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같은 듯 다른 듯 ‘단순포진 vs 대상포진’의 모든 것
[좌담] 같은 듯 다른 듯 ‘단순포진 vs 대상포진’의 모든 것
  • 한정선 기자 (fk0824@k-health.com)
  • 승인 2022.04.27 2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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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포 발생, 심한 가려움…대상포진은 통증까지 동반
· 대상포진, 후유증 예방 위해 적극 치료…백신접종 꼭
· 코로나19 이후 발생률↑…평소 면역력 관리 중요
(왼쪽부터) 한정선 헬스경향 기자,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김현조 피부과전문의(CNP차앤박피부과 천안불당점 원장)

코로나19 사태 후 호흡기 감염병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피부질환 중에서도 바이러스가 원인이 돼 발생하는 질환이 있다. 단순포진대상포진이 대표적이다. 둘은 엄연히 다르지만 하필 피부에 똑같이 물집이 발생해 늘 헷갈린다.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김현조 피부과전문의(CNP차앤박피부과 천안불당점 원장)와의 좌담을 통해 단순포진과 대상포진의 증상부터 치료법까지 차이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봤다.

한정선 기자 : 단순포진과 대상포진은 늘 헷갈린다. 구체적으로 어떤 질환인가.

허창훈 교수 : 둘 다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단순포진은 ‘단순포진바이러스’의 감염과 재활성화로 인해 발생하며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의 재활성화에 의해 발생한다. 특히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에서 알 수 있듯이 처음 감염될 때는 수두라고 한다. 잠복돼 있던 바이러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재활성화되면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수포가 생긴 상태에서는 감염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한정선 기자 : 일반인들이 두 질환을 쉽게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허창훈 교수 : 두 질환 모두 물집, 즉 수포가 발생하지만 위치와 통증으로 구분하면 쉽다. 단순포진바이러스 경우 두 가지 아형으로 나뉘는데 1형은 입술 주위에 발생하고 2형은 성기 주위에 발생한다. 2형은 성접촉으로 전염되는 성병으로 분류돼 있는데 두 가지 모두 가려움이 심하다. 반면 대상포진은 신경절을 따라 나타나며 주로 몸통에 많이 발생한다. 단순포진과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가려움보다는 통증이 동반된다는 것이다.

입술에 발생한 단순포진(왼쪽)과 가슴에 발생한 대상포진(오른쪽).

한정선 기자 : 두 질환에서 보이는 수포가 ‘곰보자국’처럼 흉터를 만들기도 하는가.

허창훈 교수 : 두 질환에서 보이는 수포는 크기가 작고 비교적 얕아서 대부분 2~4주 후면 정상적으로 돌아온다. 간혹 수포 깊이가 깊은 경우 작은 흉을 만들 수 있지만 천연두처럼 곰보자국을 만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수포가 있던 자리에 일시적인 색소침착이나 소실이 발생할 수 있다.

한정선 기자 : 코로나19 이후 단순포진 발생률이 증가했다는 연구논문도 보고됐다.

허창훈 교수 : 단순포진은 물론 대상포진의 발생률도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들이 있다. 심지어 백신을 맞은 후 발생한 경우도 보고됐는데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 발열, 면역학적인 변화로 인해 포진바이러스들이 재활성화돼 나타난 것으로 이해된다. 즉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후 단순포진이나 대상포진이 발생했다면 전신 면역상태가 많이 떨어진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를 좀 더 면밀하게 관찰해야 한다.

한정선 기자 : 단순포진과 대상포진의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김현조 전문의 : 단순포진은 대상포진에 비해 증상이 경미하지만 수포성 병변을 방치할 경우 염증이 깊어져 색소침착이나 색소소실, 함몰 흉터와 같은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특히 눈 주변에 발생하면 각막염, 각막궤양 등을 유발해 자칫 실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항바이러스제를 빨리 사용해야 한다. 증상 정도에 따라 대표적인 항바이러스제인 아시클로버(Acyclovir)가 정맥주사, 경구 및 국소도포제 형태로 사용된다.

반면 대상포진은 극심한 통증은 물론 병변 부위의 감각이상과 포진 후 신경통 같은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어 더욱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대상포진의 치료목표는 통증억제, 바이러스의 확산 및 이차 세균감염 억제, 포진 후 신경통 등과 같은 합병증 예방과 치료에 있다.

처음 수포가 발생하는 초기에는 병변에 습포(Wet Dressing) 등으로 통증을 완화할 수 있지만 항바이러스 연고는 효과가 떨어져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 대상포진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항바이러스제는 발진 72시간 내에 투여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시간 내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할 경우 피부병변 치유촉진과 급성 통증기간 단축 및 포진 후 신경통 등의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

만일 경구 항바이러스제와 진통제 복용으로도 호전되지 않을 경우 상급병원에 입원해 정맥주사로 항바이러스제를 투여받을 것을 권장한다. 대상포진은 면역력 저하, 과한 스트레스와 연관돼 발생하는 질환으로 입원을 통해 활동량은 줄이고 휴식을 취하면서 정맥주사로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는 것이 효과적이다.

대상포진은 백신접종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 백신접종 시 대상포진 예방은 물론, 발생 시 통증 정도와 포진 후 신경통 같은 후유증 발생위험을 낮출 수 있다. 접종권고 연령인 50세 이상은 반드시 접종하는 것이 좋다. 

한정선 기자 : 단순포진과 달리 대상포진은 백신접종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고.

김현조 전문의 : 2006년 FDA에서 대상포진 백신이 승인되면서 60세 이상에게 접종이 권장됐지만 2011년부터는 50세 이상으로 접종 권고연령이 하향됐다. 일반적으로 50대 이하에서는 포진 후 신경통 같은 대상포진 합병증의 빈도가 낮지만 50세 이후부터는 대상포진 합병증 발생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대상포진 백신은 대상포진의 발생률울 51% 정도 감소시키면서 대상포진 합병증인 포진 후 신경통도 66% 정도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고됐다. 백신 접종 시 대상포진에 걸렸다고 해도 증상 정도나 포진 후 신경통의 통증을 경감시킬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접종을 권장한다.

기존의 대상포진 백신은 50세 이후 1회 접종하면 되는데 2017년 FDA 승인을 받고 국내에도 도입 예정인 새로운 백신은 2회 접종이 필요하다. 이 백신의 경우 대상포진 발병 예방은 97%, 합병증인 포진 후 신경통 예방은 91%의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돼 대상포진 예방‧치료에 있어 더욱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대상포진은 통증이 매우 극심하며 신경통 등의 후유증을 남겨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예방접종, 면역력 관리, 72시간 내 항바이러스제 투여 등 보다 적극적으로 예방·치료해야 한다.

한정선 기자 : 단순포진과 대상포진의 치료시기를 놓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나. 

김현조 전문의 : 단순포진을 제대로 치료받지 않고 방치하면 염증이 악화돼 병변부위에 색소침착, 색소소실, 함몰흉터를 비롯한 다양한 반흔이 발생하고 눈 주변에 발생한 경우에는 실명도 유발할 수 있다.

대상포진은 침범한 부위에 따라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키는데 눈 주변에 발생하면 결막염, 망막염, 녹내장, 안구돌출, 외안근 마비를 일으켜 역시 실명을 유발할 수 있다. 또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가 안면신경과 청신경을 침범하면 귀통증, 이명, 안면마비가 발생할 수 있으며 뇌수막을 침범하는 경우 뇌염과 뇌수막염까지 일으킬 수 있다. 또 엉덩이 부위에 발생할 경우 방광기능 장애를 초래해 소변을 보기 힘들어질 수 있다.

또 기억해야 할 점은 대상포진이 치료됐더라도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는 잠복상태로 몸속에 계속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언제든 재활성화돼 질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50세 이상 성인은 대상포진 백신을 반드시 접종해야 한다.

한정선 기자 : 단순포진과 대상포진을 예방할 수 있는 생활수칙은.

김현조 전문의 : 체내에 잠복하고 있는 바이러스의 재활성화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정신적 긴장, 육체적 피로, 흡연, 과음 등이 면역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 위험요인을 조절하면서 컨디션을 잘 관리해야 한다. 평소 면역력 유지를 위해 비타민과 미네랄을 꾸준히 섭취하고 규칙적인 운동도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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