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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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30세 이후 매년 1%씩 줄어들기 시작한다. 여성의 폐경기처럼 급격한 하락은 없지만 남성도 40대 중후반이 되면 남성호르몬 결핍으로 인해 성기능장애를 비롯한 다양한 갱년기증상을 겪는다.

갱년기치료를 위해 남성호르몬을 보충해주면 성기능 개선과는 상관없이 전반적인 몸 상태가 좋아지게 된다. 기분이 좋아지고 의욕적이 되며 명랑해지고 정력적이 되면서 운동능력이 향상되는 등 다양한 효과를 보인다. 실제 성기능은 일부분일 뿐 신체 전반에 걸쳐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이 테스토스테론이다.

1930년대 이전에는 가축에서 고환을 제거하니 성(性)적 능력이 떨어지고 불임이 되며 행동이 유순해지는 것을 보고 고환이 직접 남성의 특성에 관여한다고 생각했다. 고환에서 분비되는 특정물질이 있다는 사실은 1889년 프랑스의 찰스가 처음으로 주장했는데 개의 고환에서 추출된 물질을 자신에게 주사했더니 체력과 식욕, 정신력이 향상돼 고환추출물이 남성의 젊음에 작용하는 물질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1920년 유겐 스타이나크는 고환에서 분비되는 물질이 정액이라고 주장했다. 남성건강을 위해서는 정액이 빠져나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 정관을 묶는 시술을 시도하기도 했다. 당시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극작가 예이츠 등이 이 시술을 받았다고 한다. 테스토스테론의 분자구조는 1930년대 초에 발견됐고 검사방법도 만들어졌다. 1935년에는 테스토스테론 합성에 성공함으로써 본격적으로 테스토스테론의 역할이 규명되고 치료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테스토스테론은 고환의 라이디히세포에서 생산돼 혈류로 분비되며 신체의 여러 부위로 이동해 작용하는 스테로이드계열의 호르몬이다. 고환은 뇌에 위치한 시상하부-뇌하수체의 조절을 받는다. 먼저 시상하부에서 황체형성호르몬분비호르몬(LHRH)이 분비돼 뇌하수체를 조절하고 뇌하수체는 황체형성호르몬(LH)을 분비해 고환에서 테스토스테론 생성을 조절한다.

어릴 때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모두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지만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남자는 테스토스테론이 극적으로 상승해 2차성징으로 남자다움이 만들어진다. 성인이 된 후 테스토스테론의 역할은 다양하다. 뇌에 작용해 사고력 일부와 감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테스토스테론은 단백동화스테로이드로 단백질 생산과 저장에 작용하는데 주로 근육과 뼈를 증가시킨다. 테스토스테론이 많을수록 근육 크기와 강도가 증가된다. 골밀도 유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직접 작용하거나 에스트라디올로 전환돼 뼈 성장에 관여하게 된다. 또 최근에는 체내 지방세포에 작용해 체지방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테스토스테론이 다른 기관에 도달하면 스스로 작용하거나 그 기관에 있는 효소에 의해 다른 형태의 호르몬으로 변환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지방조직에서는 아로마타제라는 효소에 의해 테스토스테론이 에스트로겐의 하나인 에스트라디올로 변환돼 여성호르몬기능을 발휘, 남자에서 여성형 유방을 만들기도 한다. 또 전립선이나 두피에서는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변환돼 전립선비대증이나 남성탈모에 관여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기능은 ‘성(性)’에 대한 것이다. 뇌의 성 중추에서 작용해 성적 생각과 행동을 조절할 뿐 아니라 음경, 고환, 전립선, 정낭에 작용해 성기능의 전 과정에 관여한다. 또 성적 욕구와 자극에 대한 뇌의 반응에 작용하고 음경해면체의 강직을 만들어 발기에 직접 관여한다. 남성과 마찬가지로 여성에서도 테스토스테론은 성기능, 특히 성욕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심봉석 |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gatechenp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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