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완전 접종이 30%를 넘어섰다. 우리나라 인구 10명 중 3명은 백신접종을 완료한 셈이다. 접종률이 높아질수록 다양한 부작용사례들이 보고되는데 그중 하나가 백신접종 후 필러를 주입한 부위에 염증과 부기 등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필러나 보톡스는 이미 대중화된 미용시술로 많은 사람이 노화 지연을 위해 받는 시술이다. 이에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김현조 피부과전문의(CN차앤박피부과 천안불당점 원장)와의 좌담을 통해 코로나19 백신과 필러시술의 상호작용은 물론 안전하고 효과적인 필러 시술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살펴봤다.

한정선 기자 : 최근 필러를 맞은 사람 중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 알레르기반응을 보였다는데.

허창훈 교수 : 최근 코로나19 백신접종률이 높아지는 가운데 여러 가지 부작용 중 하나로 과거 필러시술부위가 붓고 붉어진다는 부작용이 드물게 보고되고 있다. 이는 지연형 염증반응으로 이해되는데 이러한 증상이 널리 알려진 것은 모더나에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백신을 접종한 1만5000여명 중 0.02%인 3명에서 부작용이 보고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더나백신 외에 다른 코로나 백신에서도 나타난다.

한정선 기자 : 이런 현상이 왜 발생하나.

허창훈 교수 : 지연형 염증반응은 백신 가운데 화이자나 모더나 같은 mRNA백신에서 주로 발생한다.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마도 면역획득과정에서의 과장된 반응으로 인해 생기는 것이 아닐까 짐작된다. mRNA백신 자체가 인류에게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이다 보니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여러 가지 반응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한정선 기자: 이런 현상이 나타날 경우 대응책은.

허창훈 교수 : 다행히 쇼크 같은 응급현상이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대부분 일시적으로 약한 반응을 보인다. 치료하지 않아도 저절로 호전되기도 하며 빠른 회복을 위해서는 스테로이드제제나 필러를 녹이는 약으로 치료할 수 있다. 최근에는 혈압약으로 사용되는 앤지오텐신 전환효소억제제(ACE억제제)로 치료됐다는 보고도 있다.

한정선 기자 : 그렇다면 필러를 시술한 사람은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거나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사람은 필러시술을 받지 말아야 하나.

허창훈 교수 : 이미 많은 의사들이 이에 대해 고민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 피부외과학회나 세계피부외과학회 가이드라인은 필러를 맞았다고 해서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해 어떤 백신도 피할 필요 없고 백신을 맞았다고 해서 추후 필러를 시술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고 명시했다. 지연형 염증반응은 다른 감염 또는 독감예방, 치과치료와도 관련돼 있어 코로나19 백신만을 그 주범으로 볼 수는 없다. 일례로 모더나 백신 임상시험을 하는 동안에도 가짜백신을 맞은 한 명이 같은 반응이 발생하기도 했고 심지어는 코로나 감염 후에 발생한 경우도 있다. 따라서 충분한 주의할 필요는 있지만 무조건 피할 필요는 없다.

한정선 기자 : 수술에 비해 필러시술의 대표적인 장점은.

김현조 전문의 : 일단 시술시간이 짧고 멍이나 부기 등 시술 후 불편함이 적으며 시술 직후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2~3일 간의 연휴나 주말을 이용해 시술받을 수 있어 직장인들이 특히 선호한다.

필러는 현재 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이 시술되고 있으며 약 2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국내에 도입돼 미용시술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과거에는 레이저피부박피술로만 치료했던 여드름흉터도 최근에는 프랙셔널레이저와 필러 병합요법으로 치료하는데 이 치료법의 등장으로 레이저박피 후 짧게는 2~3주, 길게는 4주 이상 소요됐던 회복기간을 1주 이내로 단축할 수 있게 됐다.  

한정선 기자 : 일반적인 필러 부작용과 이에 대한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김현조 전문의 : 필러시술의 부작용은 경증과 중증으로 나뉘는데 시술 후 멍, 통증, 홍반, 가려움, 가벼운 염증 등은 경증으로 분류되며 냉찜질이나 경구항생제, 진통제로 어렵지 않게 조절 가능하다. 중증 부작용은 필러가 동맥 내에 주입돼 발생하는 피부괴사와 극히 드물지만 시력저하 및 실명 등이 있다. 

피부괴사가 발생한 경우 전문의의 세심한 상처관리와 재생치료가 뒤따르면 흉터를 남기지 않거나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필러 시술직후 또는 수시간 내에 발생하는 시력저하 및 실명은 즉각 치료하지 않으면 영구적인 시력손상을 유발할 수 있어 시술 후 30분~1시간 정도는 안구통증, 시야변화 유무를 세심하게 관찰해야 한다.   

한정선 기자 : 안전한 필러시술을 위해 환자와 의료진이 유의해야 할 점은.

김현조 전문의 : 개개인에 적합한 필러시술을 위해서는 환자와 의료진 간의 충분한 의사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필러시술 전 동의서를 작성하는데 이때 환자는 본인이 시술받을 필러의 종류를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이 지난 후 필러시술을 다시 받을 경우 예전에 시술받았던 필러의 종류를 의료진에게 알려줘야 한다. 과거 시술받은 필러와 같은 계통의 필러로 재시술을 받아야 면역반응을 최소화할 수 있어서다. 

필러시술을 받은 지 너무 오래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 의료진은 초음파로 예전에 시술받은 필러를 확인하기도 하는데 공업용실리콘 같은 불법필러로 시술받은 경우도 종종 보인다. 인체 주입용이 아닌 공업용실리콘으로 시술받은 경우 부작용으로 면역반응이 발생, 피부가 심하게 붓고 울퉁붙퉁해지기 때문에 금기대상이다.    

한정선 기자 : 필러시술 후 좋은 결과를 오래 유지하기 위한 효율적인 관리법은.

김현조 전문의 : 필러시술 직후 일주일은 금연·금주하는 것이 좋다. 흡연과 음주는 염증발생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필러시술 후 3~5일 정도 항생제를 처방받는데 꼼꼼하게 챙겨 먹어야 한다. 

간혹 시술 후 거울을 보면서 시술부위를 본인이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기 위해 직접 마사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염증 및 감염을 유발할 수 있어 절대 안 된다. 시술 후 3주 정도 지나야 얼굴의 표정근육과 필러가 자연스럽게 균형을 맞추게 된다. 따라서 필러시술 직후 약간의 어색함이 느껴져도 3주 정도는 기다리며 지켜보는 것이 좋다. 

백신접종, 감기, 치과치료, 피곤함 등 면역반응을 자극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필러시술부위에 홍반, 부종, 가려움증 등이 드물게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은 대부분 일시적인 현상으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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