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은 전(全)주기 관리 필수…물 흐르듯 다음 치료 이어져야
뇌졸중은 전(全)주기 관리 필수…물 흐르듯 다음 치료 이어져야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4.01.31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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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에게 듣는 질환 A to Z] 뇌졸중-서울대병원 다학제팀

코로나19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습니다. 문제는 정보 창구가 다양해지면서 무분별한 건강정보들이 국민 인식을 흐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SCIE급 논문 작성 건수, 수상경력, 학회활동 실적 등을 토대로 명의를 선정, 다학제진료 사례를 통해 각 질환에 대해 정확히 알아보는 ‘명의에게 듣는 질환 A to Z’ 기획기사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많은 사람이 뇌졸중을 별안간 찾아와 생명을 빼앗는 무서운 병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뇌혈관의 경우 여러 위험요인에 의해 서서히 망가지기 때문에 예방 기회가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설령 이 기회를 놓쳐 뇌졸중이 발생하더라도 절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진단부터 치료, 재활, 재발 예방까지 단계별로 여러 진료과가 힘을 모아 최선의 치료방향을 안내하기 때문입니다. 서울대병원 뇌졸중 다학제팀을 이끌고 있는 신경과 정근화 교수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편집자 주>

정근화 교수는 “뇌졸중은 빨리 병원에 와서 치료해야 좋아진다고 얘기하지만 이는 아주 일부에 불과하다”며 “뇌졸중은 발생 전 예방부터 발생 후 치료, 일상 복귀를 위한 재활, 재발 예방까지 전 주기 관리가 필요한 질환인 만큼 단계별 다학제진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뇌졸중은 나이를 가리지 않고 찾아오지만 환자의 70% 정도는 65세 이상 고령층이다. 대부분 응급실로 방문하는데 고령의 특성상 다른 장기에도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아 정확한 진단은 물론 치료방침을 정하는 데 있어 진료과 간 충분한 의견 교환이 필요하다.

■당시 환자 상태

70대 중반 남성환자로 응급실 방문 당시 우측마비와 언어장애를 보였다. 이미 골든타임을 놓쳐 혈관을 뚫는 재개통치료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응급의학과의 연락을 받고 신경과가 바로 투입돼 환자의 상태를 평가했다. 뇌로 올라가는 혈관인 좌측 내경동맥 입구가 꽉 막힌 저혈류 뇌경색이었다.

■치료경과

▲신경과=혈류를 끌어올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고 약제를 적극 투여해 급성기 증상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약물치료만으로는 환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 다학제회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혈관우회술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혈관우회술은 측부혈관을 새로 만들어주는 수술로 저혈류의 위험을 낮출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신경외과=수술을 의뢰받은 신경외과는 수술 준비에 들어갔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했다. 혈관수술 전에는 심장평가를 실시해 환자가 수술을 잘 견딜 수 있을지 판단하는데 심장혈관의 많은 부분에서 협착(좁아짐)이 발견된 것이다.

▲심장혈관흉부외과·영상의학과=잠시 수술을 보류하고 다시 다학제회의가 열렸다. 심장혈관흉부외과에서는 뇌혈관우회술보다 심장혈관우회술을 먼저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심장수술을 먼저 하면 뇌혈관이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판단이 필요해 영상의학과에 의뢰해 정밀검사를 실시했다. 다행히 뇌혈관을 보호하면서 수술할 수 있겠다는 의견을 얻어 환자는 심장혈관우회술을 먼저 받았다. 이후 신경외과에서 뇌혈관우회술까지 무사히 받은 환자는 현재 신경과와 순환기내과에서 재발 예방을 위한 약물치료를 받으면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응급의학과부터 재활의학까지 호흡 착착

뇌졸중은 촌각을 다투는 응급질환이다. 이에 ▲뇌졸중 의심 환자를 알아보는 응급의학과 ▲영상의학과와 협업해 해당 환자를 정확히 진단하는 신경과 ▲수술 가능한 환자를 빨리 조치하는 신경외과 ▲심장에 문제가 있는 환자를 판단해 조치하는 심장혈관흉부외과, 순환기내과 등 경우에 따라 여러 진료과와의 협업이 필요하다. 또 뇌의 손상부위에 따라 여러 후유증이 남는 만큼 재활의학과와의 협업해 최대한 빨리 재활치료를 시작해야 원활한 일상 복귀가 가능하다.

정근화 교수는 “뇌졸중은 응급실 방문 당시 이뤄지는 치료가 전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뇌졸중은 고위험군의 일차예방부터 신속한 진단과 치료, 일상 회복을 위한 재활, 재발을 막기 위한 이차예방까지 전(全)주기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라며 “단계별로 물 흐르듯 신속한 협진이 이뤄져야 하는 만큼 평소 다학제진료가 활성화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뇌졸중 다학제팀은 다학제회의 외에도 정기적으로 세미나와 콘퍼런스를 열어 서로의 치료케이스를 공유하며 상호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병원 밖에서 진행된 회의로 가운은 착용하지 않음).

■일찍이 다학제시스템 정착…자주 만나 신뢰도↑

이러한 점에서 서울대병원은 뇌졸중 의심 환자 방문 시 검사부터 진단, 치료, 재활까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는 ‘크리티컬 패스웨이(Critical Pathway, 임상경로)’를 일찍이 구축했다. 

상호 의견 차이 등 다학제진료의 애로사항은 만나서 푼다. 다학제회의 외에도 정기적인 세미나와 콘퍼런스를 통해 자주 소통하고 있는 것. 정근화 교수는 “전문분야에 따라 환자를 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임상경험과 연구성과 등을 공유하며 서로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의료진 간 신뢰가 쌓여야 최적의 치료방향을 설정할 수 있으며 이를 환자·보호자에게도 정확히 설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환자의 빠른 일상 복귀를 위해 재활치료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재활이 빠르면 빠를수록 뇌졸중 예후에 좋다는 점이 연구로 밝혀진 만큼 치료를 마친 환자 상태를 빠르게 평가해 조기재활에 들어가는 것.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삼킴재활이다. 정근화 교수는 “삼킴기능은 약 복용, 영양공급과 직결되며 삼킴장애가 생기면 흡인성폐렴이 발생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이 가능한 환자는 바로 재활을 시작해 빨리 안정화한 뒤 전문재활치료병원으로 전원, 추가적인 재활치료를 받으면서 일상으로 문제없이 복귀할 수 있게 한다. 특히 서울대병원은 교통재활병원을 위탁운영하고 있어 급성기치료를 마친 환자가 바로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지역적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중앙기구 역할 최선…“심혈관질환 진료 표준 제시할 것”

올해부터는 뇌졸중을 포함, 심뇌혈관질환 진료체계를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심뇌혈관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 시행됨에 따라 서울대병원이 국가를 돕는 콘트롤타워기구인 중앙심뇌혈관질환센터에 첫 선정된 것. 서울대병원은 올해부터 5년간 심뇌혈관질환의 예방, 진단, 치료, 재활 등 전 주기 정책의 국가 단위 표준을 제시하고 정책을 발굴·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중앙기구로서 심뇌혈관질환 진료의 표준모델을 제시해 권역·지역센터에 확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올해는 응급실 뺑뺑이 등 필수의료분야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최소화되는 한 해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정근화 교수의 새해 각오는 누구보다 남달랐다. 

TIP. 뇌졸중 예방·관리 이것만은!

1. 뇌졸중의 전조증상(BE FAST)

- B(Balance) : 술에 취한 것처럼 균형을 잘 잡지 못하고 비틀비틀 걷게 될 때

- E(Eye) : 사물이 두 개로 보이거나 눈앞이 흐려질 때

- F(Face) : 얼굴에 마비가 오거나 웃을 때 한쪽이 찌그러지거나 침을 흘릴 때

- A(Arm) : 한쪽 팔이 무겁게 느껴질 때

- S(Speech) : 말이 어눌해지면서 제대로 말을 못할 때

- T(Time to Call 119) : 위의 증상들이 나타나면 바로 119에 신고하기

※ 전조증상이 잠깐 나타나다 사라져도 병원에 와야 함. 이는 일과성 허혈발작(미니뇌졸중)으로 30%는 3개월 안에 뇌졸중 발생

2. 뇌졸중 골든타임

과거만 해도 3시간 30분 정도로 봤으나 현재는 진단·치료기술이 모두 발전해 4~6시간, 길게는 24시간까지도 보고 있음. 하지만 시간과 상관없이 빨리 병원에 올수록 회복 확률이 높음. 늦어도 6시간 안에는 병원에 오는 것이 좋음.

3. 뇌졸중 예방수칙

1) 내 몸 상태 잘 알고 있기 : 혈압 측정, 혈당검사 등을 통해 혈관위험인자 있는지 파악하기

2) 혈관에 나쁜 것들 피하기 : 염분, 기름기 많은 음식, 흡연, 과음, 스트레스, 과로, 수면부족 등

3) 혈관에 좋은 것들 적극 실천하기 : 고기, 채소, 과일 등을 균형 있게 섭취하고 꾸준히 유산소운동 하기. 근력을 위해 힘 쓰는 무산소운동도 필요하지만 이미 혈관에 문제가 있다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음. 걷기 같은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해도 혈관건강을 지킬 수 있음.

4) 겨울에는 혈압 변화 일으키는 행동 피하기 : 뇌졸중이 어느 한 계절에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추울 때는 열을 보존하기 위해 혈관이 수축하기 때문에 아침에 무리한 운동이나 화장실에서 힘을 과하게 주는 등의 행동을 하면 혈압이 급상승할 수 있음.

5) 혈관위험인자 있다면 검사받기 : 가족력,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등 혈관위험인자를 갖고 있다면 정밀검사를 통해 혈관 이상을 확인하고 조기에 예방치료를 시작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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