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이도 뇌종양…탄탄한 다학제진료로 치료 길 활짝
고난이도 뇌종양…탄탄한 다학제진료로 치료 길 활짝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07.1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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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에게 듣는 질환 A to Z] 뇌종양(청신경초종)-아주대병원 신경외과 노태훈 교수, 이비인후과 정연훈 교수

뇌종양은 뇌와 그 주변 구조물에 발생하는 모든 종양을 말합니다. 양성종양이면 대부분 수술로 완치할 수 있지만 양성이어도 하필 머리뼈 바닥(두개저) 깊숙한 곳에 종양이 생기면 수술조차 까다롭습니다. 특히 청신경초종은 두개저에 발생하는 종양 중에서도 가장 고난이도로 꼽힙니다. 암과 비견될 만큼 치료가 어려워 암과 동등한 중증질환으로 분류해 치료합니다. 

하지만 수차례의 사전 시뮬레이션을 통해 환자에게 가장 안전한 수술법을 찾고 신경외과와 이비인후과가 힘을 합쳐 수술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냄으로써 청신경초종 같은 고난이도의 뇌종양도 얼마든지 치료할 수 있습니다. 이를 현실로 만든 아주대병원 신경외과 노태훈 교수와 이비인후과 정연훈 교수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편집자 주> 

아주대병원 신경외과 노태훈 교수(왼쪽)와 이비인후과 정연훈 교수가 청신경초종 환자의 MRI 영상을 보며 맞춤 치료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귀에도 귓구멍이 있듯이 머리뼈 안쪽에도 소리를 듣는 신경(8번 뇌신경인 전정신경)이 통과하는 구멍이 있다. 이를 속귓구멍이라고 하는데 청신경초종은 바로 여기에 발생하는 양성종양이다. 무엇보다 청신경초종처럼 머리뼈 안쪽에 발생하는 두개저 뇌종양은 종양이 뇌 주변 구조물을 감싸고 자라는 데다 뇌에 가로막혀 있어 수술 시 종양에 접근하는 것조차 매우 어렵다고 알려졌다. 

■꽃다운 나이 찾아온 생소한 질병

20대 여성 환자 김미진 씨(가명). 오른쪽 귀는 청력을 완전히 잃었고 팔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 젓가락질이나 글씨 쓰는 미세한 동작도 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두통과 어지럼증이 심했고 균형감각도 떨어져 걷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 한창 청춘을 즐길 나이, 김 씨는 기본적인 일상생활마저 어려운 상태였다.  

■유일한 방법은 수술…마침내 찾은 해결책 

뇌MRI 검사결과 4.5cm의 거대 청신경초종이 발견됐다. 종양 크기가 큰 것도 문제였지만(일반적으론 2~3cm) 종양이 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뇌줄기(뇌간)를 압박하고 있는 통에 뇌간과 소뇌가 많이 부어있었다. 

위험성이 매우 높았지만 수술 외엔 달리 방법이 없었다. 일단 의료진은 수술계획을 세우기 위해 3차원 모델을 직접 제작, 사전 시뮬레이션을 시행해보기로 했다. 수술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면 어떻게서든 환자에게 안전한 수술방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시뮬레이션 결과 종양의 크기가 매우 크고 뇌줄기가 심하게 압박된 상태라는 점을 고려, 의료진은 뇌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두개저접근법이 가장 효과적이고 안전한 수술방법이라고 판단했다. 

■의료진 간 환상의 협업…수술 성공 이끌어  

일반적인 뇌종양은 신경외과가 단독으로 제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사례처럼 고난이도의 뇌종양은 수술 전부터 다양한 진료과와 힘을 합친다. 

수술 전 ▲이비인후과에서는 청력검사와 전정기능검사를 ▲신경과와 재활의학과에서는 얼굴신경의 신경전도검사, 뇌간청각유발전위검사 등을 시행, 신경의 기능이 얼마나 약해져 있는지 평가했다. ▲영상의학과에서는 종양 주변의 혈관 분포도를 확인했다.

이 모든 검사결과를 고려해 수술계획을 재점검한 후 본 수술에 들어갔다. 수술은 이비인후과 정연훈 교수와 신경외과 노태훈 교수가 이끌었다. 

먼저 정연훈 교수가 귀 뒤쪽에 돌출된 뼈인 유양동과 미로를 갈아내는 유양동삭개술을 시행, 수술통로를 확보했다. 노태훈 교수가 종양을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도록 종양까지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충분히 열어준 것. 

이후 노태훈 교수는 안쪽 귓구멍과 안면신경의 위치를 전기자극기로 확인한 후 종양 제거에 들어갔다. 총 15시간이 넘는 대장정 끝에 종양을 성공적으로 제거할 수 있었다. 

■고비 넘기고 다시 일상으로

수술 후 하루 동안 중환자실에서 경과를 관찰했으며 이후 의식을 잘 회복해 하루 만에 일반병실로 옮겼다. 경미한 안면마비가 발생했지만 2주간 스테로이드 치료 후 회복됐다. 팔을 움직이거나 균형 잡기 어려웠던 증상도 호전됐다. 앞으로 김 씨는 주기적으로 통원치료를 받으면서 재발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노태훈 교수는 “젊은 환자인 데다 종양 크기와 수술 난이도가 상위 1% 내에 들 만큼 난이도가 높아 걱정이 많았지만 정연훈 교수와의 완벽한 호흡으로 수술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며 “환자와 어머니가 퇴원하면서 전해준 손편지는 잊지 못할 소중한 선물이 됐다”고 말했다.  

■두개접근법으로 뇌 손상 최소화

일반적인 뇌수술은 뇌를 덮고 있는 위쪽의 얇은 뼈를 열고 진행한다. 하지만 이번 사례처럼 종양이 머리뼈 바닥에 깊숙이 위치한 경우라면 얘기가 다르다. 기존 수술방법으로 진행할 경우 장시간 뇌가 눌러진 상태로 있어야 해서 뇌 손상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노태훈 교수는 “장시간 뇌를 눌러놓으면 해당 부분의 뇌세포가 모두 죽게 된다”며 “특히 수술 시 뇌줄기가 손상되면 식물인간 상태가 되거나 생명을 잃을 수 있는데 이 환자는 뇌줄기와 유착도 심해 최대한 뇌를 건드리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수차례 사전 뮬레이션 후 마침내 찾은 방법이 바로 두개저접근법이다. 노태훈 교수는 “이 수술방법은 머리뼈 바닥, 즉 두개저를 열어 추가공간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이렇게 하면 뇌를 최대한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종양을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성공적인 수술을 위해서는 머리 깊숙한 곳의 뼈를 최대한 없애 종양을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정연훈 교수는 “이것이 바로 두개저접근법의 핵심”이라며 “특히 두개저 주변의 중요한 구조물들을 다치지 않게 하면서 종양을 노출시켜야 해서 의료진의 상당한 집중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탄탄한 다학제진료로 수술 성공률↑

이러한 점에서 아주대병원은 여러 진료과가 모인 뇌종양센터를 구축, 다학제 통합진료 중심으로 뇌종양을 치료하고 있다. 각자의 전문분야에서 해야 할 역할을 정해 그 부분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아주대병원 뇌종양센터는 센터장인 신경외과 김세혁 교수를 필두로 ▲신경외과(종양 제거수술과 감마나이프 방사선수술 시행) ▲영상의학과, 핵의학과(최신 영상기법을 이용해 진단) ▲병리과(조직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 후 환자 맞춤형치료가 가능하도록 연구)로 구성돼 있으며 이번 사례처럼 귀를 통해 수술해야 하는 청신경초종의 경우 이비인후과와 협업해 좋은 결과를 낸다. 

노태훈 교수는 “이번 수술에서도 정연훈 교수가 공간을 넓게 확보해준 덕분에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종양을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뇌종양센터는 수술 전 3차원 모델을 기반으로 한 사전 시뮬레이션도 잊지 않는다. 정연훈 교수는 “특히 수술 난이도가 높을수록 내부 구조를 자세히 볼 수 있는 3차원 모델을 적극 활용, 환자에게 가장 적합하고 안전한 수술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3차원 모델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수술과정을 이해시키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명의에게 듣는 뇌종양 예방·관리법

뇌종양은 양성이어도 재발위험이 있어 퇴원 후 정기적인 뇌MRI검사가 필수다. 다른 암은 보통 5년이 넘으면 완치됐다고 보지만 뇌종양은 10년이 지나서도 재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노태훈 교수는 “재발하더라도 초기에 발견하면 감마나이프방사선수술로 절개나 마취 없이 간단히 치료할 수 있다”며 “우리 병원에서는 최신식 감마나이프 치료장비인 ‘감마나이프 아이콘’도 일찍이 도입, 환자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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