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은 환자들이 응급실을 찾는 원인 중 2위고 전체 인구 중 50%는 살면서 한번쯤 경험할 정도로 흔한 증상이다.
단순히 스트레스나 피로감 때문이라고 생각해 가볍게 여기기 쉽지만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만성화되거나 심각한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어 조기진단 및 치료가 중요하다.
최근 국내에도 신경과, 이비인후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협진해 어지럼증을 진단·치료하는 어지럼증센터가 도입될 만큼 심각성이 인정받고 있다.
반복적인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원인질환으로 대표적인 것이 ▲이명 ▲이충만감(귀가 꽉 찬 느낌) ▲청력소실을 동반하는 메니에르병 ▲편두통과 함께 어지럼증이 발생하는 전정편두통이 꼽힌다. 드물게는 뇌종양이나 뇌혈관질환 등도 반복성 어지럼증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반복성 어지럼증을 겪는 환자 중 수차례 검사에도 불구하고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치료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김지수 교수연구팀이 반복적인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새로운 질환을 발견해 눈길을 끌고 있다.
김지수 교수연구팀은 각종 전정검사와 자기공명영상에서도 특이사항을 보이지 않아 원인을 알 수 없는 반복적 어지럼증을 보였던 환자 338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결과를 미국신경과학회지에 발표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일부 환자에서 소뇌와 뇌간의 전정기능이 불안정하고 비정상적으로 항진되는 등 기존 어지럼증환자들과 차별화되는 특성이 발견됐다.
이들 환자에서 나타나는 눈떨림은 메니에르병, 전정편두통 등 어지럼증질환에서 나타나는 눈떨림보다 2~3배 정도 길게 지속되며 때로는 어지럼증의 강도가 매우 높게 발생했다. 특히 공통적으로 심한 멀미증상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새로운 질환은 머리를 좌우로 반복적으로 흔든 다음 나타나는 눈떨림을 관찰하면 비교적 간단하게 진단할 수 있다.
연구진은 환자들의 뇌기능이 불안정하고 예민하더도 평상시에는 증상에 어느 정도 적응된 상태이기 때문에 큰 불편 없이 지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체변화 혹은 외부환경적 요인들에 의해 적응상태가 교란되면 어지럼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 환자들에게 신경기능을 억제하는 약물인 ‘바클로펜’을 투여할 경우 어지럼증 및 멀미 증상이 크게 호전되며 눈 떨림도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분당서울대병원 어지럼증센터 김지수 교수는 “반복적 어지럼증 환자에서 발병기전을 규명해 기존 검사기법으로는 진단하지 못했던 새로운 질환을 찾아낼 수 있어 기쁘다”며 “이번 연구가 원인 미상의 반복성 어지럼증을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어지럼증센터 이선욱 전임의(제1저자)와 센터장인 김지수 교수(책임저자) 등으로 구성된 연구진이 진행했다. 특히 임상신경학 분야의 최고 권위 학술지 ‘신경학(Neurology)’ 6월호에 편집자 코멘트와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