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주치의 제도 이용 중증장애인 ‘0.1%’ 뿐
건강주치의 제도 이용 중증장애인 ‘0.1%’ 뿐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10.2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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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 의료정책] ⑩장애인 건강주치의제도

장애인이란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장애인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장애인건강증진을 위해 2015년 12월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을 제정, 2018년 5월 장애인 건강주치의제도를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시범사업이 진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도움이 필요한 ‘중증장애인’들은 거의 혜택을 받고 있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장애인 건강주치의제도는 정부가 ‘중증장애인’의 건강증진을 위해 제정한 제도다. 하지만 ‘홍보부족’ ‘복잡한 절차’ 등을 이유로 환자·의료진 등에게 외면받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장애인 건강주치의제도는 정부가 ‘중증장애인’의 건강증진을 위해 제정한 제도다. 하지만 ‘홍보부족’ ‘복잡한 절차’ 등을 이유로 환자·의료진 등에게 외면받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장애는 크게 ‘경증장애(4~6급)’와 ‘중증장애(1~3급)’로 구분된다. 경증장애는 불편하긴 하지만 일상생활이 가능한 장애를 뜻하며 중증장애는 뇌병변, 시각, 지적, 자폐, 정신, 심장, 호흡기, 뇌전증 등을 이유로 근로능력과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를 말한다.

중증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만성질환유병률이 높고 평균수명도 10년 정도 짧다. 문제는 건강관리에 힘써야 하는 중증장애인 대다수가 이동불편, 경제적 어려움 등을 이유로 병원방문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중증장애인건강권 보장을 위해 2018년 ‘장애인 건강주치의제도’를 제정, 현재 3단계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많은 중증장애인들이 이 제도를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증장애인 모르는 ‘장애인 건강주치의제도’

장애인 건강주치의제도는 ▲일반건강관리서비스 ▲주장애관리서비스 ▲통합관리서비스(일반케어플랜, 전문케어플랜, 중간점검, 일반건강관리, 주장애관리교육, 환자관리, 방문진료 및 간호) 등으로 구분된다.

문제는 지금까지 장애인 건강주치의를 이용한 중증장애인이 매우 극소수라는 점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1차 시범사업 결과 장애인 건강주치의제도를 이용한 중증장애인은 0.1%(98만4965명 중 1146명)에 불과했다. 심지어 인천, 울산, 세종, 충남, 전북, 전남, 경남 등 7개 지역은 2차 시범사업기간 중 이용자가 한 명도 없었다. 또 평가보고서나 의견수렴 역시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이에 장애인단체가 직접 설문조사를 진행해 원인을 밝혀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홍보부족’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했다. 장애인단체총연맹이 올 7월 장애인 42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4%가 3년 이상 진행된 시범사업을 모른다고 답했다. 심지어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 주치의의료기관으로 소개된 의료기관 소속 의사, 간호사의 43% 역시 이 제도에 관해 모른다고 답했다. 이에 장애인단체총연맹은 “능력 벗어난 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주치의사업에서 손 떼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콘트롤타워가 없어 발생한 현상이다. 현재 시범사업은 복지부 장애인정책과가 관할하고 복지부 의료보장관리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도수립, 수가선정, 홍보, 의료진교육을 공동으로 담당하고 있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이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백인혁 활동가는 “정부는 중증장애인과 의료진이 참여방법을 몰라 장애인 건강주치의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신속하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수요자와 공급자의 참여목표를 수립하고 홍보방식 등을 개선하지 않으면 3차 시범사업도 실패할 것이 뻔하다”고 토로했다.

■복잡한 행정절차, 활동의사도 중도포기

상급종합병원과 요양병원 근무자를 제외한 모든 의사가 신청 가능한 장애인 건강주치의는 중증장애인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건강관리능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복잡한 행정절차, 인센티브 부재 등으로 의료진들은 장애인 건강주치의를 외면하고 있다. 실제로 4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혜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 건강주치의제도 등록의사 567명 중 실제 활동기록이 있는 의사는 88명뿐이었다.

장애인 건강주치의가 되면 의료진은 자신이 진료한 장애인을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에 각각 따로 등록해야 한다. 또 활동할 때마다 내역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기입해야 하며 진료비청구 역시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

이밖에도 장애인 건강주치의병원은 중증장애인 방문을 위해 이동식경사로, 엘리베이터 등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지원만 장려할 뿐 실질적인 인센티브는 없다. 결국 의료진 입장에서 장애인주치의제도는 수고스럽기만 할 뿐 별 이득이 없는 제도인 셈이다.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임종한 교수는 “장애인 건강주치의는 장애인들이 스스로 몸을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도록 돕고 안내하는 역할”이라며 “하지만 장애인들에게 외면 받고 법안만 있을 뿐 인프라도 구축되지 않아 말 그대로 유명무실해졌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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