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암, 암종불문치료제 개발로 한 줄기 희망
희귀암, 암종불문치료제 개발로 한 줄기 희망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05.2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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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에게 듣는 질환 A to Z] NTRK유전자융합 고형암 – 삼성서울병원 종양내과 안진석·병리과 최윤라 교수

‘정밀의학’의 도래로 암 역시 환자맞춤형 치료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항암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항암제는 폐암, 간암 등 암이 발생하는 부위별에 맞춰 처방됐지만 최근 ‘암종불문치료제’가 개발돼 환자맞춤형 치료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국내에서는 ‘신경성 티로신 수용체 키나제(NTRK) 유전자융합’ 기전을 갖고 있는 ‘라로트렉티닙’이 허가를 받았습니다. 이에 삼성서울병원 종양내과 안진석·병리과 최윤라 교수를 만났습니다. <편집자 주>

NTRK유전자변이 고형암은 워낙 드물게 나타나기 때문에 어떤 암종에서 더 발현된다고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최근 신약개발로 NTRK유전자변이 고형암환자들에게 한줄기 희망이 되고 있다. 왼쪽부터 종양내과 안진석, 병리과 최윤라 교수
NTRK유전자변이 고형암은 워낙 드물게 나타나기 때문에 어떤 암종에서 더 발현된다고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최근 신약개발로 NTRK유전자변이 고형암환자들에게 한줄기 희망이 되고 있다. 왼쪽부터 종양내과 안진석, 병리과 최윤라 교수.

대개 암은 유전자변형으로 발생한다. 유전자변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신경성 티로신 수용체 키나제(이하 NTRK)’가 대표적이다. 이때 비정상적으로 융합한 NTRK유전자는 신경계 발달에 필요한 TRK수용체에 이상이 생겨 암을 촉진한다. 하지만 NTRK유전자융합 고형암은 워낙 드물게 나타나기 때문에 어떤 암종에서 더 발현된다고 말하기 어렵다. 여러 연구자료를 통해 NTRK유전자융합 고형암은 소아에서는 ▲영아섬유육종 ▲분비성유방암 ▲흑색종 ▲갑상선암 ▲위장관기질종양이, 성인에서는 ▲분비성유방암 ▲분비성침샘암 ▲갑상선암 ▲위장관기질종양에서 상대적으로 흔히 발생한다.

■당시 환자 상태

이창원(가명·남·49세) 씨는 2016년 3월 갑상선암을 진단받았다. 문제는 암 진단 후 2년 만에 뇌전이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후 감마나이프, 방사선 등 다양한 치료를 받았으나 안타깝게도 차도가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창원 씨는 간과 뼈까지 암이 전이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제 더 이상 이창원 씨에게 사용할 수 있는 항암제는 없었다. 주치의인 안진석 교수는 NTRK유전자융합 고형암을 의심, 유전자분석검사(NGS)를 진행했다. 의심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환자는 NTRK유전자이상이 원인이었고 2019년 라로트렉티닙 임상연구에 참여해 현재까지 좋은 반응을 유지하고 있다.

안진석 교수는 “유전자분석검사는 암 4기에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이때 표준치료가 어느 정도 확립된 암종은 급하게 유전자검사를 진행하지 않아도 되지만 표준치료가 없는 종양은 유전자검사를 빨리 진행해 NTRK유전자이상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표적치료제는 유전자이상이 있으면서 특정 암에만 효과가 있지만 NTRK유전자융합이 원인인 고형암에서는 암종에 상관없이 약물반응률이 좋은 라로트렉티닙을 하루빨리 사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존 표적치료제와 달리 모든 암종에서 사용 가능

안타깝게도 NTRK유전자융합 고형암은 특정 증상이 없다. 따라서 각 암종마다 표준치료를 진행, 이후 유전자분석검사(NGS)를 통해 NTRK유전자이상을 확인한다. 라로트렉티닙은 일종의 표적치료제지만 다른 표적치료제와 큰 차별점을 갖는다. 기존의 표적치료제는 특정 암에 국한돼있으며 동일한 유전자이상이 발견됐어도 암종에 따라 약물반응률이 다르다. 하지만 NTRK유전자융합치료제인 라로트렉티닙의 경우 암종과 상관없이 약물반응률이 좋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실제로 소아를 대상으로 한 1/2상 임상 SCOUT 연구와 12세 이상 소아 및 성인을 대상으로 한 2상 임상 NAVIGATE 연구 등 3가지 임상시험에서 라로트렉티닙은 79%라는 객관적반응률(ORR)을 보여줬다. 또 반응지속기간(DoR)도 3년가량 유지됐다. 이는 현재 가장 최근 개발된 3세대 ALK표적치료제 반응기간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또 라로트렉티닙의 경우 이상반응이 거의 없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실제로 NEJM이나 Lancet에 보고된 데이터에 의하면 대부분 Grade1·2의 경미한 이상반응만 나타나고 입원치료가 필요한 Grade3 이상은 5%도 되지 않았다. 대부분 백혈구 감소, 빈혈, 간효소 수치 증가 정도다.

최윤라 교수는 “NTRK유전자융합 고형암은 발생률이 높은 폐암, 유방암, 위암 등에서 0.5% 미만으로 빈도수가 극히 낮다”며 “하지만 소아에서 영아섬유육종, 분비성유방암 등 희귀암종에서만 보면 NTRK융합 암은 75%이상으로 빈번하게 발견된다”고 말했다.

■라로트렉티닙, 희귀암환자에게 한 줄기 빛

NTRK유전자융합 고형암은 주로 희귀암종에서 발견된다. 이런 까닭에 지금까지 유전자 기반의 다양한 암종을 커버할 수 있는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충족되지 않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라로트렉티닙의 개발로 희귀암종 환자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됐다.

실제로 라로트렉티닙 개발로 폐암에서의 미국암종합네트워크(NCCN)가이드라인이 개선됐다. 미국암종합네트워크에 따르면 폐암에서 NTRK유전자융합이 있을 경우 NTRK억제제는 치로옵션에서 가장 높은 ’카테고리1‘로 분류돼 있다. 또 폐암 외에도 대장암, 갑상선암, 침샘암 등에서도 NTRK유전자융합이 발견되면 해당약제를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는 기존 치료방법으로는 효과적인 치료를 기대하기가 어려웠던 NTRK유전자융합 고형암환자에게 희망이 됐다. 하지만 급여 문제로 의료현장에서는 라로트렉티닙을 선뜻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라로트렉티닙은 현재 경제성평가 면제제도를 통해 급여권 진입을 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진석 교수는 “희소한 질환은 사회에서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가 가장 큰 문제”라며 “물론 급여에 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희귀암으로 고생하고 있는 환자들을 보면 급여화가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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