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성병’에 걸렸을 때 피부에 나타나는 증상
[좌담] ‘성병’에 걸렸을 때 피부에 나타나는 증상
  • 한정선 기자 (fk0824@k-health.com)
  • 승인 2021.08.1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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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는 물론 수영장, 대중탕 등 원인 다양해
피부질환으로 오인해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 많아
조기진단·치료 중요...숨기지 말고 빨리 치료해야
왼쪽부터 한정선 헬스경향 기자,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김현조 순천향대병원 피부과 외래교수(CNP차앤박피부과 천안불당점 원장).

‘성병’이라고 하면 덜컥 겁부터 난다. 마치 음지에서만 일어나는 부끄러운 질병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하지만 성병은 직접적인 성관계뿐 아니라 수영장과 대중탕, 공용옷 착용 등 감염경로가 매우 다양하며 결혼 여부나 나이에 상관없이 발생한다. 따라서 성병이 의심되면 숨기지 말고 전문가의 진단을 받고 치료해야 한다.

성병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증상도 수없이 많다. 특히 피부에 증상이 주로 나타나기 때문에 피부질환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많다. 성병에 걸렸을 때 피부에 나타나는 증상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김현조 피부과전문의(CN차앤박피부과 천안불당점 원장)와의 좌담을 통해 성병에 걸렸을 때 피부에 나타나는 피부증상에 대해 폭넓게 살펴봤다.

한정선 기자 : 성병의 종류와 원인은 어떤 것들이 있나.

허창훈 교수 : 성병은 ‘성전파질환’이라고도 불리며 성행위에 의해 전염되는 전염성질환을 말한다. 세균, 바이러스, 진드기 등 다양한 원인으로 전염될 수 있으며 원인이 되는 종류에 따라 질환명도 다르다. 예컨대 매독균(Treponema pallidum)에 의한 감염은 매독, 임균(Neisseria gonorrhoeae)에 의한 감염은 임질, 트리코모나스원충(Trichomonas vaginalis)에 의한 감염은 트리코모나스증 등으로 불린다.

피부과학교과서에 실린 손바닥 매독 사진.

한정선 기자 : 성병에 걸렸을 때 피부에 나타나는 증상은 남녀에 따라 각각 다른가.

허창훈 교수 : 같은 질환이라도 성기의 특성이 다르다 보니 남녀는 물론 각각의 질환에 따라서도 증상이 다르다. 성병은 여성의 경우 성기가 외부로 돌출되지 않아 관찰이 어렵고 증상도 거의 없어 남성과 달리 발견이 쉽지 않다. 하지만 성병균을 계속 갖고 있으면 골반 내 감염은 물론 전파위험도 높다.

가장 대표적 성병인 매독은 여러 단계를 거쳐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1기 매독은 접촉한 지 2~3주 후에 주로 성기 바깥쪽 피부표면에 통증 없는 궤양형태로 나타난다. 수개월 후 2기 매독이 시작되면 온몸에 발진이 생기고 미열을 포함한 전신증상도 동반된다. 여기서 더 진행되면 3기 매독으로 신경계까지 침범할 수 있다. 다음으로 흔한 임질은 감염 2~10일 후 소변을 볼 때 불쾌감과 통증이 있고 요도를 통해 고름이 나온다.

한정선 기자 : 성병이 의심될 때 스스로 체크할 수 있는 피부증상은 어떤 것들이 있나.

허창훈 교수 : 평소 통증 유무를 떠나 성기주위에 궤양이 있는지, 사타구니에 가려움증이나 홍반 등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빈뇨, 혈뇨, 용변 시 불쾌감 또는 작열감, 질분비물 증가, 요통, 하복부통증, 악취, 성교통 등이 발생한다면 빨리 병원에서 검사해야 한다. 성병은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큰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한정선 기자 : 성병 의심증상으로 ‘탈모’도 거론되는데.

허창훈 교수 : 모든 성병에서 탈모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2기 매독에서 두피가 좀먹은 듯한 탈모가 나타날 수 있다. 이때 발생하는 탈모를 매독탈모증(alopecia syphilitica)이라고 하며 원형탈모와 구분해야 한다. 이는 매독을 치료하면 정상적으로 회복되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57세 여성 옴환자로 심한 가려움즘을 동반한 다발성 홍반성 구진이 발생했다(사진=김현조 전문의 제공)

한정선 기자 : 일반 피부질환과 성병으로 인한 피부질환을 구별하기 쉽지 않겠다. 흔히 헷갈리는 증상과 구별법은.

김현조 전문의 : 피부병변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붉은 반점’이다. 실제로 성병뿐 아니라 대부분의 피부질환은 붉은 반점 형태로 나타난다. 하지만 병변의 대칭성, 분포 부위, 색상, 모양과 크기, 가려움증의 정도, 통증 동반 유무 등을 전체적으로 관찰해 성병으로 인한 증상인지 진단한다. 추가로 조직검사와 혈액검사를 하면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자세한 문진이 진단의 단서가 되는 경우가 많아 성병으로 피부질환이 의심되는 경우 환자와의 대화에 시간과 노력을 좀 더 기울인다.

55세 성인 남성에서 발생한 전염성연속종(물사마귀). (사진=김현조 전문의 제공)

한정선 기자 : 실제 피부질환으로 오해해 성병을 뒤늦게 발견한 사례가 있나.

김현조 전문의 : 성기에 별다른 피부증상이 없으면 알레르기질환으로 치료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매독의 초기증상인 성기궤양은 3~8주 후 자연소실되면서 피부발진이 주증상인 2기 매독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2기 매독환자의 80%는 가려움 없는 붉은 피부발진이 손·발바닥은 물론 전신에서 발생한다. 손바닥까지 홍반이 발생하는 피부질환은 드물기 때문에 혈액검사를 통해 매독을 확진하게 된다.

또 성병은 아니지만 ‘물사마귀’라고 알려진 전염성연속종이 소아가 아닌 성인의 생식기부위는 물론 전신에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경우 면역저하로 인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과의 연관성 때문에 혈액검사를 꼭 시행한다.

더모스코피(dermoscopy)로 살펴본 전염성연속종 소견(사진=김현조 전문의 제공)

한정선 기자 : ‘사면발이’로 인한 성병은 침구류, 공용옷 착용으로 감염될 수도 있다는데 사실인가.

김현조 전문의 : 사면발이는 대부분 성관계에 의해 전염되지만 드물게 침구류나 수건, 의류 등에 의해서도 전염된다. 사면발이는 감염 후 수개월의 잠복기를 거쳐 가려움증이 발생하기 때문에 무증상기에 주변사람에게 전파하는 경우가 많다. 간혹 소아의 눈썹과 두피에서 사면발이가 발견되기도 하는데 이는 감염된 부모에게서 전염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옴도 성관계에 의해 전염되지만 간혹 환자와의 가벼운 신체접촉, 의복, 혈압기, 체온계 등을 통해서도 전염돼 단체생활을 하는 군대나 요양병원에서 집단환자가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사면발이와 옴환자 치료 시 속옷과 침구류는 삶고 가족도 함께 병원에서 검사하는 것이 좋다.

성병의 원인균 중 하나인 사면발이(사진=기생충백과, 2008 Encyclopedia of Parasitology, 스프링거사) 

한정선 기자 : 성병의 원인으로 피부질환이 생기면 피부과에서 어떤 치료를 하나.

김현조 전문의 : 각 병의 원인에 따라 치료가 달라진다. 성기포진 같은 바이러스성질환의 경우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고 매독처럼 세균에 의한 질환은 항생제주사나 경구항생제로 치료한다. 또 곤충과 기생충에 의한 사면발이와 옴은 바르는 국소도포제를 사용한다.

대부분의 성병은 조기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치료를 지연할 경우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어 생식기부위에 피부병변이 발생하면 숨길 것이 아니라 빨리 병원에서 적절한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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