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좌담] 군인 피부질환, 예방에서 치료까지 모든 것
[피부좌담] 군인 피부질환, 예방에서 치료까지 모든 것
  • 한정선 기자 (fk0824@k-health.com)
  • 승인 2022.02.04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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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질환, 군대에선 빠른 대응 어려워 예방이 최선
집단생활로 전염성질환 취약...물품 공동사용 금해야
항생제, 드레싱재료, 항히스타민제 등 상비약 필수
(왼쪽부터) 헬스경향 한정선 기자,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허창훈 교수, 김현조 순천향대병원 피부과 외래교수(CNP차앤박피부과 천안불당점 원장)

이제 까맣게 그을린 구릿빛 피부가 남성다움의 상징인 시대는 지났다. 최근 미용에 관심이 높은 군인들을 가리키는 ‘밀리터리 뷰티’가 등장, 병영생활 여건과 병사들의 인권이 향상되면서 군대 PX 등 다양한 화장품을 통해 스스로 피부관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미용에 더욱 적극적인 군인들이 많아진 것. 

하지만 훈련기간 중 군인에게 나타나는 피부질환은 비단 얼굴에만 국한돼 있지 않은 데다 사회에서처럼 피부질환이 생겼을 때 재빨리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오늘은 군인들이 쉽게 겪을 수 있는 피부질환의 예방과 치료, 상비약에 이르기까지 분당서울대병원 허창훈 교수와 김현조 순천향대병원 피부과 외래교수(CNP차앤박피부과 천안불당점 원장)와의 좌담을 통해 폭넓게 다뤘다. 

한정선 기자 : 일반적으로 군인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피부질환은.

허창훈 교수 : 군인은 집단생활 등 여러모로 특수한 상황에 놓여있어 피부질환의 종류가 다양하다. 10여년 전 경기북부지역 군병원을 조사한 문헌에 따르면 전체 피부질환 가운데 여드름 35.7%, 족부백선(무좀) 15.2%, 아토피피부염 5.1%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사마귀 ▲티눈 ▲지루성피부염 ▲봉와직염 등도 흔히 나타났다.

한정선 기자 : 군인에게 흔한 봉와직염의 증상과 치료법은. 

허창훈 교수 : 봉와직염은 피부세균감염증의 하나로 진피와 피하조직에 세균이 침범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정상상태에서는 피부 자체가 세균 침입을 막는 장벽역할을 하지만 무좀이나 외상 등으로 피부장벽이 훼손되면 피부 깊숙이 균이 침입할 수 있다. 세균이 침범해 증식하면 그 자리가 붉게 변하고 열이 나며 붓고 통증이 발생한다. 더 진행되면 고름이 생기거나 전신발열, 오한 등이 생길 수 있다. 치료는 항생제가 기본이며 냉찜질과 다리 올리기도 도움이 된다.

한정선 기자 : 모자로 인한 지루성피부염을 호소하는 군인들도 있는데 예방법과 치료법은.

허창훈 교수 : 모자나 철모를 착용한다고 해서 지루성피부염이 더 많이 생긴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스트레스와 지나친 피지분비가 악화요인이기 때문에 젊은 나이에 집단생활을 하는 스트레스로 인해 더 많이 생길 수 있다. 지루성피부염은 기름성분을 좋아하는 ‘말라쎄지아’라는 진균과 연관돼 있어 염증을 줄이는 치료와 이 진균을 줄이기 위한 징크피리치온(zinc pyrithione), 시클로피록스(ciclopirox)성분이 함유된 샴푸제를 사용하면 도움 된다.

(왼쪽부터) 더모스코피로 본 옴(삼각형모양의 옴진드기 머리가 보인다)과 100배율로 본 옴진드기(출처=대한피부과학회지 2016;54(7):562∼565  김철우 등) 

한정선 기자 : 군인의 경우 옴질환도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허창훈 교수 : 집단생활은 전염성질환에 취약하다. 옴은 옴진드기에 의해 발생하는 전염성 질환이다 보니 옷이나 침구류를 통해 잘 퍼질 수밖에 없다. 옴진드기는 햇빛에 말리기만 해도 없앨 수 있어 옷이나 침구류, 수건 등을 정기적으로 햇빛에 노출해 감염원을 제거하고 수건이나 내의를 공유하지 않는 것이 예방의 지름길이다. 참을 수 없는 가려움이 주된 증상이며 퍼메쓰린(permethrin), 크로타미톤(Crotamiton) 등의 옴치료제와 가려움 조절을 위한 항히스타민제가 주로 사용된다.

한정선 기자 : 전문적인 피부치료를 받을 수 없는 군대에서 여드름을 악화시키지 않는 관리법은.

김현조 전문의 : 군인들의 피부질환 중 여드름은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최근 병사들의 자외선차단제 사용비율이 높아졌지만 훈련 후 제대로 닦지 않아 오히려 여드름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훈련 후 클렌징제품으로 자외선차단제를 꼼꼼히 닦아내는 것이 여드름악화방지에 필수다. 

위장크림의 경우 더욱 세심한 클렌징이 요구되며 특히 여드름환자는 자기 피부에 맞는 위장크림, 자외선차단제, 클렌징제품, 보습제 등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여드름이 자주 발생하면 모공을 상대적으로 덜 막는 오일프리제품 선택을 추천한다. 또 흡연은 피부노화 촉진은 물론 여드름도 악화시켜 자제하고 비타민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습윤드레싱에 의한 상처 치유 원리

한정선 기자 : 훈련하다 보면 찰과상을 입는 경우가 흔한데 응급처치법은.

김현조 전문의 : 감염가능성이 적은 상처는 생리식염수나 흐르는 수돗물로 상처를 씻어낸 후 듀오덤, 메디폼 등 수성콜로이드 소독재료를 사용해 습윤드레싱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드레싱재료는 진물이 많은 경우 하루 2~3회 교체하고 진물 없이 드레싱재료가 상처에 잘 부착된 경우 하루 이틀 간격으로 교체하는 것이 상처치유에 도움이 된다. 지나치게 잦은 드레싱재료 교체는 상처치유를 방해할 수 있다.

반면 감염위험성이 큰 상처의 경우 수성콜로이드 소독재료가 감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때는 깨끗한 물로 씻어낸 뒤 상처가 마르지 않게 항생제연고를 자주 도포하고 경과에 따라 경구 항생제 복용을 고려해야 한다. 

완선 임상사진(출처=피부과학 7판)

한정선 기자 : 군대에서 단체생활을 할 경우 바이러스성질환 및 진균(곰팡이)성질환의 유병률이 높다. 각별히 조심해야 할 질환이 있다면. 

김현조 전문의 : 대부분의 진균감염은 심한 가려움증을 유발하는데 발 무좀과 사타구니 부위 완선도 마찬가지다. 부대 내에서의 진균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수건 등 생활용품을 개별적으로 사용하고 발과 사타구니 등 감염이 발생하기 쉬운 부위를 청결하게 유지해야 한다. 또 청소와 환기로 실내환경을 깨끗하게 유지해야 한다. 초기 진균감염은 바르는 항진균제로 조절이 되지만 진행이 많이 된 경우 먹는 항진균제가 필요하다.

또 사마귀는 유두종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접촉으로도 감염되지만 실제 병으로 나타나기까지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부지불식간에 다수의 병사들이 감염될 수 있다. 특히 손과 발에 사마귀가 발생하면 총을 잡거나 행군할 때 통증이나 불편함을 유발해 조기치료가 중요하다. 발에 발생한 사마귀는 티눈과 구분하기 쉽지 않은데 티눈은 병변을 위에서 누를 때 아프지만 사마귀는 병변을 옆에서 잡아서 압력을 줄 때 더 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사마귀는 레이저소작술, 냉동치료, 국소도포제 등으로 치료한다.

한정선 기자 : 군대에서 준비해야 할 피부질환 상비약은 어떤 것이 있나.

김현조 전문의 : 찰과상 등 상처 발생에 대비해 항생제연고수성콜로이드 드레싱재료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또 야산에서의 활동이 많은 만큼 다양한 알레르기물질에 의한 접촉성 및 자극성 알레르기피부염이 발생할 수 있어 먹는 항히스타민제와 국소스테로이드제 등 알레르기약을 준비해야 한다. 이와 함께 무좀 등 진균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항진균제 국소도포제와 봉와직염에 대비하기 위해 경구항생제를 준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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